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를 보기 위해 필요한 방한 용품

by 유화

야구는 야외스포츠인만큼 계절의 변화에 맞서 춥고 덥고를 온몸으로 견뎌야 한다. 돔구장이 있긴 하지만 일반적인 사항은 아니라서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이 날씨와 기온에 적응해야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고 그와 함께 움직이는 부모들은 살아남기 위해 몸무림 쳐야 할 운명이다.


야구부에서 부모님들이 가지고 있던 용품 중 가장 인상적인 제품은 입단한 지 얼마 안 되어 본 망원경이었다. 경기의 전체 흐름과 점수로 야구를 즐기는 것으로 알았는데 망원경으로 아이의 플레이를 자세히 확인하는 것인지 아무튼 나도 구입해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가 그냥 기억에서 잊힌 제품 중 하나였다.


갑자기 망원경 이야기를 꺼낸 건 야구를 보러 다니면서 참으로 다양하고 생각지 못한 물건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품인 선글라스도 아이들 것만큼이나 멋진 걸 쓰신 분들이 많다. 나도 기존에 운전하면서 쓰던 선글라스는 좀 부족한 듯하여 아이 고글을 사주면서 스포츠용 브랜드로 같이 구매해서 잘 활용하고 있다.


여름은 고글을 쓰고 양산을 쓰고 차가운 음료를 마시고 그렇게 지나갈 수 있는 것 같다. 지나친 폭염에 여름이야 말로 따라다니기 힘든 계절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래도 부모들이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계절은 뭐니 뭐니 해도 겨울이고, 그중에서도 11월과 2월에 등장하는 방한 용품이 으뜸이다.


우선 핫팩은 기본을 넘어선 근본이다. 아이들도 핫팩은 필수품이다. 군대용 핫팩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 곳이 아마 야구부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이들이 하는 귀마개를 어른들도 하고, 아이들이 끼는 장갑을 어른들도 낀다. 아이들에게 훈련 중 넥워머까진 허용되니 여기까지 비슷하지만 이제 고차원적으로 들어가면 재밌어진다.


온몸을 가리기 위해 롱패딩에 발이 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부츠를 신고 모자를 쓴다. 끝까지 야구모자를 고수하는 분도 있지만 나는 야구부에서 평생 쓰지 않던 털모자라는 걸 덮어쓰고 다니기 시작했다. 색깔별로 스타일별로 한 열개는 구입한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어머님이 휴대용 난로를 꺼냈을 때 환호성을 질렀다. 이 정도는 준비해야 야구하는 아들 지원하는 엄마라 할 수 있는 건가? 나는 아직 멀었구나.


아무튼 가릴 수 있는 곳을 다 가리고, 덮을 수 있는 것으로 최대한 덮어도 춥고 또 춥다. 올해 동계리그에 가져간 품목 중에 가장 효자품은 방석핫팩이었었다. 이 핫팩을 가슴팍에 안고 담요를 덮고 뜨거운 음료가 든 컵을 양손으로 잡고 있으면 조금 살 만하다. 그러다 훈련하는 아이들과 눈이 마주치면 조금 머쓱해 슬쩍 담요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렇게 방석핫팩으로 몸을 녹이며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할 때쯤 홈팀 스탠드에서 요란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계단에 열선 패드를 연결해 장판처럼 마련해 놓고 어머님들이 앉을 수 있도록 아버님들이 안내하고 계셨다. 야구 하나를 보기 위해 정말 이렇게까지 열성적으로 준비하는 모습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부러운 마음에 그쪽에서 시선을 못 떼고 있는데 상대방인 우리까지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다. 전우애라는 말, 잘 알지 못함에도 그날 추위 속에서 전우애 같은 걸 느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