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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l 11. 2016

타인을 향한 시선:엄마라서더기억에남는영화(3)

누들(2007) 2015년 6월 기록


비행을 마친 고단한 얼굴의 여주인공 '미리'가 집으로 향한다. 반복되는 일상인 듯 언니와 가벼운 토닥임을 하는 사이 중국인 가정부는 ‘원 아워(1 hour)’란 부탁의 말과 함께 아이를 남겨놓고 사라졌다. 이민국에 연락해보고 병원을 수소문해도 아이의 엄마는 행방을 알 수 없고 말이 통하지 않는 '아니'는 바위처럼 꼼짝없이 앉아 돌아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린다.      


가정부의 휴대번호로 주소를 찾아가던 중 아이는 자신이 살던 곳을 용케 발견해내고, 이웃여자를 통해 아이 엄마가 이민국으로부터 잡혀갔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된다. 아이의 존재를 밝히면 아이마저 잡혀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경찰에게 밝히지도 못하고 불안한 시간만 보내던 중 아이엄마의 행방을 찾지만 결국 중국으로 추방되었다는 '믿기 힘든 사실'과 마주하고 만다.

갑작스럽게 일어나게 된 일.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게 된 것일까. 물어물어 찾아간 곳에서 겨우 엄마 목소리만 들려주고 더이상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출생증명서 한 장 없이 이스라엘에 6년을 숨어 산 아이는 존재 자체를 증명할 수 없었다. 아이를 위해 제대로 된 절차를 밟으려면 예상치 못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경찰서나 사회복지사에게 맡긴 다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 지 마음이 서질 않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머릿속을 맴도는 건 ‘입양’이라는 단어였다. 고국을 떠나 외국인 부모에게서 자라난 아이들이 한국으로 돌아와 부모를 찾으려는 과거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막연히 그들은 선택받고 행복했을 거란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윤택했고 영어를 사용하는 국민이 누리는 모든 것이 과연 부모라는 존재를 대체할 수 있었을지 생각해보면 쉽게 답을 얻을 수 없다.   

   

왜 하필 여주인공의 직업이 스튜어디스일까?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나면서 중국인 아이에 대한 낯설음이 일상인 듯 자연스럽고, 비행을 끝내고 돌아온 뒤 며칠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는 직업의 특성을 살리기 위한 장치가 아니었을까 나름대로 생각을 해본다 (실제적인 이유는 영화후반에서 알 수 있다).     

배고픈 아이의 입과 마음을 열게 한 ‘누들’이라는 제목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젓가락' 사용에 따른 문화의 차이점이 서로를 이해하는 마음으로 향하는데 가교역할을 충실히 했다고 본다. 아이를 위해 중국어 공부를 하고 한마디 답을 얻는 것으로 시작해 요지부동이던 '아이의 입을 열게 하는 것'너무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아픔으로 소통의 부재를 겪던 주인공에게 어쩌면 가장 쉬운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자기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 '마리'에게 '아니'는 꼭 필요한 존재였을지 모른다.    

   

특수한 상황에서 보여주는 자매의 일상생활 연기가 참으로 친근했다. 미국, 영국, 아시아 몇 개 국가를 제외하면 접하기 힘든 제3국의 영화가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온 시간이었다. 특히나 말도 안 되게 이뤄지는 중국인 모자의 상봉은 울컥할 만큼 감동적이었던 순간이었다. 따뜻함이 그리운 날에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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