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하루의 흡족함 두 근
모양새 없는 봄을 보았다
딱히 거처할 집이 없어서
닥치는 대로 걸터앉으면
사람들은 재킷을 하나씩
벗어내고서
속내의를 던져 주려고 해
창에 기대면 눈을 떼지 못해
아른아른거리면
붙들려고 하니
잡혀주지 않고
눈웃음 쳐주면
반해서 꼬박꼬박
눈부시다 못해
끔벅끔벅 졸고 있다
어제 속에서 꿈틀거리며 참 쓰고 싶었어요. 그러나 아무리 문집을 뒤져도 시상이 떠오르지 않았지요. 그런데 역시예요. 갓 새벽에 다시 벌레마낭 머릿속이 꿈틀댔어요. 신이 내어주신 글귀라고 생각합니다. 집이 없는 봄한테 반하게 하고요. 화려한 꽃 대신 사람들의 옷차림새와 공기에 뿜어지는 봄기운을 그대로 각색해 봤습니다.
콘서트나 공연을 할 때 관객은 미리 줄을 서게 되지요. 봄도 그러한 것 같습니다. 볕이 설렘을 먼저 내어준 후에 황홀한 꽃을 벙긋벙긋 만개해 주지요.
대문 사진은 노인일자리로 제가 초등학교 독서실에서 아침에 두 시간 직무 할 곳의 복도입니다.
한 달 전 이웃 아파트에서 세명의 연배 되시는 분이 어깨의 띠를 걷어내며 나오는 모습에 “좋은 일 하시네요 .” 나는 말을 붙였드랬어요. 봉사 끝나고 집 가는 길이라고 하시는 거예요. 며칠 후 그들은 봉사가 아닌 노인 일자리로 밖의 쓰레기를 집어내는 것이었답니다. 무엇이 창피했을까 이나마도 자리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을요. 소일거리로 어렵거나 힘들지 않아서 참 좋다는 생각입니다.
어제 볕이 많이 유혹했지요. 저도 가슴이 떨렸답니다. 아마 오늘도 그럴 것 같아요. 이럴 때 속에서 지지고 볶던 것도 삭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