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이 주는 용기

(18) 하루의 흡족함 두 근

by 블라썸도윤

겨울의 남은 잔챙이 바람이 태클을 걸어도 넘어지지 않음은 볕이 재량을 다 쓰기 때문이겠지요. 도서실에 맨 먼저 오는 아이는 항상 우선으로 도착해요. L이 오늘은 원소책을 펴 들며 원소주기율표를 찾아요. 갑자기 원소 외우는 게 재미있어졌답니다. 원소는 다 무섭고 위험하지만 그중에서 핵폭탄을 만드는 우라늄이 가장 치명적이지 않을까요 하더라고요. 영특하니 대견스러웠어요.


*L이 펴든 원소에 관련된 책입니다.


L이 원소에 관심을 보일 때 S가 오자마자 본인도 잘하는 게 있다며 만화를 그린 그림장을 펴 보여 줍니다. M은 야구부이고 과묵하죠. 모두 각자의 소질이 남다르답니다. 저는 모두 토닥토닥 잘한다고 칭찬을 해줬습니다.



솜씨가 좋지요. 어떻게 잘 그리지, 주제는 어떻게 찾냐고 했더니 엄마가 가끔 내주신대요. 피크닉, 봄, 계절, 집, 눈, 수영, 시골, 휴가 등등 말이죠. 안 그런 날은 의식의 흐름대로 간다고 하네요.


S가 일찍 와서 다 같이 에코백에 색칠하기를 했답니다. 먼저 온 L이 빠르게 색칠이 끝났어요. 여자 짝이 사춘기인지 자주 화를 내고 때려서 무섭다며 짝꿍 주겠다며 가방에 넣네요. 다구리로 몰려서 때리는데 소리도 질러서 어차피 지니까 가만히 있는다고 해요. 이걸 주면서 때리지 말고 소리 좀 지르지 말라고 부탁할 거랍니다.



S가 1, 2학년한테 인기 있는 책이라며 ‘흔한 남매’란 만화책을 들고 왔어요. 가만 보니 아까 그림장의 주인공들이 이 책과 닮은 거였어요. 만화책은 대여가 안 되는 대신에 오후에 돌봄 교실에서 실컷 볼 수 있다고 사서 선생님이 알려주셨지요. 돌봄 교실엔 이 책이 여러 권씩 놓여있답니다.



중간 복도 탁자를 다 닦고 현관을 나서려는데 저 번주에 두 번 지각했던 아이가 멋쩍어하며 “저 늦게 일어나서 또 이제 왔어요.” 하길래 “선생님이 뭐라 안 하시던?” 했더니 이어서 “선생님이 지각하지 말랬어요. 엄마도 일찍 일어나라고 했는데 못 일어났어요.” 힘없이 말해요. 선생님께 들어가서 말씀 잘 드리고 공부는 열심히 하라고 했죠. 엄마가 깨워줬으면 좋겠는데 교육 방식이 우리네와는 다른 것인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문득 잊고 지내야 하는 조카 손주 생각이 났네요. 제가 길가에서 기역·니은을 가르쳐준 게 계기가 되어 한글을 빨리 띄어 어려운 한자도 제게 무슨 글자냐고 물어봤는데 올해 벌써 6학년이라고 들었지요. 기특해서 책가방을 사줬었는데 공부는 우등이라지만 동생더러 툭하면 사과하라는 말을 쓴다고 했어요. 아래 동생은 말이 더딘데 한글은 떼고 1학년이 되었는지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가 되기를 속으로 빌어 줬습니다.


* 제가 쉬고 있는 교실에 봄이 이렇게 맞아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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