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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나은 Sep 27. 2019

꿈이 너무 많아서 그래

프롤로그: 프로 기웃러

스물네 살.

찬란한 별들이 가슴 뭉클하게 반짝이던 호주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다 만났던 두 개의 별똥별에게 내가 빌었던 소원은,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막연한 것들이었다.



행복해지게 해 주세요.
현명해지게 해 주세요.


십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나는 얼마큼 이 소원들을 이루어 왔을까. 가까워지고 있나 혹은 더 멀어지고 있나. 내 인생의 색은 언제쯤 분명해지려나.


굉장히 구체적인 어떤 것을 소원으로 빌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한 걸음 앞에 무엇이 놓여 있는지조차 전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시간 속에 있으면서도 구체적으로 소원을 빌기는 왠지 께름칙했다. 내 미래가 좀 더 선명해 지기를 바라면서도 나는, 행여나 너무 분명해질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다. 내게 펼쳐져 있을지도 모를 수백수만 가지의 길들 중 어느 한 길에만 안주하여 걸어가 버리고 싶어 지지가 않았다.  나는, 안정을 꾀하면서도 인생의 불안정함에 건배를 외치는, 아주 묘한 심리상태 속에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십여 년쯤이 지나고 난 후라면 왠지 비로소 구체적인 소원을 빌 수 있게 될 줄만 알았었다.







꿈이 너무 많아서, 아니 어쩌면 아주 깊숙이 파고들어가고 싶은 꿈까지는 없어서였는지도 모르지. 진정한 이유가 어찌 되었건 간에, 그래서 허우적대면서 바쁘게 움직이던 나는 십여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기웃기웃 여러 가지 꿈들을 서성이고 있다. 구체적인 소원을 빌자고 들면 막막해지고, 이전처럼 막연한 소원을 빌어야지 하면 반짝거리는 마음을 지닌, 참 이것만큼은 여전한 삼십 대의 나.



내가 꾸어온, 꾸어갈, 꾸고 있는 그 수많은 꿈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녹록지 않은 인생살이에 내가 녹여내려고 애써온 나의 꿈들과 참 지독히도 기웃거려온 결코 공짜로 얻어낼 수 없었던 세상살이에 관한 이야기들을, 군더더기 없이 온전히 내려놓아보고 싶어 졌다. 그래서, 이 글을 쓴다.









에세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삶을 정리해 볼 수 있는 사치를 부릴 수 있게 됨에 감사하며,

흩어졌던 꿈 조각들을 다시 이어 붙인다.









우나은

<나와 마음이 닮은 그대에게> 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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