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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l 19. 2016

나에게 집중할 시간

인사이드아웃(Inside Out, 2015) 2015년 7월 기록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시간과 기회를 엿보다 혼자 잽싸게 보고 와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일과 육아, 그리고 살림에 투자해야하는 시간의 절대량을 더 이상 말해 무엇할까. 그저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 감사할 따름이다.


내 시간을 활용하는 데 있어 예전 영화를 찾아보는 일도 소중하고 집에서 드라마를 틈틈이 나눠 보는 시간도 소중하지만 혼자 찾아가는 영화관 행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라 더없이 소중하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내어 본 「인사이드아웃」은 꿈과 희망, 그리고 선과 악을 주로 다루는 애니매이션이라는 장르적 특성 속에서 유난히도 빛을 발하는 우리 ‘머릿 속’에 집중한 흔치 않은 영화다.     

애니매이션의 캐릭터가 실사와 흡사해지고 현실을 반영하도록 3D 모드로 돌입한 순간부터 이 장르가 나에게 주던 정서는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한다. 무수한 흥행작을 내놓은 디즈니사가 뛰어난 영상미와 OST로 중무장하고 <인어공주>를 필두로 연이어 터트려준 <미녀와 야수>, <라이온 킹> 등의 대작들은 나의 청소년기를 풍부한 감성으로 이끌어주고 성인이 되어서도 향유할 수 있게 한 선물과도 같은 시간들로 기억된다.


아쉬운 마음이 큼에도 불구하고 사실, 토이스토리나 월E와 같은 작품을 탄생하게 한 컴퓨터기술력에 놀라지 않고 감동하지 않을 자신도 없다. 자연스러운 시대의 흐름처럼 그렇게 2D는 묻히고 일부 한 축을 담당하던 3D는 이젠 애니매이션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굳이 영화관까지 가서 보고 싶은 작품이 별로 없었다. <인사이드아웃>이 개봉하기 전까지는.  

      

영화는 '라일리'라는 소녀가 이사를 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감정의 변화들이 주를 이룬다. 그 나이 때 일어 날 수 있는 에피소드와 맞물려 라일리 속에 살고 있는 다섯 가감정(기쁨·슬픔·까칠·소심·버럭)들이 어떻게 유기적으로 반응하고 발현되는지를 심리학을 버무려 어렵지 않게 풀어낸 작품이다.


''이와 '슬픔'이의 갑작스런 부재로 컨트롤 본부가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과 라일리의 내면갈등을 연계하여 기발한 상상력과 볼거리로 가득 채웠다. 부모와 아이의 긴밀한 관계를 표현하기 위한 장치로서의 추억 속 단편들은 라일리 같은 어린아이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또 쉽게 얻을 수도 없는 것들이라 아련하고 소중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정말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튀어나왔다. 감정의 기복을 겪을 때면 컨트롤 본부를 지휘·진두 해주던 '쁨'이의 부재로 나머지 감정들은 곤란을 겪게 되는데 이때 갈피를 못잡고 징징대던 소심이와 버럭이에게 결심하듯 까칠이가 던진 말이 그랬다.


“감정이란 건 포기할 수 있는 게 아니야”


힘들고 부정하고 싶다고 그만둘 수 없는 것이 바로 내 감정 추스르기일 것이다. 내 감정을 되돌아보고 보살펴 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성인이 된 우리가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두고 '어른을 위한 애니매이션'이라고 부르고 싶다.     


두 번 울컥한 순간이 있었다. 한국 정서가 물씬 담겼다고 생각되는 ‘라바’의 노래가 그랬고 정말 사랑스러운 캐릭터 '빙봉이'가 라일리를 위한 쉽지 않은 선택을 보여줬을 때가 그랬다.


많은 이야기를 접하고 경험이 많다보면 웬만해서는 감정이 흔들리지 않게 마련이다. 기쁨도 슬픔도 분노도 대강 그러려니 그렇게 나이가 들어간다고 느끼던 시점에 나에게 선사해준 ‘울컥’이란 감정이 너무 소중해서 한동안 기억이 많이 날 듯한 영화이다. 또한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시간, 내 인생에서 얼마나 소중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 온 몸으로 느끼게 해준 픽사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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