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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삶조각사 이지원 Oct 17. 2022

깨어나지 않았으면 몰랐을 나의 새벽은

지금의 50대가 너의 30대에게

못난 아빠 때문에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학교를 간 작은 딸아이.

난 그때 너무 미안하고, 간절한 나머지, 덜컥 다음과 같은 약속을 하고 말았다.

"내가 우리 딸 3년 내내 학교 출퇴근시켜 줄게."


마침 최선을 다한다고 이리저리 분주하게 돌아다녔는데,

정작 이뤄지는 일은 없고, 뭐 하나 제대로 결과가 나오는 게 없던 때였다.

가족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뭐라도 해야겠는데, 마음만 다급해졌지 나타나는 결과가 뚜렷하게 없었다.

그때는 몰랐다. 그 결심 하나가 내게 어떤 기적을 가져올는지.


지극히 개인적이고 원초적인 기도였지만, 나는 그 기도를 지난 3년 내내 빠짐없이 지켰다.

처음 시작은 딸아이를 위한다는 것이었지만,

결국 그 결심 하나가 나를 살렸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아프게도 당시에는 우리 네 명의 가족이 달랑 방 두 칸의 투룸에 살았다.

화장실은 단 하나, 식당으로 출근하는 아내, 고등학생인 큰 딸, 고등학생이 되는 작은 딸,

그리고 출근을 해야 하는 나.

아침마다 우리 집은 전쟁이었다.

무사히 제시간에 늦지 않게 우리 딸을 데려다 주기 위해서는

우리 가족 중 내가 제일 먼저 씻고 기다려야 했다.


정말 '뭐야?' 할 수도 있는 내 미라클 모닝의 동기다.


그래서 난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야 했고, 그렇게 했다.

유난히 가족을 사랑하는 내겐 더할 나위 없는 새 삶의 도화선이었다.


처음엔 일어나서 기다려야 하는 시간, 그냥 책을 읽었다.

그냥, 시간 때우기용을 읽었다.

그러다가 생각이 바뀌었다. 어차피 일어나야 하고, 어차피 흘러가야 할 시간.

그 시간을 내가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깨달았다.


일단 책 읽는 자세부터 고쳐 잡고 앉았다.

네 가족이 살았으니 제법 많은 짐이 있었고,

툭하면 스는 곰팡이 때문에 가구를 벽에서 떼어 놓아 공간은 더 좁았다.

딱 내 몸 하나 뉘일 공간만 있어서 책상이나 침대는 엄두도 내지 못했다.

바닥에 앉아 엉덩이 짓물러 봤고, 허리 통증으로 고생 좀 했다.

하지만 그것도 새 삶에 대한 나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울기도 많이 울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욕심이 생겨 조금씩 조금씩 일어나는 시간을 당겨 시간을 아침 3시 반까지 끌어당겼다.


매일 아침 늦지 않게 집을 나서려면, 못해도 새벽 6시엔 일어나야 했다.

그럼 모든 준비를 하고 나서는 7시 반까지 1시간 반, 열심히 책을 읽었다.

그리고 난 그 시간을 조금씩 조금씩 앞 당기며,

그린 꿈을 향해 걸어 나갔다.

어떨 땐 무심히 내린 어둠이 마치 나 자신이 처한 현실의 또 다른 모습인 것 같아서

나 혼자 깨어있다는 적막감이 서글퍼지는 날도 있었다.


그런 외로움이 싫어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

이른 새벽 세, 네 시에 깨어나 하루를 맞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웬걸 관심을 갖고 바라보니 세상 아침을 밝히는 이들이 겁나 많았다.

평소엔 보이지도 않던 것이.

어느 날 내가 이 차를 사겠다 마음먹은 뒤 왜 그렇게 길에 사려던 차가 많이 보이던지

죄다 보이는 게 BMW Xdrive 7시리즈였던 기억이 난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깨어나 저마다의 하루를 살고 있었다.

어떤 이는 뛰고, 어떤 이는 쓰고, 어떤 이는 찍고, 어떤 이는 서로 만나고 있었다.

나도 그들을 따라 시원한 새벽 공기를 맞으며 달려 봤다.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따라서 매일 한 편씩 영상을 찍고 올려 봤다.

서서히 추종자들이 생겼고, 전하려는 뜻을 함께 동조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아침 일어나기를 하며, 서로 만나서 온라인으로 함께 사람들을 만나 봤다.

한 번 크게 발등을 찍혔고, 이용당했지만

나는 다시 아주 작게 규모를 축소해서 시작했다.

그리고 헛 바람에 마음 쓰지 않고, 정말 딱 한 걸음씩만 걸어서 소중한 사람들을 만들어 갔다.


따라 해서 내 삶을 가장 크게 바꾼 건 쓰기다.

생각보다, 의외로, 내 인생에서 가장 큰 행운이었다.

그걸 배운 건.


이후로 난 많은 것이 변했다. 정말 많이 변했다.

드디어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게 됐다.

내게도 정말 이런 모습이 있었던가 싶었다.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깨달았다.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게 바로 글쓰기다.


오늘도 난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산다.

그 하루 지치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새벽 기상이었다.

그래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다 보면 사람과 일에 치이는 기분이 들 때가 많다.

그걸 바꿔준 것이 바로 새벽 기상이다.

사람이나 일에 억지로 끌려 다니지 않고, 하루를 주도적으로 살아낼 수 있는 방법.

그것이 내겐 새벽 기상이었다.

하루하루가 의미 없이 흘러가고 세상에 내 뜻대로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면 새벽을 기다려보자.

주도적으로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쌓이면 내 인생 또한 내가 주도해서 꾸려 갈 수 있다.

내가 지금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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