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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문 Jul 21. 2019

수학 공부 1

초등학교에서 수학 수업할 때 어려운 점과 나아갈 방향

1) 학교에서의 어려움

   수학.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항상 쉽고 재미있게 수학을 공부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소수에 가깝다. 대입 수능 시험에 감독관으로 참여했던 어느 중등 선생님은 수학 시험 시작 5분 만에 절반이 넘는 수험생들이 엎드려 자기 시작한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세상의 많은 것들이 수학으로 이루어져 있다, 논리적으로 정확하게 생각하는 힘과 추론적 사고 능력 및 창의성, 집중력을 키워주는 과목’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수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유지시키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어떻게 수업을 하고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흥미를 높이고 실력을 키울 수 있는 건 사실이다. 물론 그 과정은 쉽지 않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더. 

    우리나라 수학은 어렵다. 우리나라 5학년 수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약수와 배수 개념은 핀란드 교과서에서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등장한다. 한국에서 중위권 수준의 수학 실력을 지녔던 아이는 외국으로 이민을 가서 수학 천재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다. 초등학교에서의 수학은 엄밀히 말하면 산수에 가깝다. 아이들이 초등학교 수학을 공부하면서 키울 수 있는 능력은 ‘자발적 주의 집중 능력’과 ‘논리적 기억 능력’이라고 보면 된다. 이 능력들은 연산 학습과 이를 활용한 응용문제를 통하여 길러 낼 수 있다. 수학 개념을 이해하는 추론적 사고 능력은 이후에 성장하면서 쌓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4학년까지는 기본 적인 사칙 연산 중심의 학습이 이어지고, 5학년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수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개념들이 등장한다. 추론적 사고 능력은 일부 뛰어난 학생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갖추기에는 어려운 능력이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평균 발달 단계를 넘어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익혀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내용이 어려운데 양까지 많다. (한 학기 동안 공부해야 할 단원이 6개인데 4~5개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에서 공부하며 익혀야 할 시간이 부족하다. 교과서에는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이 굉장히 자세하게 다양한 방법으로 제시되어 있다. 너무나 자세해서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기까지 하다. 구체물과 그림, 이전 내용 활용 등 다양한 방법으로 중요한 개념을 공부하게끔 되어 있는데 아이들은 이 개념을 이해하기 어려워할 때가 많다. 그렇게 공부하고 나서 풀어야 하는 교과서 연습 문제는 몇 개 없다. 수학 익힘책은 학교에서 공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집에서 풀어 와야 할 때도 있다. 여기서도 중요한 내용을 익힐 수 있는 문제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러다 보니 선생님이 추가로 자료를 구하거나 제작해서 문제를 풀게 하는 경우가 많다. 교과서와 수학 익힘책 만으로는 제대로 정확하게 익히면서 공부하기 힘들다. 많은 양의 어려운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데 그것을 학습할 시간과 교과서의 내용이 부족한 것이다.

    핀란드 초등학교 수학 교과서를 살펴보면 중요한 개념, 원리, 공식은 굉장히 간단하고 짧게 제시되어 있다. 반면에 그 개념을 적용하여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다채롭고 풍부하다. 기본 익힘 문제를 충분하게 공부하고 나면 생활 속에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응용문제가 등장하는 것이다. 새로운 학년이 되면 이전 학년에서 공부한 내용을 교과서를 통해 복습할 수 있다. 이러한 학습 과정이 턱없이 부족한 우리나라 교과서와 비교가 많이 된다. (물론 핀란드의 사례가 유일한 정답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핀란드에서도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매우 지겹게 생각하고 어려워한다고 들었다. 다만 교육 선진국으로 오랫동안 널리 알려진 나라의 경우를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물론 교사가 활동지를 찾거나 만들어서 과제로 내주며 가르치는 열정과 노력도 필요하다. 하지만 나라에서 우선은 교과서라도 좀 제대로 만들면 좋겠다. 그렇다고 해서 좋지 않은 환경을 탓하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교사는 수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까?     


2)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쳐 하나

   수학은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예전에는 주요 개념을 다양한 방법으로 이해하는 것에 초점을 두었다. 구체물과 그림 활용, 게임, 토의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여 개념과 공식이 나오는 과정을 알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시간이 필요 이상으로 오래 걸릴 때가 많았다. 문제를 풀면서 익혀야 할 시간이 가뜩이나 부족한데 더욱 부족한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다음과 같이 수업을 한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사실 특별한 것은 없다.

   학기 초부터 연산 영역을 중심으로 이전 학년 내용을 복습한다. (몇 년 전부터는 아예 1학년 내용부터 자료를 구해 편집하여 별도의 교재를 만들었다.) 교과서 진도 순서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쉽게 공부할 수 있는 도형 같은 단원을 미리 배운다.(도형 같은 단원을 미리 공부하는 것은 사람과 교육 연구소 정유진 선생님의 페이스 북과 블로그 글을 참고하였다.) 아침 시간이나 수학 수업 시작할 때, 혹은 숙제로 이전 학년 내용을 복습한다. 그러면서 각자 부족한 부분을 확인하고 보충하면서 공부하게 된다. 

   어려운 개념은 바로 이해하기 힘들다.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학생들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개념 이해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공식을 무조건 외우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 그런지’에 대하여 알아보고, 생각하고 그 과정을 이해하기 위하여 따라가는 시간은 필요하다. (공식이 나오는 과정이 도저히 이해 안 되거나 하위권 학생일 경우 공식 자체를 외우게 할 수도 있다. 개념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단계는 아이들의 평균적인 발달 단계를 뛰어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개념은 최대한 간결하고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수업을 구성한다. 실생활과 관련지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할 수도 있고 상황에 따라서는 구체물이나 그림 같은 자료들을 활용할 수도 있다. 이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10분~15분을 넘기지 않도록 신경 썼다. 그러면서 문제 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끝나고 각자 문제를 풀기 전에 세, 네 문제 정도 풀이 방법을 시범 보인다. 풀이 방법을 천천히 자세하게 알려주면서 아이들이 공책에 문제를 풀게 한다. 이때 공책은 작은 네모 칸이 그어져 있는 글쓰기 공책이 좋다. 칸이 네모 모양으로 나누어져 있기 때문에 분수와 소수, 사칙연산을 공부할 때 자릿수를 맞추면서 정확하게 공부하는데 유용하다. 아울러 도형을 그릴 때도 도움이 된다.

   본격적으로 문제를 풀 때는 자리를 모둠으로 변경하여 서로 마주 보게 한다. 공부하면서 잘 모를 때는 앞, 옆, 대각선에 있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서 공부할 수 있다. 수학은 서로 자연스럽게 물어보고 알려주면서 공부하기에 좋은 과목이다. 특히 알려주는 아이들은 다른 사람을 가르치면서 공부한 내용을 더욱 확실하게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 시간에 배워야 하는 내용을 담은 수학 익힘책까지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둔다. 문제를 풀고, 스스로 채점하고, 교사에게 확인받는다. 교사는 하위권 아이들을 중심으로 지도하면서 일찍 공부를 마친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어려운 문제를 추가로 제시해 줄 수 있다. 

    때로는 별도의 활동지가 필요한 상황도 있다. 교과서의 개념 이해 과정이 어렵고 복잡하게 제시되어 있고,  문제의 양과 난이도도 적절하지 못할 때이다. 이때에는 좀 더 명확하고 간결하게 정리한 개념 이해 과정과 쉬운 수준부터 어려운 수준까지의 문제를 담아 활동지를 만들었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6학년에 나오는 ‘원의 넓이 구하기’를 예로 들어 생각해 보자. 원은 중심을 기준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잘게 자른 조각을 위아래로 나누어 이어 붙이면 평행사변형, 이어서 직사각형으로 모양을 바꿀 수 있다. 여기서 원의 반지름은 직사각형의 세로와 같고, 원주의 절반은 직사각형의 가로와 같다. 원주의 절반은 (지름) ×(원주율)÷2이고 이때 (지름)÷2는 반지름이다. 즉 원주의 절반을 다시 정리하면 (반지름) ×(원주율)이다. 결국 직사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인 (가로) ×(세로)를 활용하여 원의 넓이를 구하는 공식인 (반지름) ×(반지름) ×(원주율)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 수업을 할 때 원을 자르고 이어 붙이면서 직사각형을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은 시간이 많이 걸린다. 원의 넓이와 직사각형의 넓이가 같다는 것은 구체물과 그림을 통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이후의 과정이다.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도 원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이 ‘(반지름) ×(반지름) ×원주율’인 까닭을 이해하고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원을 잘라서 직사각형으로 만드는 과정을 꼭 직접 해보고 싶다면 10분 이내로 끝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간이 길어지면 아이들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거나 수업이 늘어질 수 있다. 지금은 미술 시간이 아니다. 아니면 교사가 실물 화상기를 통해 시범으로 보여줘도 좋다. 이어서 공식이 나오는 과정을 아이들과 대화하며 차근차근 설명해준다.      


교사 :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원의 넓이는 어떤 도형의 넓이와 같나요?

아이들 : 직사각형이요.

교사 : 원주의 절반은 직사각형의 어느 부분과 길이가 같죠?

아이들 : 가로요.

교사 : 원의 반지름은요?

아이들 : 직사각형의 세로와 같아요.

교사 : 그럼 원의 넓이와 직사각형의 넓이가 같으니까 원의 넓이는 직사각형을 보면서 어떻게 구하면 알 수 있을까요?

아이들 : 가로 × 세로요.

교사 : 직사각형의 가로는 원주의 절반이니까 ‘(지름) ×(원주율)÷2’이고 세로는 원의 반지름이죠. 그럼 원의 넓이는 ‘(지름) ×(원주율)÷2 ×반지름’입니다.  여기서 ‘(지름)÷2’는 반지름과 같습니다. 그럼 원의 넓이는 어떻게 정리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 : 반지름 ×반지름 ×원주율이요.


  위의 대화처럼 아이들이 대답을 잘해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 아이들이 스스로 수학 공식이 도출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럴 때는 친절하고 자세하게 여러 번 설명해주고 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직접 원의 넓이를 구하는 문제를 풀어 본다. 그런데 교과서에는 원주율을 3, 3.14, 3로 두고 계산을 하라고 나와 있다. 이 단원은 측정 영역이지 분수나 소수를 자연수와 곱하는 연산 영역이 아니다. 그래서 활동지에 원주율을 3으로 제시해서 계산하게 하였다. 연습 문제를 5~10개 정도 풀고 나서 실제로 원으로 이루어진 공간이나 물체의 넓이를 구해 본다. 더 많은 아이들이 ‘원의 넓이를 구하는 방법’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익힐 수 있다.   이렇게 공부를 해도 아이들은 뒤돌아서면 잊어버릴 수 있다. 별도의 활동지와 교재를 통하여 학기 중과 방학, 1학기 말과 2학기 초, 학년말에 수시로 복습을 했다. 이때 아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아이들의 수준과 능력을 고려하여 과제의 양을 적절하게 조절 해는 주는 것이 중요하다.    

  항상 주목해야 할 점은 ‘못하는 아이들’이다. 부족한 부분에 대한 확실한 복습과 반복 지도, 끊임없는 격려가 필요하다. 이런 노력 끝에 실력이 향상된 아이들도 있다.  반면에 심각하게 누적된 학습 결손과 본인의 한계 때문에 계속해서 수학을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건 과정이다. 다음은 수학 시간에 아이들에게 자주 했던 말이다.


  “수학이 어렵고 힘들어도 당장 포기하지는 마세요. 우리는 노력하는 과정에서 아주 조금씩 발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점수가 중요할 수도 있겠지만 점수가 안 좋다면 다시 배우고 복습하면 됩니다. 지금 끝까지 모르는 건 다음 학기, 혹은 내년에라도 알게 될 수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참 멋있고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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