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늦기 전에 다시 나는 책
사람이 변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소설책을 읽다가도 깨달음은 온다. 뭐든 사람 마음먹기에 달렸다. 어딜 다니든 책을 읽어라. 그럼 삶이 바뀐다고 외치며 다니니 어느 강연장에서 불쑥 독자 한 명이 질문을 던진다. "저도 제법 읽는데 전 안 바뀌던데요?", 이런 질문은 사실 강연장이 처음이 아니다. 이메일로는 더 많이 온다.
나는 능숙하게 질문자에게 되묻는다. "책을 어떻게 읽으시나요?" 그의 독서법을 이것저것 묻는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들의 독서법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딱 하나! 책을 읽고 난 다음 이어지는 그들의 행동에 있다. "미라클 모닝"을 읽었으면, 아침형 인간으로 바뀌려는 계획을 잡거나 조금씩 일찍 일어나려는 일련의 행동을 해야 한다. "백만장자 메신저"를 읽었다면, 저자가 알려주는 백만장자가 되는 여러 가지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쯤은 시도해 봐야 하는 것 아닐까? 백날 읽고 행동하지 않는 독서는 그 어떤 삶의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다.
열심히 읽고 매번 깊은 감동으로 끝나는 독서, 언뜻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낸다면 밭을 갈고, 이랑을 세워 작물을 심은 다음 물을 조금 주다가 열매 맺기 전에 다시 밭을 갈아엎는 것과 같다. 우린 작물이 열매 맺기 전까지 넘어지지 않게 대를 세우고, 자라난 풀을 뽑고, 밭을 매줘야 한다. 책을 읽고 난 다음 그 결실을 맺기 전까지 계속 애써 가꾸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다. 읽고 책을 덮는 것으로 끝나는 독서는 의미 없는 독서다.
애초 하지 말았어야 할 일을 시작해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거기다 그걸 꾸준히 하고 있다니 절대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읽고 생각이 들었다면 움직여라. 실천해라. 그리고 조금씩이라도 변해라. 생각을 애써서 밖으로 내어 놓지 않으면 당신을 둘러싼 주변은 여느 때와 똑같은 모습으로 당신을 대할 것이다. 세상이 당신을 대하는 모습을 바꾸고 싶다면, 당신의 생각을 밖으로 내어라. 그리고 어떤 생각을 내어 놓아야 할지 책을 애써 읽으면서 찾고 고민하고 쉼 없이 노력하라.
다이어트를 위해서 책을 읽었다. 책에선 식사량을 줄이고 식단을 조절한 뒤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라고 가르친다. 방법을 알았으니 만족해한다. 하지만 식사량을 줄이고, 식단을 조절하고, 꾸준한 운동을 하는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변화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저 읽은 책 한 권만 더 기록됐을 뿐이다. 실천 행동이 뒤따르지 않는 독서는 '겉멋 독서'다. '죽은 독서'다. 아무런 의미 없는 정말 백해무익한 독서다. 그리고 그런 독서가 계속 습관화되면 참담한 일이 벌어진다. 머리에 든 생각과 실제로 하는 행동이 다른 괴물이 되는 것이다. 생각해 보라. 머리에 든 생각은 위대한 성인(聖人) 수준인데, 실제로 하는 행동은 시정잡배만도 못하니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다. 생각보다 이런 사람, 주변에 둘러보면 우리 사회에 많다. 그런 사람은 되지 말자.
지금은 다른 방법을 쓰지만 과거 독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꾸준히 독서노트를 썼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렇게 1,000권의 독서노트를 썼고, 이후 몇 백 권 정도를 더 쓰다가 독서 노트가 아닌 나름 다른 방법의 독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스스로 느끼기에 너무 형식에 얽매여 제대로 된 독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격상 독서 노트의 빈 공간을 참을 수 있는 나는 억지로 노트 공간을 채우려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걸 느끼는 순간 바로 독서 노트를 버렸습니다.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았죠.
이제 저는 독서 노트가 아닌 독서 기록을 합니다. 독서 후 4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적고, 얻은 깨달음이나 생각을 복기하고 넘어가는 식이죠. 그리고 책을 읽다가 떠오르는 갖가지 상념, 생각들은 그냥 책에다 그때그때 써둡니다. 어떤 책은 그런 기록들이 빼곡하고, 어떤 책은 그런 기록들이 전혀 없습니다. 없는 것은 중고 서적으로 팔거나 조금 신경이 덜 가는 책장 한 편에 꽂아두고, 기록들이 빼곡한 보물은 내 생활 동선 가장 가까운 곳에 두죠. 그러다 생각나면 아무 곳이나 펴 후루룩 훑어보고 관심 가는 곳이 있으면 다시 읽습니다. 그리고 다시 독서 후 4가지 질문을 하고 답을 적어 둡니다.
① 책을 읽고 난 지금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뭔가?
② 책을 읽은 후 지금 내 삶에 비춰 뭐가 잘못됐다고 느끼지는 게 있는가? 있다면 무엇인가?
③ 책에서 다음에 조금 더 읽어보고 싶거나 기록해놓고 싶은 페이지 3 곳을 적는다.
④ 책을 읽고 당장 실천으로 옮길 행동 변화를 1개 이상 적어둔다.
별도의 노트를 만들진 않습니다. 에버노트라는 디지털 노트를 이용해 기록하고 따로 슬랙(폴더)을 지정해 태그를 달아 모아 둡니다. 그게 제 독서 기록의 전부입니다. 더 이상 기록에 얽매이지 않고, 읽고 깨달아지는 행위, 결실, 결과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은 거죠.
앞서 말씀드렸듯 책을 읽다가 감탄이나 탄식 등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이 얻어지면 주저 없이 펜을 들어 책 귀퉁이에 씁니다. 어떤 때는 정리해 쓰다가 거기서 또 깨달음을 얻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땐 뭐랄까 짜릿한 쾌감마저 느껴지고, 머리가 시원하게 맑아지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생각들의 반복된 번뜩임이 자꾸 스파크를 일으킬수록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폭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런 폭발은 계속 나도 모르게 그동안 벽처럼 세워진 고정관념을 허물고 나를 다른 새로운 세상으로 안내합니다.
그러니까 꼭 고전이나 명저, 아주 고매한 책만 삶을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자신이 변하려만 한다면, 그 작은 깨달음을 주저 없이 내 삶 바꾸는데 써먹겠단 실천 각오 준비된다면, 우린 소설책에서도 충분히 삶의 변화 동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건 도구의 문제가 아닙니다. 하겠다는 변하겠다는 의지의 문제죠.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