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먹이냐 부먹이냐의 선택

(17) 하루의 흡족함 두 근

by 블라썸도윤

학교에서 꼬물꼬물 아이들의 눈빛을 교환한 지 벌써 이주일이 되었네요. 이번 주는 실무사 선생님이 저번 주에 검색을 여러 번 하여 정한 파우치에 그림을 넣기로 했어요. 주 전에 미리 발표했던 만들기 시간으로 학년이 같이 모여 헝겊용 마카로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라고 했죠. 본을 뜰 수 있는 샘플을 대고 긋거나 편하게 손 가는 대로 모양을 나타내보라고 했어요. 처음엔 책을 보겠다며 거부하더니 나중엔 더 하고 싶다고 했지요.



재미를 붙이고 있는데 만들기 십여 분 전엔 L에게 아빠 전화가 왔답니다. 그런데 똑같은 언사로 다시 L을 혼내는 겁니다. 제가 듣기로는 누나한테 그따위로 행동할 거냐 있다가 집 가서 혼날 줄 알라는 대충 그런 전화였어요. 아이는 연거푸 잘못했습니다로 사죄했고요. 아침에 짜장에서 야채를 골라내어 혼이 난 거라고 하대요. 수업 마치고 집 가서 꾸중을 들어도 되는 건데 두 번씩 호통을 치는 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답니다. 아빠가 이따금 매도 든다고 해서 마음이 언짢았어요.


이 분위기를 싹 바꾼 건 다른 반 여아이지요. 느닷없이 포경수술을 꺼내서 황당했어요. “야, 우리 아빠 포경수술 안 하셨거든. 근데 내 동생은 저번 주에 했다. 돈가스 먹으러 가자니까 동생이 쫓아갔어.


“우리 아빠도 안 하셨어. 나도 하지 않았다.


고래사냥 아니냐고 했더니 고래 잡으러 가는 것은 치과 가는 거라대요. 스스럼없는 대화가 놀라게 하기도 하고 웃음도 주었네요.


이어서 한 친구가 너는 왜 안 자른 거냐고 했죠. 바로 “어쩌라고” 해요. 받아치는 아이가 그러네요. “우리 반 선생님이 금지어를 정하셨어. 알빠야, 알빠노 쓰지 말랬어.”


알 바 아냐란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밈이죠. 어쩌라고와 비슷한 뜻을 가졌는데 저는 꼰대인가 봅니다. 이 뜻을 이제야 알아들었어요. 다른 반은 “망했다.” 소리가 금지어랍니다.


수업을 마치고 실무사 선생님과 요즘 아이들은 거침이 없다며 아까 섬찟했다고 했어요. 그리고 L아빠 이야기도 나왔답니다. 두 번씩 전화해서 아이한테 큰소리를 내는 건 잘못되지 않았냐 말이죠.


예전 우리 시대와는 확연히 수업 태도나 부모님의 자세가 틀리지만요. 급식실에선 영양사 선생님이 아이들이 무엇을 잘 먹는지 항상 주의 깊게 눈여겨보신답니다. 아이가 집 가서 말한다네요. 탕수육이 나왔는데 난 찍먹인데 부먹으로 나와서 먹지 않았다는 거죠. 바로 담임선생님한테 연락하여 “우리 아이가 찬 나올 때 싫어하는 건 주지 말았어야죠.찍어 먹는 걸 원하는 아이한테 소스를 부어서 주면 어떡해요. 아이가 점심을 먹지 않았잖아요.” 콜이 온답니다. 찍먹을 주면 소스를 흘리기도 하는데 부먹은 탕수육이 부드러워져 소화도 잘된다고 이해를 시킨 끝에는 특별한 아이한테는 시정하겠다고 했지요. 아이는 싫어하는 찬을 모르고 받았을 경우 이건 싫어하는 것이라고 바로 말해주면 좋겠어요.


양보하고 조금만 이해하면 안 되는지, 단체생활에서 배려의 의미를 가지면 안 되는지 아이가 귀한 세상이지만 저는 의아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틀림인지 다름인지 헷갈리는데 틀린 것은 정답이 있어야 하고 다르다는 것은 굳이 정답이 없지요.


* 즐거운 학교생활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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