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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honeymind Jan 01. 2022

검은색과 하얀색 사이

‘흑백 사고’에 관한 산문



미술심리치료 대학원 과정에서 나에게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정신분석학/심리학 공부였다. 미국 아이들도 새로운 언어처럼 느낀다는 심리학 공부는 참 어려웠지만, 눈물을 머금고 읽었던 수천 개의 아티클 그리고 수백 개의 리포트를 쓰는 과정 속, '나 자신'을 알아나가는 과정은 정말이지 꽤나 흥미로웠다.  


나의 정서 건강에 가르침을 주었던 심리학 단어들이 참 많은데, 그중 나의 옛 자아를 깨뜨리고 제일 성장을 도왔던 단어 중 하나는 '흑백 사고(Black and White Thinking)'라는 단어이다. 모든 것들이 극단적으로 두 개의 사고로만 나뉘어 짐을 말하는데, 말 그대로 검정 아니면 하양, 모 아니면 도, 천사와 악마, 완벽함과 완벽하지 않음, 그리고 성공과 실패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단어를 정신분석학 필드에서는 분열(Split) 이라고도 부른다.  것에는 흑과 백의 중간 색인 '회색' 존재하지 않는다. 회색에서도 다양한 빛깔과 체도의 회색이 많지만 (예를 들면 밝은 회색, 하늘 빛깔이 도는 회색, 아주 짙은 회색 ),  흑백 사고에는  빛깔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형태가 없다.  사이 경험과 과정, 과정  잠깐의 퇴행, 회복에 대한 가치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의 생활 속 흑백논리를 예로 들자면 "나는 이래야만 해" 라며 자신의 이상적인 자아상을 앞에 두고서는 그것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조금이라도 실수하는 자신을 발견하면 굉장한 큰 수치심을 느끼는 것이다. '나는 실패했어' 혹은 '큰 수모를 당했어' 라며 자기 연민에 빠지기 쉽거나 혹은 많은 책임의 비중을 상대방이나 환경 탓에 두며 그 감정에 오래 머무른다.


흑백 사고는 대부분 '완벽주의'에서 발견되는데, 이것은 결고 건강하지 않은 사고라는 것을 알려주는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소개하고 싶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는 리써처, 수치심에 대한 연구로 저명한 브르네 브라운(Brené Brown)은 자신의 책 '불완전함의 선물(The Gifts of Imperfection)'에서 '완벽주의'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Dangerous and debilitating belief system: I am what I accomplish and how well I accomplish it. Please. Perform. Perfect. Healthy striving is self-focused--How can I improve? Perfectionism is other-focused-what will they think? (p. 56)

위험하고 쇠약한 믿음과 사고: 나의 가치는 내가 얼마나 이뤘느냐 혹은 내가 얼마나 잘 해냈느냐이다. 남을 기쁘게, 그러기 위해 행동하기, 완벽하게 끝내기라는 생각. 건강한 사고는 얼마나 내가 향상했냐는 것에 비중을 두는데, 완벽주의는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비중을 둔다 (p. 56).


그리고는 덧붙인다. 완벽주의란 결코 나를 향상하게 도와주는 것 이 아니라, 결국 자신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그 이유는 자신의 경험/결과가 남을 향한 렌즈이기 때문에 항상 수치심과 판단, 그리고 비난에 대한 큰 두려움에 사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완벽하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등 모든 것에 정해진 답을 세운다. 인간이라면 모두가 겪는 수치스러움, 판단 등은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인데, 이들은 실패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회복성'에 집중하기 어렵다. 그리고는 수치심을 마주하면 그것을 경멸하며 자신을 용서하기 힘들어한다. 결국 그 감정들을 더욱 격해지게 만든다. '실수했지만, 배웠다고 생각하면 되지, 조금 돌아가면 되지'라며 다독여주거나 자신의 잘못을 넉넉한 마음으로 ‘허용하는 선(Tolerance level)'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에게도 혹독한 이들은 20대, 30대, 40대에 해야 할 것들 또한 대부분 정해놓고서는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사회 속 자기 자신을 루저라고 여기는 각박한 사고를 갖는다. 남을 보는 시선 또한 똑같이 투영되기에 '개개인의 다름'을 인지하지 못하고 남들의 길과 인생에 대한 판단과 비난을 하곤 한다.


반대로 흑백 사고를 조금 중화시켜 보면 세상을 사는 데에 있어 마음이 조금 더 풍요로워지고 넉넉해짐을 발견한다. 잠깐 퇴행했다가 다시 높게 점프를 할 수도 있고, 실수했어도 그것을 값진 경험이라 생각하고 배운 것들을 나열해 볼 수 있다. 지금 주어진 상황을 남들과 비교하기보다 '내가 얼마나 향상했는가'를 돌아볼 수 있기에 자신에 대한 건강한 자아상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


또한 생각들이 유연해지기에 주위 사람한테 기대감을 크게 품지 않는다. '내가 이만큼 했으니 저 사람도 저만큼 해야 해' 혹은 '내가 이렇게 했으니 남들도 이렇게 행동해야만 해' 등의 생각이 없어지니 화가 나거나 실망하는 것도 줄어든다. 이 것은 결코 관계에 대한 희망이 없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꼭 그러진 않아도 된다'라는 유연한 사고 덕, 마인드풀(mindful)한 마음가짐이 생겨나는 것이다. 이것은 개인의 마음 건강에 참 큰 도움이 되는데, 쓸데없는 화가 솟아나는 것을 막아준다.


흑백 논리를 가진 사회, 혹은 가까운 사람들에게서 수 없이 통제를 당하며 자라났다면, 사실 깊숙이 박혀있는 그 사고가 한순간에 없어지기란 쉽지 않다. 이 것은 누구에게나 조금씩은 자리 잡혀 있고, 나 또한 글로는 술술 적지만 나도 모르게 '흑백 사고'가 튀어나올 때를 마주할 때가 있음을 고백한다.


우리 모두가 자신을 더욱 유연하게 대하는 법, 그리고 넉넉하게 감싸 안아주는 법을 게을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수치스러운 모습을 마주했다면 그것을 상자 속 꽁꽁 가두지 말고, 그 모습을 꺼내어 대화를 해보며 그것이 어디서부터 올라오는지를 잘 찾아봤으면 좋겠다.


굳이 팀을 나누 듯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모든 것을 나누는 것은 이제 그만. 회색 빛깔에 대한 의미, 그 그라데이 션 속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남들의 시선보다 더욱 소중하고 중요한 것은 '나를 보는 나의 시선'일 테니 말이다.




대화 - 이우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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