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맞았고 지금도 맞았다

저축성보험

by 유화

머릿속이 선명해졌습니다.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았기 때문입니다. 오늘 마지막 강의로 <저축성 보험>에 대해 들으면서 강의가 죽 이어지는 동안 나에게 돈을 맡기기로 한 사람의 상황을 대입해 그림을 그려볼 수 있었고, 한 가지 소득이 있었단 사실에 발걸음이 꽤나 가벼웠습니다.


그렇게 집에 오는 길에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계속해서 미뤄두고, 깊이 생각에 빠지고 싶지 않아 스멀스멀 기억이 떠오를 때마다 애써 눌러두고 싶었던 부분, 바로 '엄마' 그리고 '보험에 대한 저의 경험'입니다.


엄마는 보험일을 하셨습니다. 그 덕에 공부하고 경제적 도움을 받았지만, 한편으로 제가 보험을 싫어하는데 매우 큰 역할이 있었습니다. 저는 20대 중반 학원 알바를 하며 80만 원인가를 받던 때부터, 무슨 상품인지도 모른 채 보험 상품에 가입을 하게 됩니다. 50만 원씩을 그냥 달라는 대로 드리고 적금처럼 붓기 시작해 첫 직장부터 두 번째 직장 관둘 때까지 5년 가까이를 넣었는데 그 회사를 그만둘 무렵 제 손에 돌아온 돈은 고작 100만 원 남짓이었습니다.


엄마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손해를 조금 보긴 했을 테지만 없어진 돈 아니고 그동안 대학 학자금 대 준 거 생각하면 그냥 퉁칠 수 있는 돈이다 생각하며 눈 질끈 감고 털었습니다.


그러다 제 후배에게 엄마가 변액 상품 하나를 권유하였고, 후배는 들고는 싶지만 금액때문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어떤 연유로 조금 망설이던 차였습니다. 변액이 뭔지도 모를 정도로 보험에 무지한 저였지만 막연히 엄마는 계약이 필요하고, 후배는 들고 싶어 하는 게 느껴져 언니가 반을 부담해 줄 테니 같이 모으는 형식으로 하자고 제안을 하고 후배는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순진하기도 하고 어리석기도 했던 선택이었는데 또 그때였기에 가능했던 마음씀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후배는 이 보험을 저축이라고 생각했는데 원금이 제대로 모이고 있질 않다며 기분이 좋지 않은 상태로 보험료 납부를 멈춰버렸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후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했고, 보험을 해약한 금액에서 후배가 손해보지 않도록 원금을 챙긴 뒤 남은 돈만 입금해 달라고 했습니다.


이 두 번의 경험은 그 시절 보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하기 충분했기에 나이가 들면서 더 좋은 상품이나 달라진 환경을 알아볼 여지를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험일을 하게 되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으니 하루가 멀다 하고 마음속이 복잡한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그러다 오늘 공부를 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보험은 저축의 기능이 분명 있고, 저축성 보험으로 대표적인 상품이 회사의 <D 상품>이고 이는 변액상품이며, 변액은 일반 보험자격으로 판매할 수 없어 일정한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요. 물론 회사는 다르지만 엄마는 잘못된 상품을 추천하지 않았고, 나름 자격도 있는 설계사였습니다. 펀드의 성격이 있기에 초기 사업비는 크지만 일정 기간만 지나면 일반 예적금보다는 훨씬 많은 수익이 날 수 있는 상품이니 계약을 한 이상 조금 기다릴 줄 도 알아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죠.


엄마는 모릅니다. 제가 저런 경험들로 보험에 대한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고, 그 모든 게 엄마로부터 기인했다는 사실과 후배와 있었던 일련의 사정들 모두를요. 그리고 저 위에 언급한 <가장 먼저 나에게 돈을 맡기려는 사람>도 엄마입니다. 우연히 남편에게 이야기를 듣고는 벌써부터 보험을 계약하려고 돈을 들고 기다리는데 큰일입니다. 제가 설계사 시험에 떨어지고 있을 때가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엄마가 모르는 게 하나 더 있습니다. 5년 이내 은퇴계획이 있는 고령계약자가 월 400이라는 돈을 보험으로 저축해서 노후자금으로 쓰려면 어떤 상품이 좋은지, 얼마간의 기간이 필요한지 등을 상품별로 비교해서 가입과 이동에 대한 최적안을 제안해 주려고 딸이 생각보다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요.


저는 보험 하는 엄마를 미워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보험 하는 딸이 자랑스럽길 바랍니다. 그러면 스스로 오해를 풀듯 또 답을 내버린 저도 과거의 상처를 조금은 지울 수 있을 테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