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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롱 Jun 03. 2024

x도 없이 안식년 28-31주 차: 5월 지나 6월

퇴사한 지 7개월이 지났다

한 주에 하나씩 쓰려다가 한 달에 하나씩 제멋대로 쓰게 되는(?) x도 없이 안식년 28-31주 차. 


- 열흘간의 딴 집살림(?)

 외국은 많이 다녀왔기도 하고, 또 어딘가로 떠나자니 비용도 무시를 못하기에 언니네의 권유로 5월 첫날부터 집을 떠나 열흘간 언니 집에서 생활했다. 같은 대한민국 땅이기는 하지만, 오랫동안 살아온 도시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생활하니까 환기가 되는 느낌이었다. 객식구이기도 하고, 며칠씩 언니네서 지내본 적은 있지만 이렇게 장기간 있어본 적은 없었기에 걱정도 했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너무나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었기 때문.

 사실 평소에도 기분이 울적할 때면 사진첩에 아기 시절의 조카 사진과 동영상을 종종 찾아보곤 한다. 너무나 귀여워서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데, 그런 조카의 예쁜 어린 시절에는 정작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었다. 어느덧 훌쩍 커서 초등학생이 돼버린 사랑스러운 조카. 더 크기 전에 어린 조카와도 웃음 가득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행복했던 열흘간의 딴 집살림이었다. 


- 오랜만의 면접 

 퇴사 후 놀기만 하다가 여행에서 돌아온 3월 말부터 이력서를 몇 군데 넣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이도 많고 연차도 무거워져서인지 결과는 서류부터 탈락. 그러다가 오랜만에 면접이 잡혔다. 몇 년 만인지. 

 최근 경력만 생각하고 면접을 갔다가, 10년 전의 경력부터 이야기하고 있자니 기억이 나지 않아 혼이 났다. 게다가 퇴사하고 난 후에는 혼자 놀다 보니, 누군가와 대화를 할 일이 많지 않았건만, 30분 정도 예상했던 1차 면접이 2시간 정도 진행됐다. 희미한 기억들을 더듬어 답하고, 부족한 말하기 스킬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답을 하며 나의 이야기를 털고 나오니까 진이 빠지는 하루였다. 면접은 정말 힘들다... 


- 'SBS 희망 TV'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아파서 시체처럼 누워 TV채널을 돌리다가 접한 무국적 고려인 이야기. 고려인 이주 160주년 맞아 러시아, 중앙아시아 일대에 살고 있는 무국적 고려인 이야기를 다룬 방송이었는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이 났다. 

 특히 나라를 위해 애쓰신 독립운동가분들의 후손이 대부분이시기에 안타까움이 더욱 컸다. 국적 없이 산다는 것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는 문제였는데,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죽어도 사망신고를 할 수가 없어 묘지도 갖지 못한다니... 그 삶의 어려움을 감히 짐작할 수 있을까 싶었다. 

 내가 선택한 길이기는 하지만, 앞날에 대한 불안감에 사로 잡혀 불평과 불만을 내뿜는 요즘이었는데, '아차'하며 놓치고 있던 감사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이었다. 


- 블로그 체험단 

 수입 없이 모아둔 돈으로 지낸 지 어느덧 7개월. 뭐라도 해보자 싶어 각종 체험단에 문을 두드렸다. 마음에 크게 상처를 입고 그 상처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새로운 블로그를 열어 조금씩 기록하기 시작했던 것이 2021년 연말부터였다. 주제도 명확하지 않고 엉성한 블로그지만 2년 넘게 포스팅을 해왔더니 음식점이나 카페 등의 체험단에는 조금씩 선정이 되었다. 

 여느 인플루언서들처럼 이렇다 할 수입도 없고, 체험단도 선정되는 횟수보다 떨어지는 경우가 더 많기는 하지만 블로그 체험단을 통해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먹고, 가 보고 싶은 카페에 가면서 백수 생활에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한 달이었다.  



 잦은 출장과 프로젝트 업무로 인한 엄청난 야근으로 생활하다 찾아온 번아웃. 그리고 번아웃으로 퇴사한 지 7개월이 지났다. 오랜만에 면접을 보고 이것저것 질문들을 받고 대답하면서 소위 말해 '탈탈 털렸다'. 사실 이번 퇴사가 처음은 아니기도 하고, 그만두고 꽤 오랜 시간 놀고 있기도 하니까. 

 특히나 대책 없이 그만두었으니 남들 눈에는 철없는 아이 같을 수 있겠지만, 요즘에는 '이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만약 이렇게 쉬어가지 않았다면, 인생이나 노후 준비 등에 대한 생각 없이 회사 일만 열심히 하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가 더 크게 다칠 수도 있었을 것이기에. 많이 미련하지만, 나는 회사일만 열중하는 사람이었으니까. 

 경제적 자유와 같은 별다른 성과 없이 나이를 먹고 놀고 있으니 (이 시점이 되니까 노는 게 노는 것은 아니지만) 여러 따가운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어깨를 피려고 한다. 지금 나의 상태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나름대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고 행동하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x도 없이 안식년 28-31주 차, 5월 한 달 종료.

 6월도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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