"이거 나만 못했어요~ 엉엉!!"
수업 중간에 나타난 아이가 내 주변을 맴돌며 울었다.
들어오는 걸 보지도 못했는데 도움반 교실에 갔다던 아이가 돌아온 것이었다.
두 번째 활동지로 모둠활동을 시작했는데 개인활동지를 보고 그걸 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울지 마라 몇 번 타이르고 안 해도 괜찮다고 해도
도저히 멈출 기미가 안 보여서 아이들에게 담임선생님을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가끔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다른 아이들의 수업권을 지켜주겠단 나름의 이유로 선택한 차선이었다.
그러자 아이들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괜찮아~!"라고 해주더니
한 아이는 솔선수범해서 "이리 와~ 이거 보고 써~"하면서 자기 것을 내어주었다.
그 광경이 꽤나 충격으로 다가왔다.
나는 아이들에게 다양성을 이야기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를 설파하면서
실제로는 그런 애티튜드를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이들을 잘 통솔한다고 착각까지 해서 이론이 아닌 생활로 도움이 필요한 친구를 보듬는 모습에 휘청였다.
한동안 두 아이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한마디가 계속해서 맴돌았다.
'너희들 힘들겠구나..' 하지만 그 말조차 위선이었고 그걸 들키는게 두려웠다.
지금은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겸손해지기 위해 입을 다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