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이란 건

설계사등록 자격시험

by 유화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시험장에 가면서도 맘이 편했고 시험을 보면서도 어쩜 다 맞을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역시나 97점. 결과가 백점은 아니지만 이 점수라면 아들에게 면이 좀 설 거 같습니다. 80점만 맞음 되겠다 했을 땐 어설픈 점수를 주더니 80점이 넘으려면 백점 맞아야겠단 각오로 해야 그나마 근처라도 가겠다 싶었는데 진짜 그랬습니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이렇게 판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 건 어떤 연유에서일까요.


사실 첫 시험에서도 (한 문제 차이로 떨어지긴 했지만) 공부를 안 했던 건 아니고 이번 시험에서 엄청난 학습량을 소화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번 시험에서 결과가 좋은 건 어쩌면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마음가짐과 역시 시험에선 응당 필요한 시험 보는 '요령'이 통했던 덕인 것 같습니다.


(1) 첫 시험과 두 번째 시험 공통점은 모의고사 위주의 학습이었습니다.

회사로부터 두 권의 교재를 받았습니다. 하나는 개념정리와 단원평가가 있는 '기본서'이고, 하나는 모의고사 20개 분량이 있는 '문제집'이었습니다. 개념책은 잘 읽히고 새로 알게 되는 내용이 재밌어서 큰 스트레스 없이 쭉 읽었습니다. 그러다 중간중간 모의고사 한 세트씩을 풀면서 답을 체크했는데 답만 알고 넘어가기보다는 틀린 답은 왜 안되는지 혹은 왜 적합한지를 역순으로 개념서와 비교하고 시험이 전체적으로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있구나를 파악했습니다. 그래서 한 세트를 끝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고 전체적으로 이해는 하고 있지만 단어 바꿔치기나 연도와 숫자를 이용한 문제, 함정이 있는 문제들에 대비가 안되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시험은 모의고사 8세트를 공부하고 갔습니다. 똑같이 문제풀이 위주로 학습했는데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첫 번째 시험에서는 푸는 내내 헷갈리는 부분이 많고, 나오면서도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싶을 정도로 운에 맡겨야 하는 부분이 있던데다 다음에 다시 본다 해도 어떤 부분을 강화해야 할지 잘 감이 서지 않았는데 두 번째 시험에서는 마치 매직아이를 보듯 답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2) 두 시험의 차이점은 문제의 질과 반복이었습니다.

이번 시험에서 모의고사 2회분을 덜 풀고도 붙을 수 있었던 건 문제의 종류와 질을 달리했기 때문입니다. 그전에 우선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목표량을 다 채운 게 주효했습니다. 처음 시험에서는 모의고사 20세트를 다 보고 가고 싶었는데 그걸 다 못하고 가자 10세트가 적은 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뭔가 마음에 찜찜함이 남았습니다. 이번에는 문제량보다는 기본서에 나와있는 총 44개의 개념이 출제 문항수와 비슷하다는 것에 집중하여 우선 그 밑에 4~5개씩 붙은 빈도수 높은 오답 문장을 이해하는데 치중하고 일단은 목표한 바를 채웠다고 스스로를 안심시켰습니다


그리고 문제집에 있는 오래된 문제가 아니라 최신 경향이 반영된 최근 1년 내 출제된 문제를 위주로 8세트를 풀었습니다. 그전에는 답을 체크하고 외우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엔 모두 제힘으로 풀고 답이 되는 패턴을 빠르게 눈에 익혔습니다. 게다가 모의고사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더 적은 양이지만 8개 중에서 최근 달인 12월, 1월 분과 같은 달인 작년 2월 분은 다시 반복해서 보는 등 출제기관에서 시험에 적용할 만한 부분도 대비했습니다. 그랬더니 신기하게도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는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여러 방법을 써보며 나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해야겠지만 역시 시험은 그에 맞는 대비가 필요한 영역인 거 같습니다. 이번에 떨어지면 도망도 못 가고 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 회사에 가야 하나 싶었는데 그래도 첫 번째 시험보다는 그런 걱정을 덜 한 것 같습니다. 첫 시험에서는 준비가 잘 되었단 생각이 안 드니 자꾸 딴생각만 들고 주변 것들을 신경 썼는데 이번엔 공부할 양과 반복파트를 제대로 정하고 준비하니 그냥 계속하기만 하면 되서 딴생각이 덜 들었습니다.


(3) 별 것 아니지만 챙겨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개인적인 영역일 수 있지만 첫 시험에서 했던 행동들을 되도록 반대로 했습니다. 징크스라면 징크스겠지요. 첫 시험은 두툼한 트레이닝복 상하의에 머리 질끈 묶고 모자를 눌러쓰고 갔습니다. 서울에 있는 시험장까지 지하철까지 타고 먼 길 가는데 어설프게 챙겨 입고 나가는 게 시간도 그렇고 이동에 효율적이지 못할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욕재계하고 옷도 깔끔하게 입고 맨 얼굴이지만 초라해 보이지 않게 저를 돌보고 발걸음 가볍게 나섰습니다. 이상하게도 시간을 더 집중해서 쓴 건 두꺼운 옷과 모자에 가린 저보다 조금 당당한 저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 기본 자격증은 취득했고 두 번째 추가 자격증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시험이 끝나고 돌아봐도 진즉에 이렇게 할 걸 하는 아쉬움은 없습니다. 저는 생겨먹길 요령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이렇게 돌아온 건 깨달음의 시간이 필요해서였고 또 두번 공부한 만큼 더 남는 게 있을 거라 믿습니다. 그나저나 변액시험은 많이 어렵다고 하는데 이번에 느낀 바대로 제대로 된 '시험대비'에 필요한 '공부방식'을 설정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해보겠습니다. 다만 너무 시험에 붙기 위한 공부에 매몰되서 시험 후 다 잊어버리는 공부가 아닌 실제로 고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반드시 챙겨가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도 함께 채워보겠습니다. 지켜봐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