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일이 없을 때, 퇴사를 말했다

서른에 신입으로 입사해서 퇴사하기까지의 6년

by 뉴잼 NEW JAM

여자로서는 다소 늦은 서른의 나이에 신입공채에 합격했다.

동기들 중 나이로 2등이었고, 한참 어린 동기들도 많았다. 음악, 영화 등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들을 쫓아온 결과였다. (보다 못한 엄마가 나를 미국 친구 집으로 보내 유학도 다녀왔다.)


생각했던 업계가 아니라 입사 직후에는 금융업과 통신업에 지원하여 최종면접을 봤지만 탈락했다. 합격할 거라 생각하고 가족상이 있을 때 회사 부조금도 신청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위기는 기회라 했던가.

탈락 직후 파트가 바뀌게 되며 재미있는 콘텐츠 기획 업무를 많이 하게 되었다.

영화 일을 하다 부모님의 반대와 안정성을 이유로 그만뒀었는데, 안정적인 틀 안에서 최고로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되어 회사에 대한 만족감이 높았다.


거기에 원래 출퇴근 시간이 왕복 세 시간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재택근무로 전환되며 몸이 좀 편해지니 이후로 이직이나 퇴사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동기들과는 줄곧 장난 반 진심 반으로 ‘퇴사하고 싶다.’란 말을 하곤 했다.

그렇게 6년이 흘러 동기들의 절반은 퇴사를 실현하였고, 최근 나 또한 더 이상 입버릇이 아닌,

진짜 퇴사 결심을 하게 되었다.


신기한 것은, 회사 다니면서 가장 별 일이 없을 때 퇴사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다.

글로벌 행사나 빡빡한 촬영 때문에 매일 밤을 새우며 몸이 절정으로 힘들었을 때는 오히려 동료들과 으쌰으쌰 하며 즐겁게 일했었다.

그런데 연초 결혼을 하며 그룹장님 배려로 큰 프로젝트에서 빠지고,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은 프로젝트들을 하다 보니 시간은 느리게 가고 다른 생각이 많아졌다.

물론 작은 프로젝트도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그 기간 회사에서 나의 역할이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고 내게 있어서도 일에 대한 큰 의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쉬고 싶은 마음도 컸고,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았다.

최근에 시작한 글쓰기,

오랫동안 꿈꿔왔던 음악 만들기,

한 번도 해본 적은 없지만 갑자기 하고 싶은 글루텐프리 베이킹,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 채운 공간 만들기.

그리고 그간 자잘하게 미뤄왔던 일들도 끝내고 싶었다.



이렇게 마음을 먹고 몇 주간 고민 끝에 그룹장님께 퇴사 의사를 전했다.

입사 때부터 힘든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정이 쌓였고,

좋아하는 분이기에 많이 떨렸다.

그룹장님은 우선 병가를 내고 쉬면서 생각해 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고민.

병가의 장점은 한 번 더 생각할 기회를 얻는 것이다.

그것도 세 달치 월급을 받으면서.

쉬면서 고민한 결과 회사를 다니기로 결정한다면,

안정적인 생활이 가능하고 가족들에게 걱정도 안 끼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퇴사를 결정한 것은,

세 달 후에도 마음이 변치 않아 그때 퇴사를 하게 된다면 소중한 인연들과 깔끔하지 못한 이별을 하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세 달 동안 병가라는 틀에 갇혀

그동안 꿈꿔온 것들을 자유롭게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렇게 퇴사 절차를 밟게 되었다.


물론, 그 후로도 회사의 유혹은 끊이지 않았다.


(커버 사진은 퇴사를 말한 다음날(25.07.15) 회사에서 촬영한 사진이고, 글을 쓴 오늘은 퇴사 당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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