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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글로 Nov 01. 2021

상황과 맥락에 따라 아이들이 다른 언행을 보이는 이유

현장에서 써먹는 실용적 이해와 교육기법을 발굴하는 책 읽기



공군 조종석 설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으로 모든 공군 조종사의 신체 치수 평균값으로 접근하였다. 그러나 대니얼스 Gilbert S. Daniels는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고 보았다. 조종사 4,063명 중 10개 항목의 신체 치수 평균값과의 편차가 30% 이내인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3개의 항목에서 평균치에 드는 조종사의 비율도 3.5%가 안 됐다. 이것은 평균적인 조종사 같은 것은 없다는 이야기다.

‘노르마 Norma’ 조각상. 유명한 부인과 의사 로버트 L. 디킨슨 Robert L. Dickinson 박사가 조각가 아브람 벨스킨 Abram Belsskie와 합작해 탄생시킨 작품. 15,000명의 젊은 성인 여성들로부터 수집한 신체 치수 자료를 바탕으로 빚어낸 조각상이다. ‘노르마’ 닮은꼴 찾기 대회에서 9개 항목 전체에서 평균치에 가까운 여성은 3,864명 중 한 명도 없었다. 5개 항목에 한정한 경우에 평균치에 든 여성은 4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출처: https://jongbosam.tistory.com/292 [종보샘이야기]


[평균의 종말]은 

전투기 조정석과 표준 체형의 상징인 '노르마' 조각상 이야기로 시작해 아돌프 케틀레, 프란시스 골턴, 에드워드 손다이크, 프레드릭 테일러를 거쳐 우리가 사는 세상에 평균과 표준화의 개념이 어떻게 자리 잡게 되었고 그것들이 어떤 유익을 가져왔으며(이 부분은 아주 간단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책에 균형감을 주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알게 모르게 세계 지구인에게 영향을 끼치면서 얼마나 내면화되어 무의식에 자리 잡게 되는지 그 과정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이 과정을 살피면서 그 간 내가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평균의 개념에 대한 다시 돌아보는 과정을 함께 겪었다. 내게도 이런 사고 경향성은 상당히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의 형태로 내면화되어 있다는 것을 소름 끼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느끼면서 이해했다. 


저자 토드 로즈는 개개인성을 발전시켜나가고 개인이 그것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개개인성의 원칙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과업이라고 제안한다. 그가 제안한 대원칙 3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원칙은 들쭉날쭉의 원칙이다. 


인간은 복잡성을 가진 존재이기에 한 가지 지표로 대표되는 평균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조종석의 설계와 노르마의 사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기에 문제다. 

IQ 지수가 똑같은 두 사람이라고 해도 공통점 찾기, 어휘력, 퍼즐, 부호화 능력 등 세부항목별 수치를 들여다 모두 들쭉날쭉이다. 



같은 아이큐라도 세부항목의 편포가 다르기에 이 학생은 완전히 다른 지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고득점을 내는 선수로만 모아 놓은 뉴욕 닉스 농구 팀이 얼마나 폭망했는지 살펴보면 경기의 결과에 영향을 주는 농구 재능이 득점 능력과 함께 리바운드, 가로채기, 어시스트, 블로킹과 같이 선수마다 가진 다차원의 실력에 의해 좌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의 결과를 나타내는 득점 평균만이 선수 선발의 근거로 사용되었을 때 그렇게 구성된 팀이 실패하리라는 건 정말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해당 5가지 영역의 다 잘했던 선수는 거의 없었다. 따라서 농구팀은 각자 다른 영역에서 재능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잘 조합하여 구성해야 경기력이 상승한다. 이는 재능의 조합이 조직에 어떻게 녹아들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실례이다. 


두 번째 원칙은 맥락의 원칙이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인간의 특성이냐 특정한 상황이냐의 해묵은 논쟁에 대한 심리학계의 답이기도 하다. 


유형론의 약점을 선명하게 드러낸 완벽한 논리가 전개된다. 

그렇다고 유형론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유이치 쇼다 워싱턴대 교수팀의 뉴햄프셔주 웨디코 칠드런스 서비스(여름 숙박형 아동 여름캠프 프로그램)에서의 참가 아동 연구를 통해 아래의 결론을 얻는다. 


쇼다는 우리 인간의 정체성에는 
어느 정도 일관성이 있음을 증명했다.
다만, 그것이 사람들이
으레 생각하는 그런 일관성이 아닌
특정 맥락에서의 일관성일 뿐이다. 

(평균의 종말)



쇼다는 특정 상황적 맥락과 함께 
그 사람을 성격의 특성을 묘사하기를 권장한다. 
(평균의 종말)


예를 들자면 외향적이냐 내향적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로 대답할 수 없으며 상황에 따라 외향적인 사람이 내향적이 되기도 하고 내향적인 사람이 외향적이기도 하다. 부모와 있을 때는 불친절한 사람이 친구와 있을 때는 친절할 수 있다. 학교에서는 공격적인 사람이 집에서는 순한 양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천성이란 허상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기질은 상황과 맥락과 분리된 채 유형화될 수 없을 뿐 아니라 특정 상황과의 상호작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렇지 때문에 유이치 쇼다의 제안이 상당히 유효하다. 




세간에 인기를 얻고 있는 MBTI나 에니어그램과 같은 성격유형 검사는 이런 작가의 의견에 나름 대치점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MBTI 네 가지 기준 척도


개인적으로 MBTI 관련 강사 자격을 취득하고 상당히 오래 사용하였지만 늘 인간을 16가지의 유형의 나눈다는 것이 인간의 다양성을 설명하기엔 상당히 역부족이라는 생각을 늘 하던 차였다.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이상했던 점은 유형이 나에게는 상당히 들어맞는 것 같은데도, 같은 유형의 사람들이 (나의 경우는 검사를 10회 이상 하였지만 늘 ISTJ였다) 상당히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런 점에서 유이치 쇼다의 연구와 그 결과, 그리고 그 제안은 그런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었던 설명이었다. 


우리가 만나는 사람이 일정 성격 유형처럼 생각되는 이유는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이 대개 특정 상황에서만 만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직장 동료들은 나를 직장에서의 모습만 본다. 즉, 직장이라는 맥락(특정 상황)에서 발현되는 나의 성격을 보는 것이다. 집에서의 나의 모습은 또 다를 수 있다. 가족들은 집이라는 맥락에서의 '나'를 본다. 그래서 직장에서의 발현되는 '나의 모습'을 또 모를 수 있다. 가끔 가족들이 나를 모른다고 생각되면, 아마도 그런 의미일 것이다. 


또 친구들을 만나면 그때의 '나'는 또 다르다. 


가끔 학부모님 중에 학교에서의 아이의 생활을 이야기하면 

"우리 아이는 집에서는 안 그러는데요?"라며 마치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듯이 정색하면서 반응하는 분이 계신다. 


이것이 바로 맥락에 따른 아이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경우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렇게 반문한다. 


"어머니, 혹시 집에 아이들을 남자아이 15명, 여자아이 12명이 있나요?

(당해 학급의 구성 인원수를 언급하면서)"


아이도 상황과 맥락이 달라지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어머니도 시댁에서와 친정에서의 행동이 같지 않으시죠?" 

어른이 그렇게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외동이거나 다른 연령의 형제 1,2명이 존재하는 가정과 같은 연령의 남녀 학생이 각각 10명 이상 상호작용하는 교실은 그 상황이 매우 다르다. 또한 교실은 가정과 다르게 체계적으로 수업을 통해 교육이 발생하는 곳이다. 비의도적 교육도 이뤄지지만 의도적 교육이 더 중심이 되는 장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맥락은 개개인의 학생 가정에서 겪는 것과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그렇기에 가정에서의 행동 패턴과 다른 방식의 행동 패턴이 나타날 수 있는 주요한 이유가 된다. 


유이치 교수의 제안을 반영한다면 가정에서의 아이의 모습과 학교에서의 아이의 모습이 다를 수 있다. 물론 유사한 경향성을 보일 수도 있다. 다만 그 모습이 가정은 가정대로, 학교는 학교대로 유지된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되겠다. 


맥락과 성격을 같이 묘사하는 것이 좋겠다는 유이치 교수의 제안이 의미 있는 이유다. 


다만 교사와 부모는 학교에서 그리고 가정에서
어떤 요소들이 그러한 행동 패턴을 유발하는지에 대해 이해할 수 있다면 
아이의 행동변화에 대해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고 할 수 있다. 
그 이해를 위해서는 반드시 적절한 관찰이 필요하다.
(샘글로)




 세 번째 원칙은  경로의 원칙이다. 


인간의 발달은 종류를 막론하고 단 하나의 정상적인 경로라는 것이 없으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경로는 각자의 개개인성에 따라 결정된다는 원칙이다.  들쭉날쭉의 원칙과 맥락의 원칙을 고려하면 성장의 속도와 길이 그물망처럼 다양하다는 경로의 원칙은 자연스러운 결론이다. 


작가는 융통성 없이 경직된 학제와 교육과정, 배움의 느린 속도를 열등함으로 받아들이는 시스템을 비판한다. 중학교 때 ADHD 장애 판정을 받은 뒤 성적 미달로 중퇴했으나 결국 하버드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작가의 개인적인 인생 경로가 이 원칙의 살아있는 증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로의 원칙을 업그레이드하여 발간한 책이 바로 '다크호스'다. 


바로 다른 경로를 통해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이들의 이야기는 평균의 종말의 실사 버전이라고 할 만큼 생생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다크호스


        


책에서 발굴한 교육적 이해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의 행동 패턴이 충분히 다를 수 있다. 

그 이유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행동 유형이 적응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성격 유형론(MBTI, 애니어그램)에서 말하는 전반적 유형이 의구심을 주는 점을 유이치 교수는 잘 지적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무용지물은 아니다. 유사한 상황에서 유사한 행동 패턴을 보이는 증거가 있기 때문이다. 


즉, 상황별로 행동 반응을 관찰을 통해 살펴본다면 아이든 어른이든 유사한 행동 패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발굴한 교육 기술 1 : 상황과 맥락별 패턴을 이해하기 위한 관찰


한 아이가 가정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은 일정한 편이다. 한 학생이 학교의 교실에서 보이는 행동 패턴도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렇다면 그 행동 패턴은 일정한 기간 동안 관찰을 지속한다면 어떤 패턴이 나타나는지 알 수 있다. 이것은 "관찰"이라는 기술이다. 


관찰의 기술은 쉽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쉬운 기술이 아니다.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보는 것이다. 어떤 목적을 가진 것일까? 

학생에게 어떤 강점이 있으며, 어떤 약점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그를 통해 교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방향성을 찾을 수 있다. 


관찰은 

"어떤 강점을 자극하고 발전시킬 것인가?"

"어떤 약점인지 파악하고 그것의 원인을 분석한다. 그리고 그것을 제거하거나 전환할 수 있는 어떤 교육적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인가?"

 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중요한 교육의 도구(TOOL)이다. 


교사가 꼭 알아야 하는 것은 관찰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잘할 수 있는 기술이 아니라는 것이다. 


학생에 대한 애정이 없는 교사는 꾸준히 그리고 지속적으로 관찰할 수 없다. 

애정이 있는 교사는 학생에게 뭔가 발전하기를 기대하는 교사이고, 

발전을 기대하는 교사는 뭘 발전시킬지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하려고 한다. 

그러려면 뭘 어떻게 발전시켜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데 

그걸 하려면 반드시 "관찰"해야 한다. 


그러므로 관찰을 잘하는 교사는 이미 훌륭한 교사다. 





* 교육적 이해 영역은 교육 기술을 실행하기 위한 선지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순히 맹목적인 실천이 왜 좋은 것인지를 모르고 하면 상황과 맥락이 바뀌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육 기술의 바탕인 교육적 이해를 가지고 교육기술을 구사한다면 맥락이 변하는 것에 따라 실천도 수정할 수 있습니다. 


* 교육 기술 영역에서는 단순히 '~~~를 하라."는 형식이 아니라 가급적 그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여 읽는 독자가 일상에서 실행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자 합니다. 


* 자세히 안내하려고 하다 보면 글이 길어질 수 있는 점은 양해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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