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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l 03. 2016

내가 너흴 지켜줄거야:엄마라서더기억에남는영화(2)

늑대아이(2012) 2015년 4월 기록


제목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영화가 있다. 다시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기억을 그대로 불러일으켜 주는 영화. '늑대아이'는 나에게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던 때를 기억나게 하는 뜻깊은 영화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나 작품들을 찾아보던 중 추천을 받아 보게 된 이 영화는 예상치 못한 커다란 행복감과 따뜻함을 선사해 주었다.  


'늑대아이'는 늑대인간으로 태어난 '유키', '아메'와 남매의 엄마인 '하나'가 성장통을 겪으며 모성애의 끝을 보여주는 영화로 판타지 요소를 빌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현실적으로 아주 잘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내 아이가 남들과 다르게 태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그 아이를 온전하게 거두고 사랑할 수 있을까. 그로 인해 수반되는 고통과 슬픔.. 불편함과 타인의 아픈 시선들을 무심하게 견뎌낼 수 있을까.

엄마 '하나'는 아이들을 세상의 잣대에 맞춰 적응시키고 안 된다고 강요하기보다는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위해 자연 상태로 가르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이사를 감행한다. 그래서 산으로 들어간 후 첫 눈이 오던 날 하나와 남매가 파란 하늘 아래 설원을 달리는 장면에서 느껴지던 해방감은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뭐라 말할 수 없는 벅찬 감동을 주었다.     


이 영화를 보고 혼자 간직할 만큼 덤덤하지 못했다. 감당이 안되는 감정에 공유점을 찾고 싶어 이런저런 글을 검색해보다 누군가 쓴 후기 하나에 유독 눈길이 갔다. 아이들에게는 가슴을 설레게 하는 즐거운 옛날이야기가 되기를. 젊은이들에게는 아직 경험하지 않은 육아가 경이로움과 놀라움, 그리고 동경으로 그려지기를. 그리고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들이 커나갔던 성장의 기억을 그리워하실 수 있기를…. 더할 나위 없을 만큼 완벽한 후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잘 쓴 글은 공감대 형성을 넘어서 작품의 호불호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들어 그 글을 남겨주신 분께 참으로 감사했다. 

처음에는 늑대인간과 평범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로 시작했다가 사랑스러운 늑대인간 아이들의 성장기로 진행되고, 마지막은 아련한 모성애로 끝나는 2시간짜리 이 영화는 워낙에 설정이 특이해 별다른 사건 없이 진행되지만 그래도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싶을 정도로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일본 애니메이션 하면 '미야자키 하야오'를 자연스레 떠올리던 때가 있었다. 이젠 새로운 거장으로 '호소다 마모루'의 시대가 열릴 것이라 많은 사람들이 예상한다. 그래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독이기도 한 마모루의 다른 영화 또한 무척 기대가 된다.

애니메이션은 무엇보다 그림체가 제일이고, 그다음 O. S. T. 가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할 때, -물론 주관적인 판단이다.- 이 영화를 생각하면 아이들이 장난스럽게 뛰어놀던 모습이 아른거리며 동시에 배경음악을 떠오르게 하고, 반대로 배경음악을 우연히 듣고 있노라면 또 다른 장면들이 환하게 다가오면서 그 둘을 떼어놓으려야 떼어놓을 수 없게 만드니 그 중요한 요소 모두가 유기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O. S. T. 는 우연이라기 보단 선곡을 통해 듣는 경우가 좀 더 빈번한데 그러면서 괜히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곤 한다. 이 노래 기억나니? 뱃속에 있을 때 엄마 아빠랑 함께 듣던 노래야. 아이가 기억할 거라 믿으면 왠지 꼭 그렇게 될 것만 같은 기분. 말이 트이면 말해주려나? '엄마 나도 그 노래 기억하고 있어요.' 라고. 


뱃속 아가를 향한 태교를 위해, 그리고 가족의 추억 만들기를 위해 부부와 아이가 함께 이 영화를 보는 것. 강력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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