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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Feb 20. 2020

당신의 걸음을 설계하다, 사이니지 Signage

사이니지, 정보를 전달하는 그래픽 요소 및 타이포그래피 전반

지하철에서 내려 출구를 찾아갈 때, 우리는 때때로 명확하지 않은 화살표를 따라가다가 막다른 길에 도달하여 당황하며 돌아가곤 한다. 불분명한 안내 표지는 의도와는 다르게 잘못된 행동을 유도하거나 잘못된 정보를 전달한다. 이처럼 사람들의 인지와 행동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표지를 사이니지라고 한다.


사이니지는 일반적으로 ‘보는 이(audience)’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그래픽 요소 및 타이포그래피 전반을 뜻한다. 이 그래픽은 화살표, 픽토그램, 도형 및 선형 등 조형적인 요소 모두를 지칭한다. 사이니지는 방향 및 정보 전달, 광고 홍보, 안전 및 주의사항에 대한 인식, 정체성 전달 등의 목적을 가지고 쓰인다. 우리 주변에 있는 교통 표지판부터 마트에서 볼 수 있는 식료품 코너 안내 글자, 멀리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맥도날드의 로고 ‘M’ 간판 역시 모두 사이니지에 해당한다.


각 브랜드는 맥도날드의 ‘M’과 같은 로고 간판뿐 아니라 매장 출입구, 섹션 구분, 동선 안내 등 전반에 아이덴티티와 철학을 반영하여 사이니지를 제작한다. 자신의 경영 철학을 사이니지에 잘 담기로 유명한 매장은 IKEA이다. IKEA는 소비자에게 가장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매장 직원을 최소 배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사이니지이다. 천장에 달린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넓은 IKEA 매장에서 현 위치를 빠르게 확인하고 원하는 해당 가구의 섹션을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3차원 공간을 2차원으로 재구성한 이 시스템은 실제로 많은 사람이 매장 직원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도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한다. 


사이니지는 이제 디지털로 진화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일반 사이니지처럼 지류나 철제 소재에 인쇄, 각인, 레이저 프린팅 등으로 제작되는 것이 아닌, 디스플레이 화면을 이용한다. 특히 광고 영역에서 효과적인 매출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이마트24 편의점은 2018년, 각 매장에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를 대폭 장만했다. 내점한 고객들에게 행사 및 주력 상품을 홍보하는 주요 수단으로 디지털 사이니지를 선택한 것이다. 실제로 2019년 10월, 이마트24가 114개 디지털 사이니지 시범 매장에서 24개의 상품을 노출했을 때, 한 달간 해당 상품의 판매율이 미설치 매장 대비 64.4% 높게 나타났다. 또한 디지털 사이니지는, 디스플레이에 홍보하고자 하는 상품의 콘텐츠를 빠르게 적용해서 보여줄 수 있는 편리함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사이니지는 변화, 수정되기도 한다. 서울시가 시민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를 주는 공공 디자인 요소’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을 때 나온 응답 중 하나가 지하철 사이니지였다. 서울시는 이를 개선하고자 2018년 7월 사회 문제 해결 디자인 정책의 일환으로 ‘스트레스 없는 지하철역’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정책 진행의 첫 번째 역이었던 동대문역사공원역은, 기존 천장이나 기둥에 설치했던 화살표 사이니지를, 바닥이나 벽면에 설치함으로써 방향 지시 기준점을 명확히 하고, 멀리서도 확인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혼잡한 스크린 도어에는 사람들의 그림과 함께 ‘여기는 사람이 몰리는 칸입니다.’라는 문구를 적어 편리한 동선을 유도했다.


이렇듯 사이니지는 사람들의 실생활, 매장의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사이니지의 안내에 따라 사람들의 동선이 바뀌기도 하고, 상품 구매가 촉진되기도 한다. 공간 속에서 당신의 행동을 유도하는 사이니지. 주변의 사이니지가 당신에게 건네는 의도를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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