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부에서 총무와의 거리

by 유화

공교롭게도 내가 있는 3년간

모든 총무가 우리 학년에서 나왔다.

4학년때는 어쩔 수 없어서 4학년이 총무

5학년때도 또 어쩔 수 없어서 5학년이 총무

6학년때는 당연히 우리 시즌이니 6학년이 총무

이렇게 세 번씩이나 말이다.


초등야구 시즌제와 총무직의 파급효과를

생각하면 이런 식으로 구성되기가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야구부에서 지내다 보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어느 초등야구부는 총무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한 달씩 당번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아예 공석으로 운영되기도 했었으니 말이다.


지나고 보니 총무도 각양각색이었다.

깔끔한 듯 보이나 기본에만 충실하고

주변 사람들의 조력 없인 진행이

안 되는 사람도 있고

뭐 저렇게까지 하나 싶을 정도로 과하더니

결국 나가떨어지기도 하고

마치 이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도취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평가라는 것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고

삼가야 할 영역인 것이

총무가 해야 할 일이 정말이지 많아도, 너무 많다.


- 대회 스케줄에 따른 차량섭외, 식당 예약

- 감코진과의 협의부터 그들에 대한 지원

- 학부모 상담과 그들의 불안증 달래주기

- 연습경기 지원조 섭외부터 차량운행까지


지금 크게 떠오르는 것만 해도 이 정도이

일일이 거론하기 힘들 정도로

시간, 돈, 에너지를 쏟아부으며 거기에

센스에 체력까지 좋아야 한다.


나는 진즉에 내가 할 수도 없고

해낼 수도 없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없다면 무조건적으로

특히 내 아이를 맡기고 있으니 더더욱 무조건

<총무에게 협조한다> 포지션을 정했다.


야구부에 있다 보면 그러고 싶지 않아도

구구절절 내 사정을 말해야 하고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으로 운동하는 아이가

소외되거나 피해받지 않도록 총무의 직간접적인 도움도 받아야 했다.


잘난 부모도 빠릿빠릿한 부모도

문제없었던 부모도 나이 든 부모도

여기선 모두 초보고 그냥 선수뒤에 있어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보니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덮어두고

총무편이 되어 시야가 가리는 분들도 있고

돈을 내고 있으니 할 말을 하겠다며

선수들 다 보는 앞에서 말을 딱딱 끊기도 한다.


다 자신의 선택이고 누가 평가할 수도 없는 부분이지만

여기는 진짜 보이지 않는 가이드라인이

때론 너무 좁고 때론 너무 넓어져서

마치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서

우리 아이들이 그렇듯이

부모 또한 알아서 살아남아야 한다.


운영진을 졸졸 따르며

비위를 맞출 필요는 없지만

최소한의 체면은 지켜주는 선에서 중심을 지키고

어느 정도 직언도 할 수 있을 만큼의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