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ewhoneymind Sep 30. 2021

밀착된 경계선



아래 글은 미주 한국일보에 기고되었던 글입니다

http://m.koreatimes.com/article/20211022/1386004



경계(境界)

1   사물이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분간되는 한계.

2   지역이 구분되는 한계.

3   인과의 이치에 따라 스스로 받는 과보.

 ( 출처 - 네이버 국어사전 )




삼십 대가 넘은 나이에 부모와 사사건건 모든 것을 공유하며 함께 결정을 해야만 하는 사람들은 본 적 있는가. 우리가 쉽게 접하는 단어로는 '마마보이, 파파걸'을 가리킨다. 이들은 겉으로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이며 오히려 가족과 끈끈한 관계로 사이가 좋아 보이기도 한다. 친밀함, 화목함, 효도와는 다른 이야기인 이 것은 가족 구성원 개개인마다 적당한 경계가 모호한 것, 서로에 대한 자아존중감이 없는 것을 의미한다.


휴스턴 대학 사회복지학과(Social Work) 교수이자 저명한 테드 톡(Ted Talk) 스피커 브르네 브라운 (Brene Brown)은 자신의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책 <바운더리(Boundaries)>를 통해, 한 사람이 자신의 정체성을 성립하는 과정, 그리고 정신적인 성숙도와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가족과도 적당한 거리와 경계는 필수라 설명한다. 부모로부터 건강한 경계를 만들며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다면, 결국 자신이 결정하고 만들어온 인생이 아니기에 정체성(self-identity)의 문제로 인해 삶이 행복할 수 없다 이야기를 전한다.


경계선이 없는 가족의 대표적인 예를 하나 들자면, 몇 년 전 전국을 뒤흔들어 놓았던 '스카이 캐슬'처럼 부모가 자신의 원하는 것을 자식에게 투사하고 그것을 자식을 통해 성취하려고 하는 것. 그리고 그 자식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그저 부모의 통제에 부합하며 그들이 원하는 학교, 직업, 배우자를 만나 살아간다. 이들은 "나는 나고, 너도 나야"라는 식의 과도한 관심, 그리고 지나친 간섭으로 서로를 다른 자아식을 존중하지 않으며 개별적의 존재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부류를 심리학에서는 '속박 가족 관계 (enmeshed family/relationship)'이라 부르는데, 번듯한 직업이 있고 자신이 번 돈으로 월세를 내며 부모와 다른 집에 산다 하여도 중년이 되기까지 정서적으로는 독립하지 못한 부류가 되어버리는 경우를 가리킨다. 이들은 부모와 자녀 간의 건강한 균형과 경계를 유지하지 못한 채, 가족 구성원들이 지나치게 밀집되어 있어 본인들의 사생활은 거의 없고, 자율성과 독립성이 결여되어있다. (갓 성인이 된 대학 초년생 시절 아직 혼자 많은 것을 이루어 보거나, 성취감을 많이 맛보지 못한 어린 성인 층이 아직 부모에게 정서적으로 의지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유년시절 부모가 공간적, 심리적으로 붙어 자신의 아이를 돌보며 문제를 대신 해결해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이가 성인이 되도록 자신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말과 심리대로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결국 심리 조종, 그리고 통제를 의미한다. 부모는 본인처럼 실수를 하거나 실패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관계 동일시'를 작동하는데, 그 속박 아래 정서적으로 건강히 분화되지 못한 자녀들은 결국 결혼 후 자신의 자식들에게 똑같이 대물림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헬리콥터 부모(Helicopter parent)가 모든 갈등을 해결해 주었던 이들은, 문제 해결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며, 과보호에 익숙하기에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 굉장히 취약하다.


한 성인은 삶의 모험을 통해 여러 가지 결정을 해보며, 홀로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그 과정 속 작고 큰 실패와 성공의 경험 통해 본인의 결정과 판단력을 신뢰하게 되고 배우며 성장해 나간다. 자기 자신을 믿는 이들은 나아가, 남의 말에 휘둘리지 않고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데에 멀리하며, 건강한 자존감(self-esteem)을 발전시켜 나간다. 진심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길 원한다면, 단단한 정신력과 함께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너의 생각은 어떠니"라고 묻는 부모, 그리고 자식이 내리는 결정과 선택을 신뢰하고 믿어주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어쩌면 인생의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 자신만의 빛나는 정체성을 찾아가도록 말이다.



뉴꿀심 :: 뉴욕 심리치료사의 꿀잼 심리학



이우환 - 선으로부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