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수업 시간에 지식을 이해하고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업을 통해 실제 삶에서 배우는 내용을 직접 체험하며 교과의 본질에 다가서고 싶었다. 경제, 정치, 세계 지리, 사회 문화(환경) 수업을 하면서 교과서에는 없지만 내가 설계하고 실천한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한다.
⓵ 세계 지리 수업
세계 지리 수업 시간에 만들어본 수업은 ‘여행사’ 활동이다. 대륙별로 나라를 정한 후에 여행 상품을 기획하고 안내하는 활동이다. 4인 이내의 모둠을 만들어서 진행한다.
각 나라의 기후, 문화, 언어, 자연환경, 음식, 볼 것 등을 조사하여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종이자료(전단지)를 만든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는 컴퓨터를 활용하여 사진과 간단한 설명 중심으로 만들고 종이 자료는 마인드맵이나 그림 등을 활용하면서 좀 더 자세한 설명을 기록하도록 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이용하여 발표하기 전에 종이자료를 미리 복사하여 아이들에게 나누어 준다. 발표가 끝나면 질의응답 시간을 갖고, 퀴즈와 같은 활동으로 마무리한다.
⓶ 정치 수업
‘국회에서 하는 일’을 공부할 때 우리나라 예산을 직접 조정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올해나 작년 실제 국가 예산을 검색해서 분야별로 책정된 예산을 확인하고 어느 분야에 예산이 많고 적은 지를 살펴보면서 이를 조정해 보는 것이다. 이때 전체 예산 합계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한다.
예산 조정 활동을 마치면 조정한 내용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서로 비교해 보고 왜 그렇게 조정했는지도 이야기한다. 몇 년 전에 많은 아이들이 국방 예산을 낮추고 복지 예산을 늘려서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⓷ 환경 수업
학교 주변의 환경오염 실태를 직접 살펴보았다. 아이들에게 카메라를 준비하게 하고 학교 밖으로 나갔다. 카메라가 없다면 스마트폰도 허용했고 그것도 없다면 교사가 빌려주거나, 2인 1조로 활동했다.
학교 주변을 관찰하면서 ‘환경이 오염된 모습’, ‘환경이 깨끗하게 보존된 모습’, ‘환경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조화를 이룬 모습’은 인간의 기술과 자연 그대로의 상태가 잘 어울리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어 산책하게 좋도록 깔끔하게 정비된 하천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찍은 사진은 교사가 취합하여 출력해 주고, 아이들은 직접 찍은 사진을 활용하여 환경 신문을 제작하였다. 우리가 생활하는 지역의 환경 실태를 직접 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⓸ 경제 수업
교과서는 경제 활동의 의미, 역사, 과제 등을 공부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아이들과 진짜 경제 활동을 해보고 싶었다. 바로 상점 활동이다. 우선 모둠별로 판매할 물건을 정하고 구입한다. 이때 물건을 구입하는 돈은 학급 운영비에서 사용하는데, 아이들 입장에서는 이 돈이 ‘대출’이 되는 것이다. 실제 창업을 할 때 가게마다 초기 자본이 다르듯이 아이들에게 지급되는 돈도 무작위로 다르게 했다. 나는 한국은행에서 적용하는 이율로 이자를 계산해서, 아이들에게 물건을 팔고 나서 벌은 돈에서 원금과 이자를 빼고 남은 금액이 수익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다.
구입한 물건을 어떻게 구성하여 얼마에 판매할지 모두 아이들이 직접 정한다. 아이들은 과자를 섞어서 음료와 함께 세트로 만들거나 지우개와 연필을 합쳐서 상품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판매 활동 며칠 전에 홍보 전단지를 만들어 마케팅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학교 선생님들께 미리 활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물건을 살 다른 반 아이들은 2~3천 원 정도의 돈을 준비할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판매 활동을 진행하였는데 밀려드는 아이들로 학급이 인산인해였다. 대부분의 모둠에서 준비한 상품을 모두 팔았다. 판매를 마치고 수익을 확인하고, 수익금은 아이들과 협의하여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어떤 사람들을 도울지 구체적인 대상까지 아이들과 의견을 나누고 학교와 학급 이름으로 기부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