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작품은 나라는 존재의 방식: 조급함이 멈춘 자리에

by 재미나
'풍요의 마인드 셋'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 릭 루빈 지음)
예술의 원재료는 우리 안에서 강처럼 흐른다. 우리가 작품과 아이디어를 공유할 때마다 다시 채워진다. 그것을 안에만 가둬둬서 강이 흐르지 못하게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빨리 나오지 못한다. p.178


'진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시대, 우리는 어떤 존재방식을 택할 것인가?


최근에 읽은 책들은 ('세상 끝의 카페 - 존 스트레레키 지음', '혼모노 - 성해나 지음') 공통적으로 '존재', '진짜'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숨이 막히도록 많은 정보가 AI와의 결합하여 우리 삶에 들어와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한없이 편안한 일상을 보내면서도 우리는 늘 불안하고 조급하다. 삶의 정답을 설명해 줄 수 있는 초능력자는 세상에 없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진짜일까? 창조적 행위, 예술, 존재와는 어떤 상관이 있을까? 지금 존재하는 나 자신만큼 확실한 것이 있을까? 한번쯤 조용히 이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나의 가능성과 앞으로 가야할 방향에 대해 조금 명확해지지 않을까?


사뮈엘 베케트의 텅 빈 무대, 고도를 기다리던 나는 타인의 속도에 조급해하며 ‘완벽이’와 나를 비교했다. 그때 에머슨의 문장이 닿았다. “인생의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 이 단순한 문장은 타인의 시계에 맞추려던 조바심을 멈추게 했고, 저항할 수 없는 내면의 명령, 즉 나만의 ‘극성(Polarity)’을 긍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릭 루빈의 다정한 목소리가 담긴 『창조적 행위: 존재의 방식』은 그 극성을 어떻게 삶이라는 예술로 피워낼 것인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건넨다.


릭 루빈은 창조성을 특별한 재능이 아닌, 세상을 감지하고 받아들이는 ‘안테나’를 조율하는 과정이라 말한다.

창조는 모든 것에서 시작된다는 루빈의 말처럼, 내 일상의 모든 하거나 하지 않은 말과 행위는 나라는 악기가 우주의 신호를 수신하기 위해 스스로를 미세하게 조율하는, '준비’의 과정이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내면의 방해꾼과 마주한다. 루빈은 창조적 흐름을 막는 ‘작업에 도움 되지 않는 생각과 습관’들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몇 가지 적어본다. 종이책 p.124

내가 충분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생각

필요한 에너지가 없다는 느낌

시작할 수 없을 만큼 목표를 너무 크게 세우는 것

시작하거나 나아가기 위해 허락이 필요하다는 느낌

조바심

나는 이 목록들을 보며 그동안 내가 얼마나 나 자신을 몰아세웠는지 깨달았다. 특히 '내가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과 '조바심'은 '완벽이'들의 환상에 흔들리며 나를 갉아먹던 고질적인 병이었다. 하지만 루빈은 결과에 대한 집착 대신 ‘인식의 상태’에 머물라고 조언한다. 불꽃이 언제 터질지 조급해하기보다, 젖은 장작을 고르고 말리는 그 ‘정직한 숙성’의 행위 자체가 이미 창조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예술가로 살아가는 것은 수행이다. 수행은 하거나 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수행을 잘하지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는 예술가의 작품을 결과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술가의 진짜 작품은 그가 세상에 존재하는 방식이다." 종이책 p.46


이 문장은 내게 엄청난 해방감을 주었다. 내가 그토록 견디기 힘들어했던 ‘서툰 나 자신’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었다. 타인의 불꽃을 빌려 쓰는 사람이 아니라, 내 안의 극성을 따라 스스로 화목난로를 지피는 나의 ‘존재 방식’, 그것이 바로 나의 진짜 작품이었다.


이제 나는 즐거운 사실과 즐겁지 못한 사실을 솔직하게 장부에 기술하며 내 안의 양극단을 수용한다. 세상은 냉혹하며 내 비위를 맞추지 않지만, 루빈의 말처럼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나타나는 것을 겸허히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다.


오늘도 고도는 오지 않았고 세상은 여전히 냉정하다. 릭 루빈이 일깨워준 대로, 나의 긴 숙성의 시간은 그 자체로 가장 나다운 예술이다. 늦게 타오르는 만큼 더 길고 단단하게 갈 나의 불꽃을, 그리고 그 불꽃을 피워내기 위해 오늘도 기꺼이 젖은 장작을 말리는 나의 정직한 ‘존재 방식’을 선택하고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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