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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Jul 16. 2022

지금의 50대가 너의 3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

새삶조각사 그냥쫌해

어쩌다 보니 나는 50대가 되었다. 겁도 없이 무모했던 20대의 찬란함과 세상에 하면 안 되는 게 어딨냐 외치던 30대의 패기를 추억하는 나이가 된 것이다. 뉘앙스가 그렇다고 지나온 날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아직 영글지도 않은 꿈을 이유로 미지의 세계를 무모하게 탐험하는 일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땐 그래야 마땅했던 시기였다.

나는 무모한 20대를 지나 30대에 들어서면서 조금 철이 들었다. 이른 결혼 후 애써도 생기지 않던 큰 아이가 태어났고,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아져서 30대 중반 이후에는 도전보다 큰 실패 없이 무난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렇다고 현실에 안주하거나 지나친 보수(保守)를 추구한 것은 아니다.

우리의 20대는 사실 주어진 업무에 충실하고, 자기 관리만 잘하면 됐었다. 물론 맘대로 되지 않았지만. 그런데 30대가 되면 누군가를 책임져야 하고, 그와 함께 주어진 성과도 올려야만 한다. 뭔가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이 시기가 되면 많은 사람들에게 개인 신상의 변화도 찾아온다. 더불어 명예나 체면, 책임감 같은 말들이 신경 쓰이기 시작하고, 그런 과정에서 이전보다 좀 더 어른스러운 면모들이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새로운 삶의 잎을 준비하며, 형형색색 물드는 가을 단풍처럼 우리도 다양한 색깔로 철이 들면서 자신만의 색으로 물들어 간다.

30대 하루의 가치는 50대의 한 달

50대라는 자리에 서서 되돌아 보건대, 40대를 기준으로 나의 30대는 아쉬운 것이 참 많다. 그때도 나름 기준이라는 것이 있었겠지만 좀 더 현명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30대의 나를 조금 더 엄격히 대했더라면 나의 40대는 그렇게 고통으로 점철되지 않았으리라.

나는 20대 후반,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를 다니다가 뜻한 바 있어 30대 초반 사업을 시작했다. 시작 동기도 굉장히 원초적이다. 담백하게 꾸밈을 다 걷어내면, 가장 핵심적인 목표는 돈을 많이 벌고, 돈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부침(浮沈)은 있었지만 결국 40대 초반에 나는 소정의 성과를 이룬다.

30대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 삶의 명암은 극명하게 갈린다. 사례도 무수히 많다. 강의를 나가 30대 수강생을 만나면, 난 유난히 말이 많아지는데, 당시에 내가 그랬듯 대부분 자신에게 주어진 시기의 가치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다. 자신의 하루가 10년 뒤, 20년 뒤 한 달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기나 할까?

30대를 가장 잘 나타내는 키워드는 '도전'이다. 인생 전체의 커리어가 잉태되는 중요한 시기인데도 우린 그 가치를 잘 모르고 지낸다. 나는 이 시기에 스스로 더 성장하기 위해 발버둥 치고, 힘들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0년이나 20년 후에 참 효과가 나타나는 이 도전은 당장 발전 없어 더디고, 기대할 만한 결과물도 쉽게 안 나타난다. 그렇다고 조바심에 급하게 굴면 더 버텨내기만 힘들다.

이 시기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엄청난 과부하에 걸리는 때이기도 하다. 엇비슷한 부하가 걸리는 10대와는 그 격이 다르다. 솔직히 극복하는 특별한 방법도 없다. 스스로를 괜찮다고 여기며 총력을 기울이는 수밖에, 주변 사람들이 하나같이 머리를 갸웃거리며 내가 하는 행동에 의심을 품어도 가열차게 계속 몰아붙여야 한다. 왜? 30대에 최선을 다하는 하루는 50대 한 달이라는 가치를 가지니까. 자신의 인생에 터닝 포인트를 찍어야 한다면 그 시기는 30대가 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이때 하는 일에 미쳐보지 않고 이후 인생이 활짝 피길 바라지 마라. 지금 나의 50대는 만족하든 안 하든 30대에 뿌려 놓은 씨앗이 발아되고 자라서 생겨난 모습이다.

노력하는데도 시행착오를 겪거나 실패할 때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을 때도 있을 것이며, 아무도 없는 황야 같은 곳에서 비웃음의 중심에 설 때도 있을 것이다. 목표로 하던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결과물을 눈앞에 두고 한숨도 쉬어 보게 될 것이다. 믿는 친구에게 배신도 당하게 될 것이고, 그 아픔에 잠시 페이스를 잃고 방황도 할 것이다. 인생에 정해진 매뉴얼 따위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50대가 지난 나의 30대에게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해답은 하나 있다.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면
모든 것은 본래 정해진 길로 돌아간다.
좌절은 템플스테이 갈 때나 쓰고,
포기는 김장철 배추 셀 때나 써라.


세상엔 실패가 있어서 성공이 가치 있고, 하얀색이 바탕 되어서 검은색이 돋보이며, 지난날의 아픔이 있어서 지금의 행복이 소중한 것이다. 신은 실패만 계속되거나 어둠만이 이어지는 상황을 그냥 두고 보지 않는다. 애써서 얻지 않은 행복은 단단하게 뭉쳐지지 않는 법이어서 손에 쥔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쉽게 빠져나간다. 그게 세상 돌아가는 지극한 이치다. 그러니까 너의 지금 힘듦 뒷면에 쓰인 약속을 굳게 믿어야 한다. 30대 보내는 하루가 50대의 한 달을 책임진다.

색칠 먼저 하려 애쓰지 말고, 밑 그림부터 탄탄하게

30대는 자신의 커리어(Career)를 어떻게 디자인할지 제대로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내가 앞으로 어떤 직업을 갖고, 관련된 경력을 꾸려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제대로 된 '인생'이란 건물을 짓기 위해 밑 그림, 그러니까 '인생 설계도'를 그려야 하는 아주 중요한 시기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 비해 이걸 깨닫고 있는 30대가 드물다. 아이러니하게 이 시기에 자신의 커리어를 멋지게 디자인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그 커리어에 맞는 경력까지 착실히 쌓으려는 이는 적다. 속된 말로 겉 멋이 든 거다. 겉은 화려한데 정작 그 속은 텅 빈 쭉정이 같아서 벚꽃처럼 반짝 피었다 지고 만다. 이것은 마치 이들 눈앞에 놓인 40대를 두고 도박을 벌이는 것과 같다. 아슬아슬하다. 모 아니면 도요. 쪽박 아니면 대박이다. 스스로 자신의 인생을 도박 확률에 기대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걸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나라고 별 수 있었겠는가. 그들과 마찬가지였다. 군대 갔다 와서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을 나가니 배정된 곳이 반도체 장비 기술부였고, 다음엔 마케팅 부서였다. 쓸데없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탓에 누구보다 부여받은 일을 필사적으로 해냈지만, 그것만으로 인생에 도움 되는 커리어를 쌓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정작 내가 당장 뭘 해야 하는지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이다. 바보같이 그냥 열심히만 했다. 아무 계획 없이 빈 도화지에 잔뜩 물감을 짜 색을 칠하긴 했는데, 이게 도통 뭘 그린 건지 나도 모르고, 남들도 몰랐다. 세상에서 그걸 보고 뭔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신뿐이었으리라.

지금의 50대가 지난 30대를 봤을 때 가장 뼈저린 것은 경험 부족이다. 우리가 세우는 미래 계획을 '인생'이란 건물의 '설계도'라 한다면, 경험은 '인생'이란 건물을 쌓아 올리는 벽돌이고 시멘트다. 그래서 경험은 야물수록 좋다. 쌓아 올리는 재료가 단단할수록 더 큰 하중을 버텨주니까 우린 더 높은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남들보다 더 높은 건물을 올릴 수 있는 상태를 가리키는 다른 말이 바로 '성공'이다.

경험을 한 번 더 풀어쓰면, '지식과 스킬(Skill)'이 된다. 여기서 스킬은 꾸준히 쌓아가는 지식을 현실로 구현해 내는 능력이다.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전문적 필수 능력 외에도 인맥이나 시간관리, 프레젠테이션 능력, 영업력, 말하기가 여기에 속한다. 해답은 꾸준한 자기계발에 있다. 그러니까 30대가 만든 좋은 '인생 설계도'란 한 마디로 얼마나 많은 직,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경로를 잘 짜준 거냐가 핵심인 셈이다.

이렇게 잘 짜인 설계도를 바탕으로 건물을 올린 다음 외장(Exterior)에 해당하는 스토리를 더해주면 우린 드디어 커리어 디자인의 종착역에 도착하게 된다. 다른 말로는 '퍼스널 브랜딩(Personal Branding)'의 완성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30대들은 '설계도'는 대충, 건물부터 올리려고 달려들거나 외장 익스테리어에 벌써부터 공을 들인다. 겉은 화려하면서 멀쩡해 보이는데 들어선 건물의 내부는 금이 갔고, 구조는 비정형 다각형이라 그 쓰임새가 적은 상황이 연출된다.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그래서 지금의 50대가 너의 30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밑 그림은 건너 뛰고 색칠부터 하려 하지 마라! 완전한 스케치를 하라고 한 적은 없다. 밑 그림이면 된다. 그런 다음 색칠을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 하나만 더! 새로운 일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길 바란다. 자신의 진짜 능력과 정말로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늦지 않게 계발할 필요가 있다. 네 안에 숨겨진 거인의 능력을 찾아라. 그리고 더 이상 고민만 하지 말고, 용기 있게 한발 내디뎌라! 그러면, 당신의 역사가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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