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수, 투수 둘 중 진학은 어느 쪽으로 해야 할까?

by 유화

졸업이다. 진학시즌을 앞두고 일반 중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이 1 지망, 2 지망 선순위를 고민하고 1~3순위차가 치열하니 오히려 4순위로 어디를 정해야 할지 눈치싸움 중이라고 한다. 집 주변 근거리로 배정되는 초등학교와 달리 집 앞에 가까운 학교를 두고도 운에 따라 멀리 통학을 해야 할 수도 있는 중학교인지라 가능한 얘기다.


엘리트 운동선수는 오히려 거주지역에 상관없이 가고자 하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거리를 따질 수 있을 만큼 학교가 많지도 않고, 당연히 거리로 학교를 판단하지도 않는다. 일반적으로 꼭 가고 싶은 학교가 있는 아이도 있고, 어느 학교가 됐든지 본인을 픽해 주길 바라는 아이도 있는데 우리 같은 경우 특별히 가고 싶은 학교가 있지 않은 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보통 야구부는 시즌제로 운영되고 5학년말에 학년 교체가 되면서 한 학기 앞서 시즌을 준비한다. 그래서 5학년 겨울방학부터는 6학년처럼 여겨지고 동계를 잘 보내고 나서 본격적으로 시즌을 맞이하게 되는데 봄에 큰 대회 예선을 치르면서 그간 준비해 온 기량이 발휘되고 상급 학교 코치진들 눈에도 하나씩 띄기 시작한다. 물론 5학년 때 이미 형들과 시즌을 경험한 아이들은 일찌감치 눈도장이 찍히고 적극적으로 콜을 받기도 한다.


우리 아이는 이런 전개와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냈다. 앞서도 몇 번 언급했지만 5학년때까지 벤치신세였고 이렇다 할만한 연습경기나 대회에 나간 적이 없기 때문에 눈에 띄기는커녕 아이 존재자체를 알까 싶어 걱정을 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아이는 진학할 학교가 그 누구보다 빠르게 정해졌다.


작년 5월쯤이었다. 해당 시즌의 시작이 나쁘지 않아 감사하게도 가고자 학교에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가고 싶은 학교가 있기보다는 몇 개 안 되는 중학교 중에 가고 싶지 않은 학교가 명확하게 존재했는데 그 학교에 가지 않을 수 있어서, 최소한 선택이란 걸 할 수 있는 위치에 있게 되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도 선택지는 계속해서 넓어졌다. 학교가 얼추 정해지고 서로간의 입장이 오가고 구체화되면서 진학할 학교 근처로 이사까지 감행했는데도 학교를 이미 정했다고 전해도 추가로 오라는 곳이 있었다. 4학년 때 처음 형들의 진학상담을 지켜보면서 중학교 진학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때는 이런 날이 올 거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야구를 하는 동안은 진학이 가능한지 여부가 이슈였다면 이제는 어느 정도 길이 보이자 포지션 결정이 남았다. 투수를 하더라도 그동안 잘해왔던 중견수 포지션을 가져가면서 타자도 지속적으로 했으면 하는 마음이어서 외야수로 가는 건 어떨지 싶었는데 감독님은 양쪽 포지션을 가져가기보다는 하나의 포지션을 깊게 파는 게 낫다고 하셨다. 레슨장에서도 역시나 투수 쪽이 더 맞다고 하셔서 중학교 원서 쓸 때는 어쩔 수 없이 투수로 테스트를 보게 되었다.


하지만 초여름 팔꿈치가 아프면서 투구를 잠시 쉬고 타격에 집중한 것이 성과로 이어져 후반기 타격 기량이 올라왔고 상황이 역전되었다. 학교 감독님, 레슨장 코치님 모두 성급히 결정한 면이 없지 않으니 앞으로 두고 봐야 알 것 같다며 양쪽 포지션 모두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자고 하셨다.


아이는 투수 쪽에 매력을 느끼고 투구를 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부분에 대한 결정은 중2 하반기쯤 명확해지지 않을까싶다. 부모가 원한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본인도 증명해야 하고 팀에도 필요해야 한다. 그래서 중학교에 입학해서도 바뀌는 일도 부지기수이고 고등에서는 투타를 다 겸하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이제는 포지션에 대한 고민은 접어두고 새로운 학교에서 기초와 기본을 다지면서 겸손한 마음으로 자신의 시즌을 기다릴 수 있도록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