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사람

경제도서 11권

by 유화

시험에 떨어졌습니다. 큰일은 아니지만 조금 슬픈 이유는 모두의 기대에 어긋나 버렸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 건 아니지만 나를 오랫동안 지켜보고 이 일에 추천한 지인, 세심하게 일정을 챙겨주시는 매니저님, 모든 자격을 갖추고 왔다며 응원해 준 교육팀 매니저님 등 여러 얼굴이 스쳐갔습니다.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에겐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는데 얼마 보지 않은 회사 사람들에게는 조금 창피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예상 못한 이 사실을 저만은 조금 예감을 했달까요. 얼굴이 벌게지도록 열심히 풀었는데 시험장을 나서며 드는 생각은 헷갈리는 부분이 좀 있었고, 운이 좋아 이걸 맞으면 붙겠지만 틀리면 떨어질 수도 있을 거란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암담한 건 다시 봐도 더 잘 볼 거 같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집에 와서 아이에게 엄마 시험에 떨어졌는데 (사실 하나는 붙었습니다.) 한 개가 2점이 부족해서 떨어졌다 하니 98점 맞았냐는 순진함으로 엄마에게 무한신뢰를 보내줘서 잠시 여유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높지 않은 합격 커트라인을 밝히진 못했습니다. 그럼 당분간 아이 공부를 가르칠 면이 서지 않을 거 같아서였습니다.


아이와의 대화로 살짝 리프레시를 하고 버리려던 모의고사지를 정리하며 다시 어떻게 효율적으로 공부할지 문제집을 훑어보았습니다. 그러다 아직 2월이 남아 있단 사실에 감사하기로 했습니다. 부족했으니까, 모르는 부분이 많았으니까 점수가 안 나왔겠지, 나는 대충 시험에 붙는 게 목적이 아니고 제대로 알아가기로 했으니까 집중해서 힘 낼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곤 교육영상을 틀어놓고 도서를 검색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회사교육 자료도, 시험 대비 자료도 많아 조금 여유가 생기면 읽으려고 했던 경제 관련 서적들을 고르고 주문했습니다. 작년 봄 이사하면서 버린 짐이 너무 많아 다시는 책 짐을 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마음이 어지러울 땐 언제나 답은 책에 있었던 거 같습니다.


시험에 떨어졌는데 시험공부 안 하고 무슨 책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마음이 가라앉게 두거나 마음이 어지럽지 않으려면 스스로에게 맞은 방식을 찾아야 할 것 같았고, 그 방식이라 함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책을 좀 더 읽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연휴 전에 책이 도착했고, 연휴기간 동안 다시 시험공부를 하는 틈틈이 놀며 쉬는 마음으로 책도 좀 같이 보려고 합니다.


시험을 시험으로 대하지 못하고, 괜찮다 하면서도 괜찮지 않았던 마음을 살피며 저는 오늘도 저라는 사람을 알아갑니다. 저를 알아야 다른 사람을 잘 살필 수 힘도 역시나 생길 거라고 한번은 꼭 믿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