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시간 속으로 배다.
뒤돌아보니 까마득할 만큼 걸어왔네요. 예전엔 몰랐던 선배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 나이가 됐습니다. 젊은 날의 나는 가만히 보면 제 살기 바빴던 것 같습니다. 주변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어요. 사업하며, 하루 멀다 하고 벌어지는 사건에 날이 어두워짐과 동시에 맥이 탁 풀렸습니다.
그땐 그렇게 스스로 병들어 간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어리석죠. 지금 생각해 보니. 무엇 때문에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정신을 차리게 된 건 믿던 동업자가 등 뒤에 칼을 꽂았을 때입니다. 처음엔 그게 억울하고, 미칠 것만 같았습니다. 한참을 애먹었죠. 정신이 반쯤 나갔습니다. 다행히 곁에 가족이 있어 선을 넘진 않았지만, 자칫했으면 못 견뎠을 만큼 무척 힘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야 알았습니다. 그리 사는 못난 중생을 안쓰러워 한 신의 배려라는걸. 지금껏 그리 살았다면 큰 병마가 찾아왔거나 다른 사람 아닌 제 스스로 제 삶을 포기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뭘 하는지도 몰랐고, 왜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이미 전력을 다해 달리고 있었으니 멈출 수가 없었던 거죠. 멈춰 선 안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누군가 세워주기 전까지 폭주하는, 노선을 이탈하더라도 멈추는 것이 더 나은 상황 말입니다.
온 기력을 썼으니 물에 빠진 상태에서 심연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습니다. 박차고 수면으로 오를 힘도 없었습니다. 이쯤 되면 몽롱해져야 하는데 정신만은 또렷해 그 두려움과 공포를 고스란히 느껴야 하는 상태. 그 암암한 상황은 꽤 오랫동안 지속됐습니다.
끝이 없을 것만 같았던 가라앉음도 결국 바닥을 만나더군요. 어두워 보이진 않지만 발끝으로 더듬더듬 단단한 것이 느껴져 바닥인 줄 알게 된 겁니다. 혼란스러웠습니다. "박차고 올라가야 하나? 내려온 거리가 꽤 돼서 그럴 힘이 없을 것 같은데 ..," 망설임이라는 늪에 빠진 거죠. 핑계라는 족쇄를 차고. 그렇게 그 늪에서 필자는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계기를 맞이합니다. 정말 하찮고 괜한 쓰임 같지만 그만한 나이의 아이들에겐 전부였을 캐릭터 스티커를 딸아이는 산다고 울고, 머뭇거리다 아이에게 화를 내는 아내를 보는 순간, 각성을 했죠. 순간 온몸의 감각이 살아나면서 내가 물속 어느 깊이에 가라앉아 있는지, 얼마나 한심한 짓거리로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지 느껴졌습니다. 그제야 빈 쌀독이 눈에 들어왔고, 딸아이 양말에 구멍이 보였으며, 악다구니처럼 변한 아내의 눈에 고인 눈물이 보였습니다. 어둡다는 핑계로 보지 않았던 것들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벽지에 스민 곰팡이가, 뭣 하나 아이들에게 맘 편히 사줄 수 없는 아내의 너덜너덜해진 고통의 심장이.
3년 독서 1천 권 프로젝트, 매일 글쓰기, 상권분석학, 미라클 모닝 정말 할 수 있는 건 다했습니다. 열린 도서관에 찾아 들어 책을 읽고, 매일 스스로 약속한 어쭙잖은 글을 썼습니다. 당장 밥벌이를 위해 공부를 하고, 조금 빨리 목표한 결과를 앞당기기 위해 미라클 모닝을 했습니다. 그리고 변했습니다.
눈 덮인 벌판
함부로 어지럽게 걷지 마라.
오늘 내가 밟고 간 발자국이
뒤 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이양연 (조선후기 문신)
신은 스스로 바꾸려 마음 도장 찍은 사람을 돕습니다. 어느 누구도 아닌 여러분만이 그 계약을 맺을 수 있죠. 계약 조건 란에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백지 계약서, 그 조건 백지에 무엇을 기입하든 그건 당신의 전적인 자유입니다. 포기, 절망, 시기, 비관을 기록하든, 희망, 용기, 성공, 행복, 진정한 부를 기록하든 당신의 자유죠.
이유를, 동기를, 방법을 밖에서 찾으려 하지 마세요. 돈을 주고 사 온다거나 누군가에게 빌려온다거나 할 수 없는 거예요. 아니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왜? 이미 가지고 있으니까. 이미 당신 안에 태어나면서부터 갖고 있는 힘을 찾으세요. 슈퍼 히어로가 자신 내면에 숨겨진 슈퍼 파워를 각성해 영웅이 되는 것처럼, 이미 당신 안에 당신을 당신 삶의 주인공으로 만들 힘이 내재돼 있습니다. 밖에서 궁상맞게 구걸해 얻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걸 밖에서 찾으려 하면 시간 낭비하는 거예요. 그건 남에게 밖에서 절대 가지고 당신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겁니다. 당신 안에서 넘쳐 밖으로 나가는 거지 가져와 안에 욱여넣는 성질의 것이 아니에요. 같은 사물과 상황을 봐도 아무런 깨달음이 없는 사람, 그 안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깨닫는 사람 다른게 아니라 다 같은 겁니다. 자꾸 자기 계약서 남에게 좀 써달라고 해봐야 자신과 관계없는 계약서 도장 찍어 줄 사람 없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