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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l 03. 2016

네게 사랑을 전하고 싶었어

플립(2010) 2015년 5월 기록


햇살 가득 머금은 촬영기법을 동원해 두 소년 소녀의 대사를 교차시키며 진행되는 영화는 첫사랑을 이야기한다. 이사 온 이웃집 소년에게 관심을 쏟는 '줄리'는 그 애가 궁금하고 자신이 함께 해줘야할 것 같은 착각에 빠져 무던히도 애를 쓰며 다가선다. 하지만 상대방 '소년'은 그런 줄리가 어쩐지 부담스럽고 피해야 할 대상으로만 여겨진다.

        

그러던 어느 날 줄리가 아끼던 동네 어귀의 무화가 나무 한 그루가 베어져 나가고 줄리는 충격을 받는다. 실의에 빠진 줄리에게 직접 그린 나무 그림을 들고 나타난 아빠는 남들이 보기엔 부족한 부모라도 자식에게는 최고의 부모일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이 계기를 통해 줄리는 세상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내가 울지 않고 그걸 보게 된 순간 나무 이상의 것을 보게 되고 내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게 됐다. 나는 내 주변의 광경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궁금해졌다. 아직도 브라이스에게 같은 감정이 있나?'     


줄리를 귀찮아하기만 하던 브라이스는 몇 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줄리에게 새로운 감정이 시작되는데 이 시기와 맞물려 줄리의 마음은 급속도로 식기 시작한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유독 안타까웠다. 사랑은 타이밍이라고 하였던가. 아마도 소년은 쉽게 상상하기는 어려우리라. 소녀의 그 조그마한 마음이 얼마나 복잡 미묘한 감정으로 가득 찰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설명하기 힘든 이유들로 마음이 들끓거나 식기도 하는 것인지.      

영화에서 또 하나의 큰 축을 담당하는 역할로 브라이스의 할아버지를 빼놓을 수가 없다. 손자를 향해 건네는 노신사의 현명함이 묻어나는 조언은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사였다고 꼽고 싶다.


“어떤 사람은 평범한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광택 나는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은 빛나는 사람을 만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은 일생에 한 번 무지개같이 변하는 사람을 만난단다. 네가 그런 사람을 만났을 때 더 이상 비교할 수 있는 게 없단다."     

  

'flip'은 ‘홱 뒤집히다’ 란 뜻으로 말 그대로 상대방에게 홱가닥 마음이 빼앗긴 상태를 의미한다. 소녀를 애절하게 바라보는 소년의 눈길이 자못 설레임을 유발한다. 순수함이 빚어낸 결과다. 좋아하는 마음은 참으로 예쁜 감정이다. 그 예쁜 감정이 제 갈 길을 잃었을 땐 슬픔도 되고 분노도 된다. 감정의 끝이 소모적이지 않고 두 아이의 웃음 끝이 빛나도록 한 나무심기 장치는 참 좋아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뻔해 보이는 첫사랑 이야기가 뻔해 보이지 않게 마무리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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