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새벽
오늘 다루는 주제는 많은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다. 어디에서는 잠자기 3시간 전엔 먹거나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하고, 어디선 오히려 허기지면 오밤중에 깨거나 잠을 설칠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 아니 대체 뭘 어쩌라는 거야? 배부른 채로 자? 아니면 공복에 자?
'잠들기 전 3시간 공복'을 주장하는 파는 비만이라는 사람들의 골칫거리를 이유로 든다. 저녁식사가 끝나고 먹게 되는 거의 모든 음식은 그대로 살로 가니 극구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우리 몸은 자기 전 배 채워주기를 원한다.
자기 전 음식을 먹으면 노곤해져 빨리 잠이 온다는 주장은 여러 가지 과학적 증거가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을 생성하는 트립토판, 이건 대개 단백질에서 얻어지는데, 저녁에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트립토판 때문에 멜라토닌 생성이 촉진되고 잠이 잘 오게 된다.
식사를 하면 우리 몸의 혈액이 위로 집중되고, 우리의 머리는 일시적으로 노곤한 상태가 된다. 예를 들어 밤늦도록 깨어 있으면 아드레날린과 배고픔 호르몬인 그렐린이 활성화되는데, 음식 섭취가 이 그렐린 호르몬을 잠재우게 되고, 이어 잠이 잘 오게 된다는 거다. 보통 그렐린은 성장 호르몬과 생성 원류가 비슷해 정오부터 새벽 사이에 절정을 달리는데 여기에 야식까지 먹어주니 배고픔 호르몬 그렐린의 역할이 강화된다.
그렐린 호르몬을 가지고 재밌는 실험을 한 적도 있다. 아침밥을 먹는 사람과 그러지 않는 사람의 그렐린 농도를 조사했다. 그랬더니 아침밥을 먹는 사람의 경우 아침 식전에 그렐린이 정상적으로 올라가 있어 배고픔을 자극하는 반면, 아침밥을 먹지 않는 사람은 그렐린이 작동을 멈추고 올라가 있지 않았다고 한다. 아침밥을 먹지 않던 사람이 아침에 밥맛이 없다 말하는 것은 결국 사실인 셈이다.
습관을 들이자. 그렐린이 분비되어도 먹지 않는 것이 반복되면 그렐린은 더 이상 올라가지 않는다. 즉 잠들기 전 먹지 않는 것이 일상화되고, 배고픔 호르몬도 더 이상 허공에 대고 '배고파 미치겠어~' 소리 지르기를 멈추게 된다. 반대로 먹지 않아야 할 시점에 지속적으로 음식을 투입하면 우리 몸도 자연스럽게 배고픔을 충동질해 먹는 욕구를 강화시킨다.
또 다른 해석은 잠들기 전 섭취하는 탄수화물과 당분은 포도당이 되고, 이것이 혈액에 섞여 뇌로 옮겨지게 되면, 포도당에 자극받은 뇌는 렙틴과 콜레사이스토키닌 등의 물질들을 분비하게 된다. 이 때문에 신경이 자극되고, 이어 포만감을 느낀다. 결국 생긴 포만감과 위에서처럼 노곤한 느긋함이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시키고 이내 잠이 오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밝혀진 바로는 식사를 하면 각성을 촉진하는 오렉신의 활동이 약해진단다, 말똥말똥 깨어남을 담당하는 오렉신의 활동이 저하되는 곧 잠이 오게 된다.
전문가들의 여러 의견을 종합해 보자. 잠자기 전 음식을 먹게 만드는 주범 역시 습관이란 생각이다. 밤에 먹을 수밖에 없도록 우리 몸이 조건화되기 때문이다. 잠을 자고 싶어 그 노곤함의 효과에 취하게 되면, 밤에 음식을 먹기 시작하게 된다. 결국 우리 몸은 먹을 수밖에 없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다.
또 하나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야식에 조건화된 우리 몸은 그에 맞춰 모든 준비를 완성한다. 야식을 먹으면 배가 든든하다는 느낌 신호를 보낸다. 그리고 이내 잠이 잘 오면 그 느낌 신호와 잠을 곧바로 연결시킨다. 하지만 그 사이 엉뚱한 소화 기관 위는 심각한 상태에 빠지게 된다.
잠자는 동안 우리 위는 기능이 현저히 저하된다. 신체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누워만 있는 상태가 되는데, 이때 위는 그 기능을 멈추게 된다. 잠자기 위한 포만감을 가지려 위에다 음식을 꽉꽉 채우면 위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면서 위액만을 계속 분비해 주는 상황이 된다. 결국 기능이 멈췄으니 아래로 내려가지 못한 위액은 기도로 역류하는 일까지 생긴다. 이게 바로 우리가 잘 아는 역류성 식도염이다. 겪어 본 사람은 그 고통을 안다.
그래서 밤늦게 먹고 바로 자는 습관은 매우 위험하다. 먹고 나서 어느 정도 소화가 진행될 때까지 깨어 있던가 앞서 배운 대로 잠들기 3시간 전에는 공복을 유지한다. 허기 때문에 정말 잠들기 어렵다면, 따뜻한 우유 한 잔이나 가벼운 샐러드 한 접시 정도로 달래주는 것이 좋다. 필자는 보통 뜨거운 우유 한 잔을 마시는데 잠 잘 오게 하는 멜라토닌 생성을 돕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유가 아닌 카페인 음료나 담배, 술로 대체하는 것은 신경을 흥분시켜 오히려 잠의 질을 나쁘게 만든다. 가급적 잠들기 전에는 커피, 홍차, 녹차 등을 피하는 게 좋다.
좋고 깊은 잠을 자기 위해선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제법 많다.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게 되는, 하찮아 보이고 때론 지극히 평범한 것들이 놀라운 결과들을 만들어 낸다. 여러분은 저녁 식사가 질 좋은 수면에 큰 영향을 준다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대로 된 잠 공부를 하기 전까지 그런 상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질 좋은 수면은 저녁 식사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저녁 취침 3시간 전까지 단 80퍼센트의 포만감을 느낄 정도로만 먹고, 가능하면 먹는 음식도 가린다. 예를 들면, 저녁 식사로 피해야 할 부담스러운 음식 같은 것들이다. 닭튀김이나 돈가스 같은 열량이 높고 소화가 잘 안 되는 음식은 우리가 잠자는 동안 소화기관을 쉬지 못하게 만든다. 이런 종류의 음식들은 3시간 전 80퍼센트의 포만감으로 먹더라도 마찬가지다.
소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고기나 달걀흰자, 참치, 콩, 우유, 벌꿀, 붉은 살 생선 등은 좋은 잠을 위해 필요한 음식이다. 이들 식품엔 아미노산의 일종인 트립토판이 많이 함유되어 있다. 그런데, 트립토판은 우리 몸에 들어가 '세르토닌과 멜라토닌'이란 진정 효과와 수면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바뀐다.
해당 수면 촉진 호르몬 효과를 배가시키는 방법도 있다. 아이러니 하지만 쌀이나 감자, 빵, 파스타 같은 탄수화물을 같이 먹으면 도움이 된다.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포도당이 되어 트립토판을 뇌로 보내는 작용을 돕는다. 즉, 트립토판이 많이 포함된 식품과 탄수화물 식품을 균형 있게 섭취하면 잠자리가 한결 편안해진다.
이외에도 잠을 부르는 식품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아시다시피 대표적인 것이 상추인데 포함된 락투신과 락투코피크린이 잠을 촉진시킨다. 유럽에서 상추는 '먹으면 잠이 오는 채소'로 알려져 있다. 다음은 양파다. 자율 신경이 움직임을 조정하는 비타민B가 풍부하다. 낫토는 비타민B12가 풍부해 자율신경 균형을 잡아준다. 이외에 조개나 두부, 정어리, 간 등에 트립토판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잠드는데 효과적인 식품이라고 해서 많이 먹는 것은 어리석다. 많이 먹는다고 극적인 효과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어느 누가 뭐래도 가장 기본은 '영양이 골고루 들어있는 음식을 규칙적으로 먹는 식사'다.
바쁜 회사 생활을 하려면 아무래도 아침은 커피, 빵 한 조각으로 때우고, 점심에는 밀가루 음식, 저녁엔 거창하게 먹는 패턴에 빠지기 쉽다. 이래선 질 좋은 잠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소화가 잘 되는 음식을 잠자기 3시간 전에 먹고, 좋은 잠을 잔 뒤 개운하게 일어나 아침형 인간이 되어보자. 새벽의 청명한 기운으로 하루 필요한 에너지를 갈아 끼우고 새 출발을 하는 것이다.
아침을 제대로 챙겨 먹으면 육체와 정신 모두 깨어나 본격적인 활동 시작을 위한 준비를 한다. 머리도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아 맑아진다. 낮엔 오전에 쓴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한 균형 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오전 에너지를 어느 정도 썼는지 가늠해 보자. 대신 저녁은 가볍게 끝내는 거다. 이왕이면 영양이 고루 있고, 소화가 잘 되면서 수면에 좋은 음식으로 식단을 짜보는 거다. 이런 작은 식습관의 변화가 좋은 수면 리듬을 부르고,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으며, 나아가 몸 건강 상태까지 좋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작은 일 하나라도 소홀하지 말자.
애써 숙면과 음식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가장 눈에 띄었던 기사를 참고로 정리해 본다. 잘 적어뒀다가 여러분도 잠자기 전 챙겨 먹어보길 바란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일반적 개론은 멜라토닌은 마그네슘과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했을 때 제대로 만들어진다. 식습관 개선만으로 숙면의 질을 바꿀 수 있다니 놀라울 뿐이다.
- 헬스인 뉴스 2021년 4월 21일 자 『숙면을 돕는 9가지 음식 아이디어』 참조
블루베리 같은 베리류에 들어 있는 당류는 뇌의 세르토닌 생성을 증폭시켜 숙면에 도움이 되며, 요구르트는 수면을 촉진하는 트립토판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일반적으로 요구르트는 아침식사 대용으로 먹는 경우가 많은데 저녁 후 디저트로 즐겨보자. 잠드는 것이 훨씬 쉬워질 것이다.
저녁 식사 후 달콤한 디저트나 간식을 포기할 수 없다면 다른 것보다 '타르트 체리 주스'를 선택하자. 타르트 체리에는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풍부하다. 불면증 환자에게 처방되는 '멜라토닌 처방제'의 그 멜라토닌이다. 불면증을 겪는 이에게 타르트 체리 주스를 섭취하게 한 결과 유의미한 결과를 얻어다는 보고가 있다. 호두나 파스타치오, 아몬드 등은 천연 멜라토닌의 보고로 꼽힌다.
병아리콩과 우유는 수면 개선에 도움이 되는 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 풍부하게 들었다. 트립토판은 뇌에서 앞선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과 이완 촉진 신경전달 물질인 세르토닌으로 전환된다. 올리브 오일과 소금을 넣어 바삭하게 구운 병아리콩과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밤 간식으로 먹으면 훨씬 가벼운 아침을 맞을 수 있다.
키위는 항산화제와 세르토닌의 공급원이 된다. 키위는 최근 연구로 수면 장애가 있는 성인에게 잠이 잘 오고, 수면을 지속시키며, 그 질까지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듣기만 해도 건강스럽고 맛있어 보인다. 재료들은 모두 마그네슘이 풍부하게 들었다. 마그네슘이란 멜라토닌 생성을 촉진하고, 수면주기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이다. 또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 물질인 GABA(감마 아미노 부티르산)을 증가시켜 생각을 늦추고 잠이 빨리 들게 한다. 몸에 마그네슘이 부족하면 불면증이 생긴다고 하니 마그네슘에 신경 써 식단을 조절하자.
앞선 시금치 샐러드보다 간단하게 즐길 수 있으면서 효과적인 것을 원한다. 그런 측면에서 땅콩과 바나나는 매력적이다. 그냥 섭취하거나 소화되기 쉽게 땅콩버터와 바나나를 갈아 한 잔의 주스로 즐겨보라. 마그네슘 공급뿐 아니라 혈당이 급속하게 오르는 것을 막아준다. 당뇨에 좋고, 불면증에도 좋은 음식이다.
저녁 식사에 가급적 생선이나 계란, 치즈 등의 단백질 식품을 빠트리지 말자. 단백질 아미노산은 잠재적인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피로감을 개선해 결국 전체적은 수면 질을 올리는 좋은 식품이다.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있으니 가끔 지루하면 돌려가면서 활용해도 좋을 것 같다. 허브티는 훌륭한 수면 보조제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진정 작용이 있다. 카모마일 차 속에 있는 아피게닌은 황산화 성분으로 마음을 진정시키고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효과를 보인다. 최근 패션플라워차가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보고도 있으니 참고하자.
드디어 마지막이다. 마지막도 우유니 확실히 우유가 잠에 도움이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대미를 장식할 거라 그런지 이름 한번 프리미엄 하다. 황금 우유, 카레의 재료인 강황은 항산화도 되고 항염작용도 해 오랫동안 약재로도 쓰여왔다. 강황 속 노란색 식물성 색소 커큐민은 세포의 활성화를 돕고, 피로감을 개선해 주는 탁월한 효과가 있다. 그러니까 이 강황 가루를 탄 우유에 후추를 조금 뿌리면 커큐민의 흡수를 도와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여기에 계피나 육두구, 꿀 등을 취향에 따라 넣어 즐겨도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