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newoymindM
ay 03.
옷에 음식이 튀었을 때 재빨리 물을 적신 후 닦아내면 금방 잘 닦인다. 보통 민첩한 행동과 사건 처리는 실수를 빨리 무마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
하지만 분명 예외도 존재한다.
뜨겁게 켜져 있던 초를 떨어뜨려 테이블 위에 촛농이 떨어져 본 적이 있는지. 특히 나무 소재에 붙어버린 촛농은 재빨리 닦으려 들수록 더욱 지저분해진다. 하지만 오히려 시간이 흐른 후 완전히 굳어버리고 딱딱해졌을 때--그때 촛농을 더욱 말끔히 띄어낼 수 있음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기다림의 미학. 일처리 하는 과정 속 때로는 조금 시간을 두어도 괜찮다는 말.
우리는 보통 일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해 원하는 결과를 보지 못하면 자신을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원하던 타임라인에 어긋났다고 자기의 능력을 무능력화 하고 남의 능력과 비교까지 하기도 한다.
하지만 파도가 잠잠해질 때를 알고 바닷속으로 발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야 안전하게 바다를 즐길 수 있듯이. 혹여나 수영을 하러 갔다가 멍하니 모래사장 위에 서 있다 왔다 한들- 그러한들 뭐 어떠한가.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 멍 좀 때릴 수 있는 시간—그렇게 잠시 쉼도 필요했겠지. 평소에 하지 못한 생각들을 묵상하고 올 수 있는 시간이 되었겠지.
우리가 원하는 타임라인, 그리고 남들이 가는, 아니 보여주는 속도에 너무 얽매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엎어졌던 것들이 있다면, 다시 하나씩 하나씩 해 나아가도 되니까.
조금 멈추었다가 천천히가도 괜찮아. 늦어져도 괜찮아.
"충분히 괜찮아."
뉴꿀심: 뉴욕 심리치료사의 꿀잼 심리학
2020년의 5월, 모든 것이 불확실했던 판데믹이 한창이던 봄, 미처 끝내지 못한 채 서랍장에 넣어놓았던 글을 꺼내어 조심스레 끝을 맺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