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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l 03. 2016

스스로 정한 원칙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

분노의 질주 : 더 세븐(2015) 2015년 4월 기록


아직도 흥분과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자동차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걸 보여준 느낌이다. 좋아하는 장르도 아닐뿐더러 혼자서는 절대 고를 일 없는 영화지만 보게 된 이상 친숙하지 않은 영화를 리뷰하는 것이 오히려 나에게는 더 창의적인 도전이라 생각되어 글을 쓰게 되었다. 마지막까지도 망설였던 마음을 바꾼 계기는 바로 ‘메카닉(2011)’의 제이슨 스타뎀이 나온다는 사실이었는데 주인공으로만 익숙하던 그가 반대편에 서있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나쁘지 않았다.

액션영화의 특성상 줄거리를 요약하는 의미가 없어 보여 네이버 영화설명을 참조했는데 간단한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거대 범죄 조직을 소탕한 뒤 전과를 사면 받고, 평범한 일상을 되찾은 도미닉(빈 디젤)과 멤버들. 하지만 평화도 잠시, 한(성 강)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이어, 도미닉의 집이 순식간에 폭파당한다. 그들을 차례대로 제거하려는 최악의 상대 데카드 쇼(제이슨 스타뎀)의 등장으로 도미닉은 다시 한 번 멤버들을 불러 모아 반격을 결심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 달라진 점을 하나 둘 꼽자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요새 가장 크게 느끼는 것 중에 하나가 취향을 향유할 시간의 부족과 스스로 적극적이지 않은 만큼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두 父子와의 취향 공유이다. 자동차에 홀릭된 아들과 히어로물에 껌벅 죽는 남편은 내게 길에서 구급차와 경찰차, 포크레인을 천 번도 더 외치게 만들고 내 돈 주고 절대 보러 갈 일 없는 맨시리즈 영화레이싱 영화를 볼 만한 영화의 범주에 넣게 만들었다. 


이번 영화에서 본 장면 중 미션수행을 위한 '차량 투입씬'은 편집해서 아들에게 당장이라도 보여주고 싶을 정도로 자동차에 관심 없는 내가 봐도 멋있었다. 참고로 CG작업이 없었다고 하는데 듣고도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분노의 시리즈 중 처음 본 작품이라도 감상하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다. 남편은 분명 내가 전편을 봤다고 하는데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앞 뒤편 알고 보면 좋을 내용도 있지만 이해 못 할 정도로 스토리 전개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스토리 구성은 매우 간단하다. 여기 주인공이 있다. 싸워야 할 대상이 나타난다. 자! 싸우자. 물량공세 퍼붓고, 봐라 우리가 얼마나 멋지게 찍었는지! 액션의 종류, 화려한 추격씬,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게 만들까. 이런 영화들은 아이디어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감독은 아이디어가 넘쳐났고 그걸 풀어내는 기술적인 방식도 탁월했다고 생각한다.  

 

블록버스터급이라고 하기엔 약간 아쉬움이 남는 것은 진부한 설정과 개그 취향 때문일 것이다. 약간 헛웃음이 나올 만 한 요소들이 있는데 너무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 그런지 그런 것마저도 나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이번 시리즈가 초미의 관심이 된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배우 '폴 워커'의 죽음으로 인한 마지막 장면의 삽입 때문이다.

처음부터 기획되었던 의도였건 수정된 감독의 의리였건 상관없이 인간에 대한 그리움과 가족애, 이런 것들이 담겨져 있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참 좋았다. 액션과 스피드만을 산뜻하게 즐기고 싶은 관객에겐 살짝 사족처럼 느껴질 수 도 있겠지만 나 같이 팬이 아니어도 좋았던 트리뷰트가 오랜 팬들에게는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 같다.  


'가족이 소중한 사람은 선을 넘지 않아. 스스로 정한 원칙에 최선을 다하지.'

엔딩곡 ‘see you again’ 가사 중 일부이다. 액션 영화를 보고 와서도 결국 내가 보고 싶은 면만을 봐버리는 나지만 내가 간직하고자 하는 요소야 어찌됐든 객관적인 입장에서 시원한 레이싱 장면과 엔딩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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