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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honeymind Apr 23. 2020

‘조커’에 대한 이해


아래 본문은 2019년 10월 15일 미주 한국일보 오피니언란에 기고했던 저의 글입니다. 브런치 구독자님들과도 공유하고 싶어 올려봅니다. (URL: http://la.koreatimes.com/article/20191014/1274288?fbclid=IwAR0_h311qckjx9-TqOh5AXmOZjqZSfZ5Xc_gd8-DobpNDNPhK-HUyzOEciA )



“회복력의 바탕은 자신을 사랑해주고 맞춰 주는 듬직한 사람에게 이해받는다는 느낌에서 찾을 수 있으며, 그 사람의 생각, 가슴속에 자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얻을 수 있다.”- 다이애나 포샤(Diana Fosha)

최근 본 영화 ‘조커’의 마지막 장면에서 심리치료실에 앉아있는 조커는 치료사에게 말을 건넨다. “농담하고 싶어요.” 심리치료사가 말한다. “해보세요.” 조커는 이렇게 받아친다. “아마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자신의 삶을 직접 살아보지 않은 이상, 이해할 수 없을 것이란 메시지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다.

마약중독자나 살인범들을 보고 “싸이코” 혹은 “왜 저렇게 살까”라고 말을 쉽게 하는 우리를 발견한다. 물론 악은 악이고 윤리적으로 잘못된 행동들은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특히 무자비한 살인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  

하지만 계속되는 학대, 배신, 남에게서 받지 못하는 인정과 관심, 그리고 신뢰와 사랑 등 반복되는 영화 속 비극적인 상황 묘사들은 그가 그렇게까지 변한 이유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마지막에 아버지라고 생각한 사람에게 찾아갔지만 받은 것은 멸시. 일평생 어머니만 바라보고 살았지만 자신의 정신병 또한 어머니의 학대에서부터 비롯된 것을 발견한다. 그의 인생에는, 단 한 명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지속적인 육체적 정신적 학대, 배신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남는다. 단 1분도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고백하는 조커는, 진중하고 지속적인 사랑과 신뢰를 단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가엾은 존재이다. 그런 환경들로 인해 그는 다른 사람을 사랑으로 품고 용서해보거나, 혹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조커의 단 하나 희망은 코미디언이 되는 것. 엄마가 항상 행복하게 웃으라고 해서 시작된 꿈. 그리고 게스트로 간 코미디쇼에서 진행자가 자신에게 격려를 해주었을 때 그는 자신의 꿈에 부스터를 더욱 가했다. 하지만 이것도 비극으로 끝난다.

조커는 알게 된다. 그의 엄마는 본인이 가한 학대와 잘못을 인정하기 싫었기에 아들에게 웃으며 살라고 한 것임을. 그리고 자신이 우상으로 섬긴 코미디쇼 진행자조차 자신을 조롱하고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것을. 이것을 깨닫게 되면서 순수한 코미디언으로서의 열정과 꿈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조커를 본 후 마약중독 히스토리가 있는 내담자들과 정신재활 클리닉에서 일했을 적이 생각났다. 내담자들은 대부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끔찍한 트라우마들을 어렸을 때 겪었고, 그 시절 자신의 편이 되어줬던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그때 일을 하며 느꼈던 것은, 사랑으로 보듬어주는 존재(nurturing figure)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어렸을 적 힘든 일이 있어도, 인생에 단 한 명이라도 지속적으로 일관성 있게 사랑과 신뢰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자라난다. 그 한 명이 건강한 행동과 생각들을 반영해주기에 그를 통해 다시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조커의 인생에서 부모든 친구든 멘토든 단 한 명이라도 진정한 사랑을 주었더라면 결말은 바뀌었을 것이다.

마지막에 자신의 조크를 이해할 수 없을 것이라 말하는 조커. 그가 얼마나 사람들에게 공감과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는지를 설명해주는 장면이다. 그의 아픈 과거들을 자세히 두 시간에 걸쳐 들여다보지 않았다면, 우리는 과연 그의 잔인한 행동들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뉴꿀심 :: 뉴욕 심리치료사의 꿀잼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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