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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화 Jul 29. 2016

어떤 게 맞는 인생일까

로열 테넌바움(2001) 2015년 10월 기록


미국 막장가족의 “인간극장”이라는 소개에 이끌려 보게 된 영화 한 편을 소개한다. 중반까지도 무슨 내용인지 크게 감이 잡히질 않고 답답하게 전개가 되어 계속 봐도 되는지 망설여졌으나 크게 거부감이 들 정도는 아니어서 참고 보는 순간 이거다 싶은 장면과 마주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버지 '테넌바움'은 세 아이들에게 어머니와의 별거 소식을 전하고 호텔에서 무려 22년간 바깥 생활을 하다 돈이 떨어져 장성한 아이들에게 다시 돌아온다. 잘못을 뉘우치는 것도, 물려줄 재산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뻔뻔하게도 자신을 돌보라고 요구하는 그를 보며 자식들을 대신해 내가 더 기가 찼다. 그것도 6주밖에 남지 않은 삶이란 비장의 카드(?)를 들고서 말이다 (물론 거짓말이다).   

   

직접 개발한 달마시안 쥐 판매로 큰 성공을 이룬 장남, 극작가로 퓰리처상까지 수상한 천재소녀 둘째 딸, 그리고 주니어 테니스 랭킹 1위에 오른 테니스 천재 막내 아들까지. 아이들의 엄마는 자식들을 모두 천재로 키워내고 그들의 이야기로 큰돈을 벌었지만 정작 세 아이들은 자기 삶을 제대로 일구지 못하고 조금은 위태로운 채 정서적으로 문제를 보인다. 

아주 많이 우울하고 편집증 적인 태도로 세상을 마주하는 그들을 보며 그 시작에는 분명 열등한 아버지라는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무심하고 자기 멋대로 인 아버지가 다시 찾아왔을 때 세 남매의 반응은 모두 달랐다. 그저 아버지가 못마땅한 큰아들은 아버지의 귀가를 당연히 반대했고 자신의 입양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떠들어 대던, 아버지란 존재는 늘 상처뿐이었던 둘째 딸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아버지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막내, 모두 다른 입장과 생각으로 아버지를 바라보는데 나라면 어땠을까 많은 생각이 오고 갔다.      


잠시 그런 생각에 몰두해 있을 무렵, 갑자기 무책임하고 싫기만 한 모습 투성이의 테넌바움이 큰아들의 두 아들인 손자에게 집중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순간 이거다’했던 장면이 바로 여기부터이다. 손자 둘을 데리고 다양한 방식으로 온갖 말썽을 함께 일으키는데 나는 그만 세상의 비밀을 알려주고자 애쓰는 인자한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말았다.

좋은 방식은 아니었지만 인생을 가르쳐주고 있었다고나 할까. 어렸을 때는 보이지 않지만 나이가 들면서 보이는 세상의 별 거 아닌 규칙들을 깨부수는 희열 같은 거 말이다. 결국 암환자라는 거짓말은 들통나고 연극은 끝이 났다. 


집을 나서며 큰아들에게 “아이들에게 심하게 대하지 말아라. 내 전철 밟고 싶지 않으면.”이라고 말하는 대목은 아버지로서의 회환이 느껴져 그가 조금은 이해되기도 했다. 부모지만 이해할 수 없고 싫은 감정으로 인해 내 자식들 곁에 얼씬도 하게 하고 싶지 않은 큰 아들의 마음도 함께 전해졌다. 모두가 상처받은 영혼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조금 알게 되면서부터 너무나 많은 부모가 부모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런 반면 어떻게 하면 저 노력과 희생의 반만큼이라도 따라갈 수 있을까 싶은 부모도 보게 된다. 모든 나쁜 부모로부터 죄짓는 아이들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모든 좋은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아이들만 키워지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최소한의 역할조차 못하는 부모들을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그 아이들이 가여워 마음이 아프다. 


세상을 조금 알게 되면서부터 제정신으로 살아가기가 너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어쩌면 멀쩡히 할 일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보다 아프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좀 더 솔직하고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도 들었다.       


코미디 영화처럼 보이지만 결코 재밌는 영화가 아니기에 감히 추천을 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보통 우리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가족의 모습은 아니어도 가식보다는 부족함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감한다면 한 번씩 볼 만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다. 무엇보다 절묘한 캐스팅이 제일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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