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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May 01. 2016

상상하는 내가 내 아이의 부모다

태교가 전부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먹여야 하고 입혀야 하고 씻겨야 하고 하루는 너무나 쉽게 흘러가 버린다. 그 속에서 화도 나도 짜증은 솟구치고 꼭 해야 할 일과 챙겨야 할 것도 놓치기가 부지기수이다. 


그런 와중에 부모로서의 가치관과 교육관을 일관성 있게 유지하며 아이를 키우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그래서 부모가 되기 전 나는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 충분히 심사숙고하고 연습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부모가 되는 남편과의 대화뿐 아니라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될 것.’인지 스스로를 점검해보고 다짐해보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 시간의 가장 적기는 뱃속에 아이를 품고 있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는 이를 통상 태교라 부르는데 이때 한 태교가 아이를 키우는 몇 년 몇십 년에 걸쳐 그 영향이나 효과가 나타난다고 믿기에 먼저 겪어 본 사람으로서 지난 경험을 꼭 억지로라도 전하고 싶다.   

   

예부터 태교를 중시했던 문화는 태교신기 등에도 잘 나타나 태교 하는 방법이나 태교를 안 했을 때의 해로움 등을 전했으나 태교를 말함에 있어 굳이 이렇게 친숙하지 않은 단어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말로 입으로 전해져 온 것들은 대부분 까다롭고 조심스러워 제약으로만 느껴질 뿐이니 말이다. 

      

태교라는 것 자체를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정보에서 우선은 자유로웠으면 한다. 나 또한 굉장히 부담스럽게도 서두에 ‘심사숙고’하고 ‘연습’하라 했지만 태교는 먹는 것만 조심하고 아이를 긍휼히 여겨줄 마음가짐이면 충분하다고 본다.  

    

보통 임신을 하게 되면 입맛이 당기고 먹고 싶은 게 많아진다는데 먹는 건 어떻게 조심해야 할까? 딱 잘라 말하건대 임산부라고 해서 특별히 잘 챙겨 먹을 필요는 없다. 임신을 해도 아이의 영양분과 더불어 산모에게 필요한 추가 열량은 20%로 내외일 뿐, 이는 중간 간식 한 번 정도 추가하면 되는 양이라고 알고 있다.  

    

그래서 굳이 더 찾아 먹거나 좋은 걸 먹지 않아도 된다. 유난스럽지 않게 평소처럼 지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만, 석류나 당근처럼 호르몬에 영향을 미치는, 먹지 말아야 할 재료는 기억해두었다가 조심하면 좋을 것 같다.    

  

그렇다면 부모가 되는 마음가짐이란 어떤 걸까?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이 커질수록 시간은 더디게 간다. 임신에서 출산까지는 단 기간에 끝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어제가 오늘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하루하루를 지내는 것이 좋다.

     

내가 부모로서 아이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활습관을 잡아주고 마음을 읽어주며 눈에 보이든 안 보이든 곁에 있다는 느낌을 주는, 사소한 일들이 전부라는 것을 확신해 나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믿어야 한다.    

  

아가야 너는 어떻게 생겼을까 누굴 닮았을까 건강만을 빌면서도 그런게 정말 궁금했단다.


위에서는 두 가지면 충분하다고 말했지만 익히 ‘태교’라 알려진 것을 조금 시도는 했었노라고 고백한다. 지금도 그때의 노력이 가상하게 여겨질 정도지만 그래 봤자 커뮤니티나 책에서 본 몇 가지를 그대로 흉내 내 보는 정도였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하면 오히려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아이가 뱃속에 있는 것과 눈앞에 있는 것은 이렇듯 다른 것을, 겪어보지 못한 그때는 정말 알지 못했다.      


‘엄마’가 되기 위해 ‘시도’ 할 수 있는 티가 나는 태교는 무엇이 있을까? 또한 태교라는 것이 어느 시기에 해야 하는 건지, 뱃속 태아는 과연 들을 수 있긴 한 것인지 모든 것을 한 번에 알 수는 없는 건가? 

    

이런 의문들 속에 처음 엄마가 되는 우리는 모든 것이 궁금하다. 혼자서 보이지도 않는 아이를 상대로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처음엔 어색하고 낯간지럽기도 했지만 지나고 보니 자연스럽게 내가 할 수 있을 때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우선 4주에 한 번 의사를 면담하는 것을 시작으로 바느질을 시작했다. 손때가 꼬질한 배냇저고리를 제대로 입혀보지도 못했지만 바느질을 하는 동안은 '내가 드디어 엄마가 되는구나'하는 기분을 가장 많이 느끼게 해주었던 설렘 가득한 시간이었다.     

 

클림트 엄마와 아기, 엄마는 퍼즐을 맞춰나가며 불안하고 무료한 시간을 달랠 수 있었단다.


이동하는 차 안에서 다양한 CD를 듣고 예쁜 아기들의 사진을 모았다. 한 달에 걸쳐 천천히 퍼즐을 맞춰나가고 저녁에는 아이 아빠에게 잠언을 읽어달라고 했다. 사진 속 아이를 닮게 해달라고 어찌나 빌었는지 내가 뭘 이렇게 바라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간절했던 기억이 난다.   

     

잠들기 전에는 태교 다이어리를 쓰고 클래식이나 선율이 좋은 음악을 들으며 잠들었다. 제일 자주 들었던 건 육아서의 부록이었던 창작곡 CD였는데 CCM도 차분하게 가사말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사무실에서는 우유와 과일즙 먹는 시간을 정해 때 맞춰 먹고 엽산과 철분을 잘 챙겨 먹는 정도였다. 먹는 거에 비해 체중이 많이 늘어 ‘살이 조금 덜 올랐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따로 식사량을 줄여 체중을 조절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뱃속에서의 영양 상태와 발육상태가 태어난 이 후 성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어디선가 읽은 구절에 공감하는 바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특별한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는 그냥 딱 남들이 하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들 뿐이다. 다만 비교적 쉬운 것을 골라 임신 초기부터 아이가 태어나기 전까지 변덕 없이 꾸준히 실천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음의 널뛰기를 하는 엄마는 ‘반복’과 ‘항상성’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게다가 평상시 조급하고 작은 일에도 신경이 곤두서곤 하는 나는 아이에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아 더 예민해지면 어쩌나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임신기간만큼은 세상 모든 일이 별스럽지 않게 느껴졌다. 모든 것에 긍정적이고 만사를 끌어안았던 그때를 기억하는 남편은 내가 가끔 짜증을 내거나 화를 내려고 하면 “당신이 둘째를 임신했으면 좋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마음을 편하게 먹고 싶다고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닐 텐데 어쩌면 아이가 스스로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나를 도와준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아이는 차근차근 주차를 지켜 반응을 보이고 자기가 커야 할 만큼 성장하며 예정일 하루 전 알아서 세상에 나왔다.   

    

아이는 태교의 영향인지 크고 뽀얗게 태어나 잘 먹고 잘 자고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다. 아이를 한 번이라도 본 어른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애가 순한 걸 보니 엄마가 마음을 편하게 먹었구먼.”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태교의 힘에 대해 작은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지금 아이는 무척이나 달라졌다. 떼를 쓰고 편식을 한다. 하지만 이건 아이의 특성이고 발달단계를 거치고 있을 뿐임을 알기에 크게 걱정하거나 심하게 훈육하지 않는다. 떼를 쓰는 시기는 지나갈 것이고 편식은 아이의 미각이 예민해서 그런 것뿐이란 걸 엄마가 알아주고 도와주면 된다.   

   

태교가 육아의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주고 완벽한 아이가 태어나게 하는 마술은 아닐 것이다. 우리는 결핍에서 오는 크고 작은 문제성장단계에서 거쳐야 하는 어려움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네 인생 끝까지 널 지켜주겠다 말하진 못해도 나의 무지로 인해 너를 망치고 싶진 않구나.


아이를 가졌든, 같지 않았든 상관없이 그 언제라도 

상상해본 적 있는가?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    

  

태교를 말하면서 누구보다 태교를 잘했었다고 말하고 싶은 게 아니다. 지금의 내 아이가 태교로 인해 완벽하게 태어났다고 말할 수도 없다. 완벽한 아이가 아니기에 미완에서 완성으로 가는 아이의 성장에 그 시초가 되는 태교만큼은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부족한 지식과 잊히려는 기억을 끌어모아 질문을 던져본다.

      

이런 내 작은 질문 하나가 부모가 되려고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아이를 가지는 바로 그 순간이 자기 인생 최고의 ‘심혈’을 기울일 수 있는 기회와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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