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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문 Jul 24. 2019

졸업식에서

   얼마 전 지금은 중학교 2학년인 여학생 제자를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그때 우리 때문에 진짜 힘들었을 것 같아요. 우리가 맨날 따돌린다. 어쩐다. 그러면서 싸워서요.”

  당시 우리 반 여학생은 7명이었다. 거의 1년 내내 감정싸움, 따돌림 문제로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하고 지치게 하며 지지고 볶았다. 지금도 서로 관계가 불편한 친구들이 있다고 한다. 어찌 되었든 아이들은 성장한다.

  나는 당시 아이들의 졸업식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여러분들 모습을 보면 참 많이 컸습니다. 키가 컸고 얼굴도 변했습니다. 클 때는 아플 때가 많습니다. 갑자기 배가 아프고, 감기도 자주 걸리고, 다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크면서 몸만 아픈 건 아닙니다. 친구 때문에, 가족, 부모님, 선생님 때문에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으며 마음이 아플 때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아직 상처가 남아 있는 친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그렇게 아플 때마다 풀어내기 위해 대화하고 견뎌내기 위해 노력하며 이 만큼 커왔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모두 참 수고 많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부모님들도 많이 힘드셨죠? 여기까지 키워내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런데 아직 어른 되려면 몇 년 남았네요. 조금만 더 힘내시기 바랍니다. 

  사람이 행복해야 하는 까닭은 살아가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잠을 자고 음식을 먹어야 살 수 있는 것처럼 행복이란 감정이 있어야 우리는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제가 방학 전에 여러분들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습니다.

  "여러분은 우리 학교에서 행복했습니까?"

  우리 반 17명 중에 매우 행복했다가 11명, 행복했다가 6명 보통이나 불행했다는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앞으로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 많을 텐데 여기에서의 행복했던 추억을 바탕으로 잘 이겨 내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끝으로 제가 좋아하는 말 중에 '교육은 흐르는 강물에 꽃씨를 뿌리는 일과 같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어디서 어떤 모습의 꽃을 피울지 모르지만, 이곳에서 뿌려진 여러분들이라는 씨앗이 이 넓은 세상 곳곳으로 퍼져나가 여러분들만의 단단하고 따뜻한 꽃을 피워내기 바랍니다.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이 말을 하고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 만난 제자에게 들은 ‘우리 때문에 힘들었을 것 같다’라는 말이 귓가에 맴돈다. 커가는 아이들이 기특하고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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