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기억을 그대로 불러일으켜 주는 영화. '늑대아이'는 나에게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던 때를 기억나게 하는 뜻깊은 영화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나 작품들을 찾아보던 중 추천을 받아 보게 된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커다란 행복감과 따뜻함을 선사해 주었다.
'늑대아이'는 늑대인간으로 태어난 '유키', '아메'와 남매의 엄마인 '하나'가 성장통을 겪으며 모성애의 끝을 보여주는 영화로 판타지 요소를 빌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현실적으로 아주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내 아이가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 아이를 온전하게 거두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로 인해 수반되는 고통과 슬픔.. 불편함과 타인의 아픈 시선들을 무심하게 견뎌낼 수 있을까.
엄마 '하나'는 아이들을 세상의 잣대에 맞춰 적응시키고 안 된다고 강요하기보다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자연 상태로 가르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이사를 감행한다. 그래서 산으로 들어간 후 첫 눈이 오던 날 하나와 남매가 파란 하늘 아래 설원을 달리는 장면에서 느껴지던 해방감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뭐라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주었다.
이 영화를 보고 혼자 간직할 만큼 덤덤하지 못했다. 감당이 안되는 감정에 공유점을 찾고 싶어 이런저런 글을 검색해보다 누군가 쓴 후기 하나에 유독 눈길이 갔다. 아이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즐거운 옛날이야기가 되기를. 젊은이들에게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육아가 경이로움과 놀라움, 그리고 동경으로 그려지기를. 그리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커나갔던 성장의 기억을 그리워하실 수 있기를….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완벽한 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잘 쓴 글은 공감대 형성을 넘어서 작품의 호불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글을 남겨주신 분께 참으로 감사했다.
처음에는 늑대인간과 평범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사랑스러운 늑대인간 아이들의 성장기로 진행되고, 마지막은 아련한 모성애로 끝나는 2시간짜리 이 영화는 워낙에 설정이 특이해 별다른 사건 없이 진행되지만 그래도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싶을 정도로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를 자연스레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이젠 새로운 거장으로 '호소다 마모루'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다. 그래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독이기도 한 마모루의 다른 영화 또한 무척 기대가 된다.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그림체가 제일이고, 그다음 O. S. T. 가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다.- 이 영화를 생각하면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뛰어놀던 모습이 아른거리며 동시에 배경음악을 떠오르게 하고, 반대로 배경음악을 우연히 듣고 있노라면 또 다른 장면들이 환하게 다가오면서 그 둘을 떼어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드니 그 중요한 요소 모두가 유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O. S. T. 는 우연이라기 보단 선곡을 통해 듣는 경우가 좀 더 빈번한데 그러면서 괜히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곤 한다. 이 노래 기억나니? 뱃속에 있을 때 엄마 아빠랑 함께 듣던 노래야. 아이가 기억할 거라 믿으면 왠지 꼭 그렇게 될 것만 같은 기분. 말이 트이면 말해주려나? '엄마 나도 그 노래 기억하고 있어요.' 라고.
뱃속 아가를 향한 태교를 위해, 그리고 가족의 추억 만들기를 위해 부부와 아이가 함께 이 영화를 보는 것.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