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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honeymind Apr 23. 2020

구치소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작년 개인적인 이유로 나의 집 서울로 돌아가 구 개월 정도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 때의 일이다. 열심히 여기저기 프로포잘을 내며 미술심리치료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중, 좋은 기회가 닿아 서울의 한 구치소에서 수감자들을 위해 열리는 취업박람회에 참여하게 되었다. 그들이 출소 후 사회로 돌아가 다시 새로운 마음으로 재취업을 할 수 있도록, 사회에게 기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회사의 사장들과 리더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시간이었다.


수감자들은 주로 경제범들이었으며, 연령대는 이십 대 청년들부터 오십 대 어른분들까지 다양했다. 그중 상당한 일 경력과 스펙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감자들은 자신들의 일하고 싶은 분야가 있는 회사의 테이블로 모였고, 그 테이블에는 사장들 혹은 회사의 인사과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나는 그날 전자제품 회사 사장 옆에 앉게 되었고, 젊은 층의 수감자들과 만나 그들의 마음 상태와 이 회사에 지원하고 싶은 이유들을 듣게 되었다.


그들 대부분 자신들이 "전과자"라는 레이블로 평생 낙인찍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모든 인생이 끝난 듯 이야기했고 자기 자신을 부정했으며, 자기 연민이 가득 찬 생각들을 테이블 위에 잔뜩 늘어놓았다. 죄에 대한 죄책감에, 그리고 그 오명에 자존감이 끝까지 바닥난 상태였다.


내가 놀랐던 점은, 법무부에서 그들에게 일자리를 연결해주는 취업박람회는 매달 진행하면서, 정작 그들이 일자리를 제대로 갖기 위해 제일 필요로 하는 멘탈, 건강한 심리/정신상태를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은 정기적으로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열매 맺는 건강한 나무가 자라나길 원하면서 정작 씨앗을 어떻게 심어야 되는지 모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취업박람회의 결과가 탐탁지 않아 결국 예산이 줄어들었다는데, 제일 중요한 부분에 투자하지 않으며 결과가 좋기를 기대하는 것은 참 바보 같은 생각인 것 같다. 그들이 진심으로 다시 열정을 갖게 되고 동기부여가 되어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려면, 자신의 자존감부터 다시 갈고닦는 연습을 해야 할 것이다.


대상자들은 적게는 수개월, 많게는 일 년 정도 교도소에서 시간을 보내 정신과 마음이 많이 연약해져 있는 사람들이다. 마음의 회복을 거치도록 도와주지 않은 채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이렇게 밀어붙인다. "석방 후, 일자리를 잡고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야 당신은 이미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재기입니다!" 결과와 겉모습에만 치중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잘못된 방향성을 다시 한번 비춰준다.


돌아오는 길 유난히 마음이 답답했던 그날을 나는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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