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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문 Jul 24. 2019

여학생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

  나는 고학년 여자아이들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일이 많이 힘들고 어려웠다.  사춘기 여자아이들의 문제는 어떻게 바라보고 접근해야 할 까? 

  여자 아이들은 보통 8살 정도부터 친구들과 놀면서 따돌림을 느낀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남자들보다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향이 강하고 학년이 올라 갈수록 친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일들을 민감하고 예민하게 받아들인다. 여자 아이들을 지켜보면 문제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문제가 없고,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사실 문제가 있는 경우가 있다. 

  우선 표정에서 드러난다. 친구들과 친하게 지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져 있다. 평소 어울리는 친구들과의 대화도 사라졌다. 하루 이틀 정도 지켜보고 대화를 시도한다.      


교사 : 요즘 친구들하고 이야기하는 게 많이 준 것 같은데, 혹시 무슨 일 있어?

영희 : 모르겠어요. 애들이 갑자기 말을 안 해요.

교사 :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말을 안 하는 거야? 

영희 : 네.

교사 : 속상하고 답답하겠다. 선생님하고 친구들하고 같이 이야기 해볼래?

영희 : 아니요. 그러고 싶지는 않아요.

교사 :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지내면서 계속 답답하고 힘들면 지금처럼 꼭 이야기해줘. 대화를 나누다 보면 문제가 조금씩 해결 될 수 있거든.     


  여자 아이들은 힘들어도 대화를 잘 안하려는 경향이 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자기들끼리 자연스럽게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에 우선은 대화의 선택권을 준다. 상황이 길어지거나 심각해지면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해야 한다. 이때는 힘들어도 이야기를 해야만 문제를 풀어 나갈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준다.

  만약 대화를 하겠다고 할 경우, 여러 아이들과 동시에 이야기하거나 처음부터 함께 이야기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교사 : 친구들 중 누구랑 이야기 하면 좋겠어?

영희 : 순희요.

교사 : 그래. 선생님이 순희랑 이야기해 보고 그 다음에 같이 이야기 하자.       

다른 아이에게도 비슷하게 대화를 시도한다.     

교사 : 순희야, 요즘 영희랑 무슨 일 있어? 서로 이야기를 잘 안하는 것 같아서.

순희 : 영희가 제 험담을 했대요.

교사 : 그래? 언제?

순희 : 지난주에 놀이터에서 그랬대요.

교사 : 영희가 어떤 험담을 했을까?

순희 : 제 외모를 가지고 이야기했대요.

교사 : 그랬구나. 그럼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 같이 이야기해보는 건 어때?     


  양쪽 여학생들의 동의를 얻고 나서 함께 대화를 할 때는 서로의 이야기가 일치 하지 않더라도 우선은 충분히 말하고 듣게 해준다.     


교사 : 내가 요즘 너희들을 살펴보니 서로 말도 잘 안하고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서 함께 이야기해봤으면 좋겠다. 누가 먼저 이야기 해줄래?

순희 : 저요. 지난주 토요일에 영희가 아파트에서 경희랑 놀면서 제 외모를 가지고 험담을 했대요. 

교사 : 순희는 그 이야기를 듣고 기분이 어땠어?, 

순희 : 좋지 않고 화났어요.

교사 : 그럼 순희가 먼저 영희를 보고 천천히 말해 볼까? ‘영희 네가 지난주에 경희에게 내 외모를 가지고 험담을 해서 기분이 안 좋고 화가 많이 났어.’라고 말이야. 

순희 : 영희 네가 지난주에 경희에게 내 외모를 가지고 험담을 해서 기분이 안 좋고 화가 많이 났어.    


  해야 할 말을 교사가 직접 일러주는 까닭은 아직 아이들이 이런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을 차분하게 전달하는 경험이 적기 때문이다. 상대 아이는 친구의 다듬어진 말을 직접 들으면서 함께 생각 하게 된다.     

교사 : 영희야, 순희가 무엇 때문에 화가 났대?

영희 : 제가 자기 험담을 했대요.

교사 : 어떻게 생각해?     

  만약 여기서 험담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먼저 사과를 하게끔 유도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영희 : 전 험담 안했어요. 그런 말 한적 없어요.

교사 : 그럼 영희가 순희를 보고 ‘나는 험담을 한 적이 없어’라고 이야기 해볼까? 

영희 : 나는 그런 험담을 한 적이 없어. 

교사 : 순희야 영희가 무슨 이야기를 했어?

순희 : 험담 한적 없대요.

교사 : 서로 말이 맞지 않은 부분이 있네. 그 부분은 지금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우니 좀 더 천천히 생각해보자. 영희는 순희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해줄래?

영희 : 순희가 갑자기 이야기를 안 해요. 친구들이랑 절 따돌리는 것 같아요.

교사 : 지금 한 이야기도 순희에게 직접 이야기 해볼까?

영희 : 네가 친구들이랑 날 따돌리는 것 같아.

교사 : 순희야 영희가 어떤 이야기 했지?

순희 : 내가 자기를 따돌리는 것 같대요.

교사 : 어떻게 생각해?

순희 : 따돌린 건 아니에요. 험담을 했다고 해서 화가 나서 말을 안 하는 거예요.

교사 : 그럼 그것도 이야기 해보자. 

순희 : 네가 내 험담을 했다고 해서 화가 나서 말을 안 하는 거야

교사 : 영희야 순희가 왜 이야기를 안 한대?

영희 : 제가 자기 험담을 해서요.     


  상대방이 한 이야기를 계속해서 확인한다. 친구의 입장과 상황을 스스로 말해보면서 문제를 되짚어 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 가는 과정이다.      


교사 :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해 보자. 영희가 먼저 이야기 해볼래?

영희 : 험담한 적 없으니까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면 위에서처럼 교사가 문장을 만들어서 알려 준다.)

교사 : 순희야, 영희가 바라는 게 뭐지?

순희 : 험담하지 않았으니까 오해하지 말아 달래요.

교사 : 순희는 영희가 어떻게 하면 좋겠어?

순희 : 험담한 적 없다지만, 난 그렇게 들었으니까 그런 건 조심해줘.

교사 : 영희야, 순희가 무슨 말했어?

영희 : 조심해 달래요.     


  무엇이든지 마무리가 중요하다.     

교사 : 너희들이 평소에 잘 어울리고 친하게 지내서 참 보기가 좋았는데 이런 일이 생겨서 나도 안타깝다. 각자 어떤 입장인지 알겠어. 많이 화나고 기분 안 좋더라도 서로에게 너무 심하게 대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도 계속 천천히 생각해 보자. 어려운 이야기 솔직하게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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