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하루의 흡족함 두 근
안겨보다
이보다 더 포근한 말이 또 있으련가
만나보다
생각 품었던 것은 그냥 예상이다
참 뜨겁더라
가슴에 데워지고 있던 온도의 불씨가
폭발하는 순간
뽀얀 우윳빛 말투는 쏘시개처럼 스며들고
순간의 와락 안김은
이천도 보다 뜨겁지만 절대 타지 않았다
얼마 만에 내가 안겨 보는 것인가
엊그제 아이밖에 안아보지 않았는데
그녀의 눈빛 초점은 이미 사랑으로 녹았다
온도가 맞아서 한참을 즐기고 있었다
안아만 주지 않고 안겨본다는 행복
두 말이 필요 없다
좋아한다면 안겨보라
나는 살아있음을
모카레몬 작가님을 브런치에 글을 올리면서 초창기부터 뵙고 싶었다. 그녀는 전직 교사이시며 시인이고 시와 동화를 아주 맛 들어 지게 쓰시는데 나는 점점 매료되고 있었다. 몇 번의 만남 기회를 놓쳤는데 이번 ‘엄마의 유산’ 출간과 함께 편지극을 동숭로 극장에서 갖는 바람에 결코 만남을 잡게 됐다. 제게 마음 열어 보내주셨던 귤을 맛보시라는 의미로 멜빵 가방에 세 개를 넣고 아이가 어느새 준비해 준 화사한 꽃다발을 들고 두둥 공연장에 갔다.
여섯 작가님의 ‘아이야 너는 너로 살아라’라는 취지로 시작되는 엄마의 편지는 먼저 책에서 습독한 바와같이 젊은 엄마들이 읽어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엄마는 아이한테 또 다른 우주를 향해 딛게 되는 걸음을 축복해 주고 응원한다는 뜻을 담았는데 나는 잘 성장해 준 아이한테 고맙다고 말했다. 엄마의 유산은 물적 재산이 아닌 정신적인 에너지를 건네주는 의도가 좀 다를 수 있으나 나는 서슴지 않고 목을 매어가며 객석에 앉아 지담작가의 물음에 엉뚱한 대답을 했는지도 모른다. 독립성을 키워주고 네가 택한 길을 엄마는 응원을 보낸다는 철학적인 취지는 분명한데 나는 그저 잘 성장해 줄뿐더러 이제는 나를 되려 염려해 주고 케어해 주는 것에 미안하고 고맙기 짝이 없을 뿐이다.
주위에는 엄마 사랑이 어려서부터 고팠기에 우울이 있는 남녀노소가 있다. 실제로 엄마는 무덤덤하게 지나칠 수 있었던 것에 자녀의 입장에선 꽤 많이 서운해할 수 있었던 부분이 있다.
연극에 한참 빠졌던 내가 가장 가슴에 담고 있는 장면은 ‘콩쥐팥쥐’이며 정신없이 통곡하듯 애끓게 본 것은 ‘친정엄마와 2박 3일’이었다. 그리고 엄마의 유산팀의 ‘아이야 너는 너대로 잘살아라’ 편지극 역시 엄마와 관련된 메시지를 전한다. 나는 이번 극만 혼자서 객석에 앉아 있던 것이지 두 편은 친정엄마랑 둘이서 봤었다.
- 네가 제일 불효자인가 보다. 너는 이 많은 사람 중에 가장 많이 운다.
그랬나 보다. 눈물 콧물 짜낸 것이 준비해 간 휴지도 부족해 열 손가락이 끈적거리다 붙어버렸던 그날을 되감기 하게 됐다.
아이는 한참 뛰어놀 나이라서 볼이 발개지도록 열이 많은데 엄마는 추위를 타는 나이이다 보니 추울까 봐 옷 챙겨 입으라는 염려는 잔소리가 될 수 있다며 지정된 장소에 바래다주고 '한 뼘 사이'를 보고 나온 사위는 말했다. 추우면 직접 껴입는다며 어른과 아이의 차이에 대해서 이렇게 간략한 요점으로 정리해 줬다. 관심과 간섭의 받아들이는 차이를 짚어주는데 내 동공이 그래 그렇구나로 동조했다.
내가 일을 갖고 있어서 늦게 끝나는 바람에 할머니 손에서 케어 됐던 아이는 자주 말한다. 엄마 곁에 있고 싶어서 꿀꺽꿀꺽 참았다고 나 많이 업어줬었냐며 속상한 표정을 지으면 같이 아파져서 '엄마가 미안했어. 미안해' 나는 이 말밖에 못 해줬다. 순서에 있는 자녀한테 편지 쓰기에서 아이가 평소 물었던 의문에 새롭게 답해줬다.
- 엄마가 웃을 땐 행복한 거야. 네가 어떤 질문을 던질 때 내가 웃는다면 너의 질문은 이해가 된다는 따뜻한 긍정이야. 대답해 주는 순간에도 너의 의견을 존중하지. 아주 엉뚱한 질의를 자주 던지기도 하는 네게 피하지 않고 대답해 주며 대화하게 되니 참 좋더구나. 퀴즈 같지 않은 물음도 우리 같이 웃으며 핑퐁 게임처럼 받아내잖아. 그런 것들이 모두 추억으로 슬라이드 된다.
편지를 한 장으로 채우고 모카레몬 작가님과 인사를 나누는데 꼭 얼싸안아 주셨다. 안겨 보는 기분이 이렇게 좋은 것인가. 얼마 만이지. 무지 행복했다. 나를 폭신하게 안아주는 분이 계셔서 아주 행복했다. 횡재했다.
가져간 세 알의 귤은 모카레몬 작가와 한 학교에서 같이 근무했던 다부지고 예쁘게 생긴 젊은 여교사랑 글벗지기인 빛작 브런치작가 함께 동석해서 까먹었다.
사실 사위 얘기는 그만 꺼내야지 했는데 같이 간 걸음에서도 글이 나왔으므로 감출 수는 없었다. 사흘 전 딸내미가 사 왔다는 와이셔츠를 줄 잡힌 데로 그냥 입혀주게 될까 봐서 때마침 이 셔츠를 들고 온 아이 손에서 받아 다려 줬는데 나를 인천에서 혜화동의 까다로운 안쪽길에 바래다준 것은 마음 통함 아닐지. 이번 명절엔 해외여행을 또 같이 간다고 해서 나는 그만 가겠다고 했더니 가족이라서 빠지면 안 된다고 했다.
하루의 흡족함 두 근이 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