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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EW LIFE 뉴라이프 Sep 03. 2023

뇌의 비밀: 뇌내 물질 도파민과 연애뇌에 대해서

Dopamine

지금까지는 주로 세로토닌이라는 뇌 내 물질에 대한 연구 결과를 소개했습니다. 이번에는 뇌내 물질 중 행복감, 성취감 등 감정과 관련된 도파민에 대한 연구를 소개합니다.


도파민에 대해서는 알고 계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의학적으로 파킨슨병이나 항정신성 의약품의 작용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내 물질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질병이나 기초 화학적인 이야기라면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어 이번에는 '연애 감정과 도파민 활성화'를 주제로 한 연구에 주목해 보았습니다.

'도파민은 어떤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가' 라는 측면에서 일상 생활과 관련된 것을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목은 "Imaging the passionate stage of romantic love by dopamine dynamics: 로맨틱한 열정기 도파민 역학의 시각화*1"라는 제목으로 2015년 다카하시라는 일본 여성 연구자가 발표한 연구입니다. 연구의 착안점이나 제목을 붙이는 방식도 긍정적 의미에서 남성 이공계 연구자들과는 다른 면이 있습니다.


연구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먼저 측정 원리부터 말씀드리자면, 보통 뇌 속 물질의 변화는 측정이 매우 어렵습니다. 뇌 내 물질의 경우 미량이거나 혈뇌관문이라는 필터가 있어 말초혈액으로 측정할 수 없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고 뇌에 바늘을 꽂아 채취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그래서 최근 발달이 두드러진 PET(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최근 비교적 자주 듣는 PET-CT(펫시티) 검사와 같은 PET입니다. 그 기본 원리는 원하는 물질(프로브)에 양전자 방출 핵종(11C 등)을 결합시킨 물질을 체내에 투여합니다. 그러면 프로브는 체내에서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여 그곳에서 미량의 방사선을 방출합니다. 이를 계측 장비로 측정하면 체내 어디에 그 물질이 모이는지 영상화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실험에 사용된 물질은 라클로프리드(Raclopride)라는 물질로 뇌의 도파민 D2 수용체와 결합하기 쉬운 물질입니다. 즉, D2 수용체에 대해 도파민과 경쟁 관계에 있습니다. 그림1의 좌측과 같이 '도파민 분비가 많을 때'는 이 라클로프리드가 D2 수용체에 잘 결합하지 못합니다. 반대로 그림1의 우측과 같이 '도파민 분비가 적을 때'는 많은 라클로프리드가 D2수용체와 결합할 수 있습니다. 이 라클로프리드를 11C라는 방사성 물질로 표지함으로써 PET 측정 장비로 측정이 가능해졌고, 이 신호의 많고 적음으로 '어느 부위의 도파민이 많고 적음'을 알 수 있는 구조입니다. 예전에 비해 전국 병원에 PET 장비가 보급되고, 프로브와 방사성 핵종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러한 연구가 가능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 연구로 돌아가서, 본 연구에서는 연애 중인 배우자가 있는 10명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여성은 6명, 남성은 4명, 평균 연령은 27.4세, 파트너와의 교제기간은 2~125개월(중앙값 17개월)이었습니다. 각 피험자는 사전에 파트너의 사진 8장과 파트너와 동성(감정적으로 중립적인) 친구의 사진 8장씩을 제공했습니다.


실험의 흐름은 그림2와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피험자는 시간표에 따라 PET 검사대 위에서 실험을 받았습니다. 첫 번째 단계에서는 피험자가 볼 수 있도록 이미지가 표시되고, '사랑 조건'에서는 15초간 무채색 화면과 15초간 파트너의 사진이 번갈아 가며 30분간 지속됩니다. 이 시간 동안 피험자가 사진을 보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진이 나올 때 손에 들고 있는 버튼을 누르게 합니다. 중간에 15분이 지나면 도파민 길항제인 11C-라클로프라이드(Raclopride)가 투여됩니다. 시작 후 30분 만에 영상 자극이 종료되고 45분 동안 휴식 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시간 동안 PET 촬영이 이루어집니다.



다음으로 'Control 조건'에서는 앞서의 파트너 사진 대신 감정적으로 중립적인 '그냥 친구'의 사진이 무채색 이미지와 번갈아 가며 15초씩 표시됩니다. 그 외에는 'Love 조건'과 똑같은 시간표로 측정이 이루어졌습니다. 같은 피험자를 대상으로 오전에 'Love 조건' 측정, 오후에 'Control 조건' 측정, 또는 그 반대의 순서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총 75분간의 과정이 끝난 후, 위치 매칭을 위한 뇌 MRI 촬영이 이루어졌으며, 실험 시 '흥분도'를 측정하기 위해 '무흥분(흥분 없음)~100(경험 가능한 최대 흥분)’까지 아날로그(VAS Scale)로 피험자의 감정의 높낮이를 점수화하도록 했습니다. 즉, 연인이나 파트너의 사진을 보고 감정이 고조되거나 흥분되는지, 특별한 감정이 없는 친구의 사진을 보고 흥분되는지 등 피험자의 주관적인 흥분도를 평가한 것입니다. 그리고 11C-라클로프리드(Raclopride)도 실험 시작 후 15분 정도 지나 연인의 사진을 계속 보고 기분이 고조될 즈음에 투여하여 도파민 분비량을 측정하는 실험 방식입니다.


실험 결과, 먼저 측정 종료 시 '흥분도'를 수치화한 점수는 'Love 조건' 대 'Control 조건' "=55(±17) 대 15(±9.6)의 결과로, 역시 파트너의 사진을 보는 쪽이 더 흥분한다는 것이 통계적으로도 분명한 차이로 나타났습니다(p<0.001).


다음으로 11C-라클로프리드를 투여하여 뇌 PET 스캔 영상을 분석한 결과, 앞서 그림에서 보았듯이 'Love 조건'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는 부위일수록 'Control 조건'보다 11C-라클로프리드의 집적도가 낮아야 합니다. 따라서 뇌 PET 측정 결과의 영상처리를 통해 차이를 구하고, 특히 'Love 조건'에서 축적이 낮은 부위를 추출한 결과 그림3과 같이 나타났습니다.



그림3에서 프로브 집적이 있는 부분(주황색 부분)이 'Love 조건'에서 평소보다 11C-라클로프리드의 집적이 낮았던 영역입니다. 그래프에서는 그림 5와 같은 결과가 나왔으며, 10건이라는 적은 사례 수에도 불구하고 통계적으로 강한 차이를 보였습니다(p=0.0012, p=0.0002). 이러한 결과로 볼 때, 뇌에서 그림에서 나타난 내측 안와전두엽피질(mOFC)과 내측 전전두엽피질(mPFC)이 '연인을 보면 흥분도가 높아지고 도파민이 분비되는' 영역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연인의 이미지를 잠시 본 후 측정한 흥분도'와 '뇌 내 도파민 분비 정도(≒11C-라클로프리드 결합력)'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나타낸 그래프가 그림5가 됩니다. ‘Control 조건’(그림5 우측)에서는 그래프가 평탄하여 통계적으로도 흥분도와 도파민 분비에는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반해 'Love 조건'(그림5 좌측)에서는 그래프가 우하향하여 '흥분도가 높을수록 도파민 분비량도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통계적으로도 유의미하다(p=0.032)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프를 자세히 보면 파트너의 사진에서도 흥분도가 낮은 사람이 약간 있는 것 같은데, 그런 피험자는 11C-라클로프리드(Raclopride) 결합력이 높아 상대적으로 도파민 분비량이 적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습니다. (교제 중이라고 해도 각자 정도의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에 파트너에게 별로 흥분하지 않는 사람들은 원래 연애 감정이 적은 타입인지, 권태기인지, 파국의 위기에 처한 것인지, 거기까지는 이 연구에서 깊게 개입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연애 대상에 대한 감정이 고조되는 데 있어 뇌의 도파민 활동이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였습니다. 그동안 도파민 연구는 오래전부터 연구되어 왔지만, 인간의 연애 감정에서 도파민의 역할을 명확하게 시각화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뇌내 물질 도파민의 성질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나요? 도파민은 편안함과 안정된 행복감을 주는 세로토닌과는 또 다른 측면의 '행복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오늘은 도파민이 어떤 유형의 뇌 내 물질인지, 일상생활과 관련된 관점에서 이해하기 쉬운 연구들을 소개해드렸습니다. 앞으로도 관련 흥미로운 연구가 있으면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자: Takuma Nomiya l 번역: Sim Min Aa



Profile


Takuma Nomiya 의사・의학박사

임상의사로서 20년 이상 다양한 질병과 환자를 접하며 신체적 문제와 동시에 정신적 문제도 다루고 있다. 기초연구와 임상연구로 다수의 영문 연구 논문을 집필. 그 성과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직접 학술 논문을 집필할 뿐만 아니라 해외 의학 학술지로부터 연구 논문의 피어리뷰 의뢰를 받기도 한다. 증거 중심주의에 치우치지 않기 위해 미개척 연구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의료의 미래를 계속 탐구하고 있다.



인용문


출처: NewLife Magazine_명상, 뇌, 행복 호르몬… 의학 시선의 진짜 이야기



1. Takahashi K, et al. (2015) Imaging the passionate stage of romantic love by dopamine dynamics. Front. Hum. Neurosci. 9:191. doi: 10.3389/fnhum.2015.0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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