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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Apr 28. 2016

우린 어떻게 친구가 되어가나요?

엄마 친구가 필요해요


반 년 넘게 어린이집을 널뛰기하듯 의무 출석일수만 겨우 채운 아이에게는 여기저기 떠돌고 맡겨지는 게 일이었다. 그러니 하원 후 만날 수 있는 어린이집 친구가 있을 리 만무했다.

      

아들이 친구의 존재를 인지했건 못했건 어쨌거나 생활 반경을 둘러보고 엄마 친구 자녀를 포함해도 이렇다 할 또래 친구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그런 아들에게, 드디어 친구가 생겼다.  

    

요즘은 사회성도 키우고 참여의식도 확립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문화센터나 품앗이 등 대부분 영·유아들도 외부활동을 하고 있다. 원하면 그곳에서도 친구들을 만날 수는 있고 엄마들의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은 위생적인 면에서나 안전상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그런 곳을 피해왔다. 그럴싸한 핑계였지만 솔직히 그건 표면적인 이유일 뿐 게으르고 저질체력의 엄마가 문제이자 아이에게 친구가 없는 원인이었다.

     

그러다 이사를 온 집에서 생각지도 못한 동갑내기 옆집 친구를 만난 것이다. 심지어 누나까지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 너무나 이상적인 남매의 구성. 첫째는 딸, 둘째가 아들. 쟤네는 정말 좋겠다 싶었다.     

 

양쪽 부모가 모두 일을 하는 탓에 서로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처음부터 어울려 노는데 크게 거부감을 보이지 않은 아이들 덕에 우리의 만남은 잦아졌다.


가끔 동시에 원하는 장난감을 놓고 대립하기도 하고 약간 울기도 했으며 서로 밉다고도 했지만 각자 하고 싶은 놀이를 하다 다시 모여 놀며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갔다.  

    

엄마들의 호칭도 누구 엄마에서 언니 동생으로 바뀌었다. 아빠들은 맥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사이가 되었고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아예 일주일 하루는 고정적으로 만나기로 하는 동맹으로 함께 어울렸다.   

    

나보다 어리긴 해도 먼저 엄마가 된 선배 맘은 교구나 책, 그리고 장난감에 대한 정보도 많고 어린이집 보내는 문제며 알게 모르게 의지가 되었다. 또한 그 집에는 아들이 관심 있어 하는 물건들이 즐비하여 내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아이는 옆집에 가는 것을 점점 즐겨했다.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놀 만한 것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선뜻 집으로 초대는 못했지만 두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어하는 옆집에게 나는 어른들이 제대로 식사할 수 있을 만한 음식을 제공하는 것으로 미안한 마음을 대신했다.      


옆집은 친정엄마가 보낸 사과를 우리 집으로 날랐고 난 제주도에서 부친 귤을 나눴다. 얼굴을 보고 전달해주지 못할 상황이면 집 앞에 먹을 것을 놔두고 벨만 눌러 인기척만 하고도 얼굴을 마주한 듯 기뻐했다.      


내 아이 양말 구입할 때 한두 켤레 더 주문해서 나눠주면 평상시에 아들이 그 집에서 잘 가지고 놀던 미니카를 선물 받기도 했다.     

 

아이들 용으로 최적화된 반찬에 옆집에서 밥을 더 잘 먹는 아이, 그리고 내가 해주는 어른용 음식을 반겨주는 옆집 남편. 서로의 부족함을 조금씩 채울 수 있는 관계는 일상의 선물이었다.      


그러다 하루는 옆집에서 계획한 일정에 급하게 합류하게 되었다. 놀이공원을 계획하고 우리도 함께 하잔 제안을 한 것이다. 언젠가 함께 하잔 얘기는 나왔던 지라 합류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남편의 선약으로 두 모자만 가게 되어 약간 애매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비 소식에 과학관으로 변경했다가 출발 직전 놀이공원으로 다시 방향을 바꿨다. 애매한 상황이고 즉흥적인 일정 변경이었지만 그 누구도 이상해하지도 번거로워하지 않았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가 들떠 있었다.      


비가 생각보다 빨리 그치고 해가 쨍하게 났다. 급하게 간 탓에 모자나 선글라스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뒤늦게 몰려온 사람들로 놀이공원은 점점 붐벼왔지만 어느 하나 아쉬움도 부족함도 없는 시간이었다.      


옆집에서 준비한 유부초밥과 그리고 내가 준비한 과일, 식당에서 추가로 주문한 돈가스를 펼쳐놓으니 한 상 가득이다. 벚꽃이 흩날리며 꽃비처럼 내리는 광경을 배경으로 그늘 진 한쪽에서 아이들과 오물오물 음식을 먹는 것이 정말 행복했다.

     

놀이동산은 가면 좋은데 왜 쉽게 가지지가 않는 걸까요?


우리 세 가족만으론 계획만 하다 지나치기 일상인 시간들이었다. 엄마 아빠는 늘 지쳐있었고 힘을 내면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었다. 그래서 아들은 그렇게 신나 하던 놀이동산을 태어나 3년 만에, 만 36개월을 열흘 앞두고 처음으로 밟아봤다.

     

고마웠다. 함께 가자해서 고마웠고 아빠가 없어도 부재를 느끼지 못할 만큼 우리 아이를 잘 챙겨주고 나를 배려해주어 고마웠다. 고맙다 전하는 내게 아이들이 즐거웠으면 된 거죠 하는 그 쿨함이 또한 고마웠다.   

   

아이들은 함께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계속 함께 진학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쪽이 이사를 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는 관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아무것도 장담할 수 없는 그런 시기를 우리는 지나고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아이대로, 어른들은 어른대로 우리는 이 시간을 기억할 것이다. 서로에게 크게 바라거나 기대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해주고 마음을 나누는 지금의 관계가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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