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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honeymind Apr 29. 2020

신뢰를 받는 어른이 되기 위하여

자녀양육 시 꼭 알아두어야 하는 존 볼비의 <애착 이론>

위에 본문은 2018년 7월 7일 미주 중앙일보에 기고했던 글입니다.




신뢰를 받는 어른이 되기 위하여,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젊은 청년들의 건강한 심리 발달과 사회생활에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은 그들에게 신뢰는 주는 어른 (Trusted adult)이 단 한 명이라도 삶에 존재하냐는 것이다. 특히 어렸을 때 가정에서조차 신뢰를 쌓지 못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이 생긴다면, 그 ``새로운 관계를 바탕으로 그 아이들은 다시금 신뢰할 수 있는 감정을 배운다. 차츰 상처를 회복하게 되고 조금 더 긍정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게 된다. 영화 <Good Will Hunting> 이 아주 좋은 예인데, 어렸을 때 부모한테 받은 상처로 사람들을 믿지 못하는 청년 윌 헌팅(Will Hunting)이 대학교수이자 상담가인 숀 맥과이어(Sean Maguire)를 만나 다시 사람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내용이다. 젊은 청년일 때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을 만난 윌은 자신의 삶에서 많은 긍정적인 변화들을 일으키게 된다. 


그렇다면 청소년들이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편안함을 주는, 신뢰를 받는 어른은 어떻게 될 수 있는 것일까? 신뢰는 단순히 오래 알게 되었다고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필자는 존 볼비(John Bowlby)의 애착 이론 (Attachment theory)을 굉장히 중요시 따르는데, 그의 이론에 따르면  양육자와 아이의 신뢰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데에는 같이 보낸 시간의 양 (Quantitative care) 보다 같이 보낸 시간의 질 (Qualitative care)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양육자에게 안아달라고 울고 있는데 배가 고파 우는 줄 알고 혹은 울음을 그치게 하기 위하여 아이 입에 음식만 계속 넣어준다면, 아이는 양육자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 그리하여 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배우는 인간관계에서 결국 믿음을 발달시키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반나절만 시간을 함께 보내는 양육자이지만 아이가 울고 있을 때 걱정하는 표정으로 얼굴을 쳐다 봐주며 왜 우냐고 묻고, 하늘을 보고 웃고 있는 아이에게 어디를 보는지 물으며 아이의 시선을 따라 같은 하늘을 쳐다 봐준다면, 아이는 이런 반응적인 양육자를 통해 세심한 보살핌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따라서 신뢰할 수 있다는 감정을 발달시키고 나중에 학교에 가서도 건강하게 사람들 사귀는 법을 배우게 된다.

 

필자는 현재 Apex for Youth라는 비영리기관을 통해 아시아계 이민자 학생들에게 멘토들을 연결시켜주어 1:1 관계를 형성시키는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 기관에서 멘토들을 트레이닝할 때도 제일 강조하는 것은 ‘신뢰받는 어른’ 이 되는 법이다. 멘토들에게 가르치고 있는,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는 팁들을 간단히 간추려 독자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첫째, 그 아이들의 순간순간마다 함께 하여주자. 아이가 큰일이 아닌 소소한 일에 대한 이야기를 말할 때 에도, 하던 일을 바로 멈추고 모든 관심을 쏟아부어주자. 친구와 문자 중이던 핸드폰 내려놓고, 하던 설거지를 잠시 멈춘 후 아이의 눈을 쳐다보자. 사소한 행동들이지만 이런 것들이 바로 아이들에게 ‘이 사람은 내가 겪은 일을 정말 궁금해하는구나. 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말로는 대답을 하면서 눈은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른 일들을 하고 있다면, 과연 누가 그것을 진정한 관심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두 번째, 감정을 인정하고 공감해주는 말들을 언어로 꼭 표현하여 주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그것을 의심하거나 토를 달거나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아이가 오늘 학교에서 친구가 자신을 불공평하게 대해 속이 상했다며 털어놓는다면, “아 정말 불쾌한 기분이 들었겠다. 많이 속상했겠네.” 하고 그 아이가 사용한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대답해 주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물론 잘못한 일에 공감하라는 뜻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학용품을 빼앗겨 싸움을 일으키고 온 아이에게, “네가 왜 그렇게 화가 났는지 이해가 가. 하지만 같이 싸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을까? 다음번에 화가 나는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 먼저 다그치기보다 그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한 후, 아이들에게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옵션들을 주는 것은 그들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해준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어른들의 언어를 통하여, 아이들은 미래에 다시 도움을 청할 때나 무언가를 털어놓고 싶을 때 창피한 감정이나 거절감에 대한 두려움을 덜 느끼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게 된다.

 

셋째, 한결같은 행동 또한 정말 중요하다. 처음에는 눈을 쳐다봐주고 공감해주는 말도 잘해주었던 어른이 그다음에 볼 때엔 눈도 쳐다보지 않고 태도가 확 바뀌었다가, 그 이후 다시 또 차분하게 대한다고 생각해보라. 이런 변덕적인 행동들은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은 느낌을 주고 불안감을 유발한다. 또한 약속은 지킬 수 있는 것들만 해야 하는데, 말과 행동이 일치해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멘토링을 할 때에도 매주 한 번 혹은 격주에 한 번은 꼭 전화를 하는 등의 일관성 있는 지속적인 관계 또한 한결같음의 한 부분이다. 약속을 어기거나 말과 행동이 불일치하는 일이 생기게 된다면 아이들에게 먼저 사과를 하고 어떠한 이유였는지 설명해 주어야 한다.


이런 세심하고 반응적이며 한결같은 어른들과의 관계를 통해 마음에 상처가 있는 아이들은 회복하는 법을 배우며 그들의 사회정서 능력 또한 성장하고 건강해지는 것을 많이 본다. 매우 순하고 다 아는 내용 같지만 너무나 당연시 여기다 보니 생각보다 꾸준히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억하길 바란다.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하여 신뢰를 받는 어른이 된다면, 우리 아이들에겐 더욱 밝고 건강한 미래가 있을 것이다.  




우리의 언어와 행동부터 바뀌어야 자녀들이 정신적으로 더욱 건강하게, 그리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으로 클 수 있답니다.


혼낼 때는 혼내더라도, 신경질 적인 모습으로 혼내는 것이 아닌 대화로 이어나가 주세요.  바쁠 때는 왜 바쁜지 이야기해주고 지금 대화를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해주세요. 다만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을 다시 말해주고, 그때에는 최대한의 집중도를 보여주세요. 눈을 바라보고(eye contact), 고개도 끄떡거려주면서 말이에요(nodding). 세세히 듣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질문들을(follow-up questions)해주면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대화가 오가겠죠?


세심하고 반응적인 부모가 되기 위해서, 우리부터 대화하는 법을 고치며 노력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며 이 글을 브런치 구독자분들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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