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터울 선배 어머님

야구부 A 어머님

by 유화

야구부에서 공식적인 호칭은 어머님이다. 누구는 언니로, 혹은 이름을 부르기도 하지만 지키든 아니든 이게 권고사항이다. 나는 지금 정기적으로 만나는 두 어머님께 친분을 떠나 아직도 어머님이라고 부른다. 두 분 다 아들의 선배 어머님들이었고 내가 4학년 때 만나 아들이 야구를 한 햇수만큼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호칭은 생각보다 많은 걸 결정한다. 한 분은 한살이 많고 한분은 3살이 어린데 어머님이라고 부르면 나이와 상관없이 굉장히 포근함이 느껴지고 의지하게 되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최소한의 예의를 지킬 수 있고 선을 넘기 전 조심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중간에 한 번쯤 왜 언니라고 안 부르는지, 호칭의 이중화를 실시해 보면 어떨지 대화가 오가긴 했지만 나는 그저 어머님이라는 호칭을 단단하게 유지하고 있다.


야구부 생활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 중의 하나가 야구부 부모님들과의 거리유지였다. 아이들이 먹고 마시고 치고 달리며 그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데 그 주변에서 서성이는 우리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지내는 것도 이상했다. 그렇다고 너무 친해지기도 뭐 하고 데면데면하기도 뭐 한 사이. 특히나 도움이 필요해 보이거나 해결해야 할 일이 생기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오지랖을 부리는 성격 탓에 나는 어디까지 개입하고 어디까지 아는 척을 해야 하는지 그게 너무 어려웠다. 그래서 어느 순간 너무 가까워지고 귀에 많은 이야기들이 들린다 싶으면 스스로를 경계하고 아이픽업을 가서도 차에서 나오지 않고 관계가 잠시 흐려지길 기다리곤 했다.


얼마 전 두 분 중 한 분인 A 어머님이 생일을 맞이했다. 나는 주변 사람들 생일을 잘 챙기지 않는 편이고 내 생일도 챙겨받길 원하지 않는데 언젠가 이 분들께 처음 생일을 챙겨 받고 너무 행복해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새로운 감정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그 고마움에 A의 생일선물을 올해 6월부터 고민했다. (그분의 생일을 6월로 착각한 탓이다.)


뭐가 좋을까? 작년에 드린 상품권은 너무 성의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엔 실물로 드리고 싶은데 어떤 걸 좋아하실지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해 보았다. 전에 내가 언급했던 샤워젤에 관심을 보이고 평상시에 향수 뿌리는 걸 좋아하시니 이런 어머님의 취향을 반영해 내가 좋아하는 록시땅엘 가볼까? 내 물건 사러는 백화점에 잘 가지 않지만 이 분께는 제대로 포장이 된 선물을 하고 싶었다. 새로 나온 제품에 눈이 가기도 했지만 전부터 좋아했던 아몬드 향의 바디제품을 골랐다. 내가 좋았으니 어머님도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말과 함께 드리고 싶어서였다.


축하를 위해 만난 저녁자리에서 선물을 보고 너무 기뻐한 건 물론이거니와 헤어진 뒤에는 향이 좋다며 보내주신 사용 후기 문자를 받고는 거의 처음으로 기억되는 그분과의 일화가 생각이 났다.


A어머님의 아이는 야구를 5학년 말쯤 늦게 시작한 편이어서 6학년 시즌을 맞이하며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모든 것이 처음이라 적응하고 알아야 할 것도 많은데 익숙해지기도 전에 주전으로서의 책임감을 오롯이 떠안아야 했으니 말이다. 엄마는 아들보다 더 열심히 야구부 생활을 하며 아들의 성공적인 안착을 기원했다. 너무 당연한 일이겠지만 너무나 쉽지 않은 길이었다.


그때 처음 나간 전국대회 예선에서 B는 보란 듯이 안타를 쳤고 나는 너무 감격스러워 울음을 터뜨렸다. 정말 훌쩍 눈물이 아니라 나도 모르고 엉엉 소리를 내 울고 말았다. 내 울음소리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B의 엄마가 운 걸로 착각하지만 나는 정말 내 아들이 쳐도 그렇게 기쁘지 않았을 만큼 온 마음을 다해 감격스러워했다.


그 얘기를 우린 아직도 한다. 밥을 먹다가도 하고 전화통화를 하다가도 하고 술자리에서도 한다. 커피를 마시면서도 그냥 갑자기 생각이 나면 언제고 그 얘기를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린 말하지 않아도 안다. 나의 응원이 고마웠음을 그분의 정성으로부터 배웠음을.


나는 고학년 엄마가 되고나서부터는 최대한 말을 아끼고, 또 아끼려고 노력하지만 아주 가끔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꼭 같은 학년차 어머님들께 말해주곤 한다. 우리 아들 시즌에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리고 그 모든 공이 여러분들의 아이들에게 갈 거라고 내가 받았던 2년 차 선배의 사랑이 어머님들께도 전해졌으면 좋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