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이 공존하는 색깔

제프리는 파랑을 좋아해요|로레타 가벗 글, 릴리 스노든파인 그림

by 푸린



일장일단.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때로는 장점이 곧 단점이 된다고도 말한다.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더욱 개발하며 살아가야 한다. 정말 말은 쉽고 실행은 어려운 말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어떤 일을 쉽고 수월하게 하는 것 같아 보인다면 고수의 경지이기 때문이라고도 하고, 그게 바로 재능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


최근의 나는 나의 보잘것없고, 작고, 하찮은 장점을 좀 더 보듬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단점만이 태산같이 많아 보이는 보기 싫은 나는 일단 내버려 두고 말이다. 그렇지만 아직은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특별히 싫어하는 것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색깔만큼은 분명한 편이었는데, 이는 선택이 혼란스러운 나에게 안정감을 주는 장치이기도 했다.


한때는 좋아하는 색깔로 사람들의 성격을 유추하는 것도 유행했다. 색깔로 사람의 성격을 완전히 알 수는 없지만, 선호하는 색상이나 색에 대한 반응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 상태나 성향의 일부를 유추할 수 있다는 연구와 심리학 이론도 있다. 이렇게 색채에 대한 언급을 하는 이유가 있다. 이 책의 이야기가 주인공 제프리가 좋아하는 색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일지 조금 더 들여다보자.






제프리에게 파란색은 완벽한 색깔이다. 파란색 양말을 신고, 파란색 속옷을 입고, 파란색 모자를 쓰고, 파란색 물감만을 사용한다. 어느 날, 제프리가 파란색을 독점하는 바람에 같이 미술 수업을 듣는 친구 케이는 그 색을 쓸 수 없어 서운해함을 알게 된다. 제프리는 다른 색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기 싫었지만, 친구를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과연 제프리는 친구에게 물감을 양보할 수 있을까?


파랑이 제프리에게 완벽한 색깔인 이유는 이렇다.

낮과 밤을 한 가지 색으로 다 담을 수 있다는 점.


나에겐 너무나 낭만적인 단어였다. 작가는 완벽한 색을 찾는 것은 완벽한 단어를 찾는 것만큼 어렵다고 말했다. 어렵사리 찾은 단어가 나에게 덜컹하고 와닿은 완벽한 단어가 됐다.



하지만 한 가지 색만, 넓게는 한 가지 취향만 고집해서는 다른 사람과 함께할 수가 없다. 우리는 싫어도 섞여 살아야 한다. 그 말은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순 없다는 점이다. 누구나 그것은 스트레스다. 자기 통제를 벗어나는 일은 우리에게 좌절감과 무력감을 안겨준다. 제프리는 좋아하는 파란색을 친구에게 양보해야만 하는 두려움을 무엇으로 극복했을까?


바로, 어렸을 적 좋아하던 소방차를 떠올렸다. 빨강, 아주 밝은 빨간색 소방차.

그렇게 빨간 수레에 탄 빨간 닭을 그린 제프리. 이제는 새 양말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빨강으로!


파란색을 너무 좋아하던 제프리의 세상은 온통 낮과 밤이 파랑으로 가득 차 있던 사람이었다. 그런 제프리가 친구에게도 파란색의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서 빨간색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는 또 다른 제프리의 세상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항상 해오던 것에서 벗어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나는 한 뼘 성장한 제프리가 귀엽고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그렇게 색감에 대한 이해가 하나씩 늘어나겠지? 그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하나씩 경험해 나가는 것이 우리 삶의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삶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어가는 과정이라고 한다. 잘 사는 것이 곧 잘 죽는 것이라고도 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이 많을 때면 허무하단 생각도 들고, 모든 것이 부질없이 느껴지기도 했다. 특히 '나에게만' 이런 힘들 일이 닥친다는 생각이 들 때면 그 생각은 더욱 힘이 강해졌다. 좋아하던 것도 아무 의미가 없어졌을 때,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 눈에 들어오는 색깔 하나를 정해 보는 것은 어떨까?


아무 의미 없는 일상에 색감을 하나 톡 떨어뜨리는 것, 아주 작은 일이지만 그 파장은 기대 이상이 될 수도 있다. 무채색, 회백색만이 떠오르는 일상에 파랑, 빨강, 노랑, 좋아하는 색을 늘려가다 보면 다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나는 그게 살아있어도 죽어있는 사람들이 다시 삶을 찾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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