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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Apr 16. 2020

새로운 집을 ‘출력’하다.

3D Printing 기술에 관하여

영국의 민담으로 전해져오는 ‘아기돼지 삼형제’ 이야기에서는 세 마리의 아기돼지가 각각 다른 재료를 사용해 집을 짓는다. 성미가 급한 첫째는 밀짚으로, 둘째는 나무로 집을 만드는데, 흙으로 만들어진 셋째의 집만 늑대의 공격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 이야기에서는 셋째 아기돼지의 지혜로움과 더불어, 그간 인류가 사용해온 건축 자재를 볼 수 있다. 오늘날 동화가 다시 쓰인다면 어떨까? 아마 넷째 돼지가 ‘3D 프린팅 기술’로 탄탄한 집을 출력하면서 늑대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어버릴지 모른다.     


3D 프린팅은 잉크 대신 플라스틱, 금속 등 다양한 원료를 사용해, 문서가 아닌 제품을 틀에 맞춰 짜내는 기술을 말한다. 종이 위에 문서를 인쇄하던 프린터가 3차원 공간에 입체적인 형상을 출력하게 된 것이다. 짧게는 한두 시간, 길게는 하루 정도 설계도에 따라 재료를 층층이 쌓고 나면 완성된 형태의 제품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콘크리트, 폴리우레탄 등을 넣어 인쇄하는 기술까지 등장해, 건축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로서 주목받고 있다.  

   

본래 집을 지을 땐 매우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됐다. 땅을 파고 그 위에 철근으로 건물의 뼈대를 세우는 과정에서부터 여러 사람의 노동력, 각종 중장비가 동원돼 수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야 했다. 건물을 더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선 돌을 깎거나 유리 소재를 활용하는 등 복잡한 작업까지 이어졌다. 3D 프린팅의 등장은 건축 부지와 원료, 설계도만 있으면, 정해진 틀에 맞춰 짜내는 방식으로 건축 단계를 대폭 단순화했다. 과정이 간단해지자 건축 비용은 물론 건물이 완성되는 시간도 크게 줄었다. 컴퓨터에 입력한 대로 프린터 노즐이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출력하기 때문에, 돔이나 아치형 같은 구조물도 무리 없이 만들게 되었다. 화려한 곡면이나 장식은 물론 지금까지 만들어진 적 없었던 디자인의 건축물의 구현도 가능해진 것이다.     


건축 시장에 진출한 3D 프린팅 기술은 더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건물을 출력해내고 있다. 지난 2016년 아랍에미리트에서 세계 최초로 사무용 건물이 출력됐다. 둥근 사각형 모양에 넓은 창의 이 건물은 무려 17일 만에 완성됐다. 건물 내부 인테리어와 가구까지도 모두 디자이너의 설계에 따라 3D 프린터가 만들어냈다. 디자이너가 그려낸 머릿속의 상상이 완전하게 출력되는 모습을 현실로 만들어 준 것이다. 또한 건물이 완성되는 데는 단 한 명의 직원만 프린터 인쇄 과정을 확인하는 작업에 동원돼, 3D 프린팅 기술의 효율성과 기술력을 한 눈에 보여주었다.     


아랍에미리트에서 사무 공간이 완성된 이후, 3D 프린터가 도전하게 된 새로운 분야는 바로 주거 공간이다.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는 주거 조건을 갖추기 위해선 수도, 전기, 난방뿐만 아니라, 쾌적한 공기 질이나 온·습도 조절도 필요하다. 따라서 출력 재료나 방식, 내부 구조 등이 신중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현재 이분야는 네덜란드, 프랑스, 중국 등 10여 개국이 가장 쾌적한 형태의 실제 거주용 주택을 출력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우리나라도 3D 프린팅 건축 분야의 후발주자로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건설기술연구원과 서울대·연세대 등 18개 기관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에서는 2021년에 99㎡ 규모의 건물을 출력하겠단 목표를 두고 있다. 미래의 편안한 생활공간이 3D 프린팅만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랍에미리트의 알 게르가위(M. Al Gergawi) 국무장관은 3D 프린팅 건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며,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다. 세상은 변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세상은 변하고 있다. 3D 프린팅은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상상력이 규모와 관계없이 만들어지는 세상을 열고 있다. 더 혁신적이고 획기적인 미래를 출력해나갈 3D 프린팅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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