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사회 교과는 사회 문화, 역사, 경제, 정치, 한국지리, 세계지리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 역사를 배우는 까닭은 이전 세대의 경험과 사건, 문화와 기술 등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익히고, 이러한 사실들과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과거의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현재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역사를 자신의 눈으로 바라보는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초등학교까지는 역사 만화책을 통해 역사를 재미있게 접한 기억이 있다. 하지만 중학교 들어가면서 많은 내용을 무조건 외우고, 그렇게 외운 내용을 시험 점수로 평가받으면서 역사에 대한 흥미를 잃어갔다. 이후에는 역사책을 읽으면서도 머리에 잘 들어오지가 않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사가 되어 아이들과 여러 교과목을 수업하면서, 가장 가르치는 재미가 있었던 과목은 바로 역사였다. 수업을 위해 역사책을 읽으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재미, 그렇게 익힌 역사 지식을 흥미롭게 설명하는 재미, 수업에 다양한 활동을 접목하는 재미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처음 역사를 가르칠 때는 많은 내용을 외우게 하기보다는 역사라는 과목에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즐겁게 공부하기 위하여 신경 썼다. 최근에는 아이들이 나름의 체계 속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기억하고 앞에서 이야기한 역사를 매우는 목적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수업은 동기유발(이야기, 동영상, 만화)-활동(연극, 미술, 토론)-정리(마인드맵, 퀴즈)의 흐름으로 구성하여 진행한다.
⓵ 동기 유발
교사가 역사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동영상, 만화, 사진을 함께 보면서 배울 내용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이때 아이들과 질의응답을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의 추가 설명을 들을 수도 있다. 교과서나 아이들 역사책에는 등장하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가령 아이들과 임진왜란을 공부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임진왜란 때 조선과 일본과의 전쟁이 조선에게 불리하게 전개되자 당시 선조 임금은 명나라에 지원을 요청하였다. 이에 명나라는 이여송 장군과 병사들을 조선에 보낸다. 이여송 장군은 전쟁을 피하기 위하여 우리나라 백성들을 죽이고 목을 자른 후에 자른 얼굴의 머리카락을 일본 병사처럼 깎아 버렸다. 그리고 그 얼굴들을 선조 임금을 비롯한 조선의 신하들에게 보여주었고, 이를 본 임금과 신하들은 크게 기뻐하며 이여송 장군에게 고마워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따로 기록되지 않고 백성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이야기이다.’
아이들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크게 관심을 보이면서 교사와 ‘그때 우리나라 병사들은 무얼 하고 있었냐?’, ‘기록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등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그러려면 역시 교사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⓶ 활동
수업에서의 중심 활동을 진행하기 전에 교과서를 꼼꼼하게 읽어야 한다. 교과서 내용이 아이들 평균 수준보다 이해하기 어렵게 쓰여 있기 때문에 교사와 함께 읽으면서 내용을 파악해야 한다. 그렇게 읽어낸 내용을 중심으로 다음과 같은 활동들을 진행할 수 있다.
1) 연극
연극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좋아하고 즐거워하는 활동이다. 아이들은 몸으로 표현하고 체험하면서 내용을 더 오래 기억하면서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주로 전쟁이나 신분제도를 공부할 때 연극을 활용하였다.
예를 들어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같은 전쟁들의 전개 과정을 모둠 수만큼 나누어 주요 내용들을 연극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 준비 시간은 10분 정도 주고 나서 한 모둠씩 발표가 끝날 때는 궁금한 점, 인상 깊은 점 등을 이야기 나누며 함께 박수로 격려해 준다.
신분 제도는 노비, 평민, 중인, 양반 등 각자 맡은 신분의 특징에 맞추어 정지 동작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고조선 및 삼국, 후삼국의 건국 신화, 고려와 조선의 건국 과정 등도 연극으로 표현하기 좋은 주제이다.
2) 미술 활동
이전 시대 사람들이 사용하였던 도구들을 직접 만들어 보며 그 당시의 기술을 이해하고 기억한다. 찰흙을 사용하여 빗살무늬 토기와 민무늬 토기를 만들 수 있다. 뗀석기, 간석기를 배울 때는 학교 주변으로 나가 돌을 찾아 깨고 갈며 만들면서 야외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욱 즐거워한다.
중요한 인물과 사건을 만화와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 지금은 미술 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주제에 맞추어 그림을 그리고 나서 친구들끼리 바꿔 보며 어떤 장면을 어떻게 표현하였는지 이야기 나눈다.
3) 발표 수업
자료를 만들고 친구들 앞에서 발표하는 활동 방법이다. 주제를 직접 정하고, 내용을 조사하고, 발표 자료를 만들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면서 공부하면 주제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고려문화를 공부할 때 ‘지식 시장’ 방법을 도입하였다. 지식시장은 짝을 바꿔 가며 1:1로 마주 보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아이들 입장에서는 앞에 나와서 전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발표보다 부담이 덜하다. 교과서에 제시된 ‘고려의 불교문화’, ‘팔만대장경과 금속활자’, ‘고려청자’, ‘화약과 목화’라는 주제 중 각자 원하는 것을 선택한다. 이어서 교과서와 관련 책을 참고하여 종이에 내용을 정리하며 발표 자료를 만든다. 아이들은 선택한 주제에 대하여 이해하고 친구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교사는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도와준다. 교과서 어휘와 문장, 역사 개념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 울 수 있다. 또한 아이들은 발달 단계상 자료를 재구성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적절한 도움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역사책을 읽고 컴퓨터로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전체 학생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다. ‘존경하는 역사 인물’, ‘일제 강점기 시대 우리가 입은 피해와 독립운동 방법, 사례’등을 공부할 때 이 방법을 선택하였다. 슬라이드 자료는 사진 위주로 만들면서 글은 짧고 간결하게 넣을 것을 강조하였다.
4) 토론
‘당나라 힘을 빌린 신라의 삼국 통일에 대한 나의 생각’, ‘병자호란, 청나라에 항복을 해야 할까?’, ‘일본과의 강화도 조약에서 불합리한 부분은 무엇일까?’, ‘조선말 개방 정책과 쇄국 정책 중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와 같은 주제로 역사 토론 수업을 할 수 있다. 입장을 정하고 근거를 정리한 후에 발표하고 반론하는 일반적인 토론의 형태도 좋지만 내가 자주 사용한 토론 방법은 ‘수직선 토론이다.’
교사는 칠판에 주제를 쓰고 수직선을 그린다. 수직선의 가운데를 중심으로 양쪽으로 일정한 간격의 짧은 세로선을 긋는다. 교사가 수직선의 양쪽 끝에 선택해야 하는 두 가지 입장을 적으면, 아이들은 포스트잇에 자신의 생각을 쓰고 나서 수직선의 세로선 아래 붙인다. 입장을 강하게 지지할수록 양 끝 쪽으로 포스트잇을 붙이고, 양쪽의 의견을 절충하거나 합의할 생각이라면 가운데 쪽에 붙일 수 있다. 단 이때 완전한 중립을 선택하여 가운데 붙이는 일은 없도록 한다. 이 방법은 아이들이 서로의 생각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재미있어했다.
다른 토론 수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역사 토론을 제대로 하려면 교과서에 제시된 텍스트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사의 다양한 자료(글, 동영상, 강의, 그림, 사진 등) 위에 아이들의 풍부한 독서와 배경지식이 더해져야 보다 활발하고 생산적인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다. 교과서만 읽고 나서 토론을 하면 적절한 근거를 들어 자신의 견해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찬성과 반대만 짧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이의 수준과 교실의 상황에 따라 찬반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역사에서 발생한 사실만 익히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서서, 그 사실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접하고,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보다 생생한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⓷ 정리
1) 퀴즈
중요한 내용을 퀴즈로 풀어보는 시간이다. 퀴즈를 풀기 전에 교과서를 읽으며 각자 공부할 시간을 여유 있게 준다. 아이들은 교과서를 읽으면서 중요한 내용들을 여러 번 읽거나 쓰면서 공부한다. 교사가 단순하게 문제만 내고 아이들이 공책에 답만 적어도 교실은 문제를 열심히 맞히겠다는 열정으로 가득 찬다.
모둠별 퀴즈로 진행할 수도 있다. 모둠 아이들은 화이트보드와 보드마카를 가지고 교사가 읽어주는 문제의 답을 돌아가면서 적는다. 이때 답은 서로 상의할 수 있다. 이 방법은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들끼리 서로 협력하며 공부하는 태도를 기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간혹 아이들이 문제를 직접 만들고 교사가 이를 취합하여 제시하는 방법도 사용하였다.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넘겨보고 공부하면서 내용을 익히기에 좋은 방법이다.
2) 마인드맵
마인드맵은 주제를 중심으로 연관되는 내용들을 단어와 그림으로 확장하고 연결 지으며 정리하는 공부 방법이다. 배운 내용을 효과적으로 복습하는데 유용하다.
줄이 없는 공책을 가로로 놓고 가운데에 원을 그린 후에 주제를 쓰거나 관련 이미지를 간단하게 그린다. 중간 가지를 몇 개로 할 것인가를 정한 후에 주제 주변에 굵고 뾰족한 선으로 표현한다. 이후 공부한 내용이나 알고 있는 내용들을 작은 가지 위에 쓰고 그리면서 연결 짓고 확장시켜 나간다.
각자 마인드맵을 만드는 중에 학급 아이들 전체가 2~3명씩 칠판으로 나와서 마인드맵 작업을 하는 방법은 아이들의 활발한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각자 한두 가지 내용을 표현하면, 뒤이어 나온 아이들이 관련지어서 내용을 보충하거나, 새로운 가지를 만들어서 다른 내용을 표현하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학급 아이들 모두가 함께 하나의 마인드맵을 만들어 내게 된다.
개인 작업을 먼저 끝낸 아이들이 칠판에 자신이 작성한 마인드맵을 표현하면 아직 못한 친구들은 그걸 보고 참고하여 완성할 수도 있다.
완성된 마인드맵을 보면서 공부한 내용을 다시 한번 되짚으며 수업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