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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Mar 05. 2020

도시, 디자인으로 말하다.

도시가 당신에게 건네는 말은 무엇인가요?

문화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를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대부분 에펠탑을 떠올린다.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런던의 ‘빅벤’ 등 각 도시의 역사가 담긴 랜드마크는 대표적인 관광지로서 도시의 이미지를 그려낸다. 이와 다르게 도시에서 의도적으로 상징물을 제작하여 도시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경우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스키폴 국제공항 앞에는 도시 슬로건 ‘Iamsterdam’(I+am+amsterdam, 아이 엠 스테르담)을 나타낸 조형물이 있다. 이 슬로건은 시민과 방문객, 도시의 모든 주체가 곧 암스테르담이라는 뜻으로, 도시의 강점인 자유와 관용,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포용을 이미지를 담고 있다. 이 타이포 조형물은 암스테르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올라, 자연스럽게 암스테르담의 이미지를 전하며 훌륭한 도시 브랜딩 전략으로 손꼽힌다. 여기서 도시 브랜딩이란 정확히 무엇일까.


도시 브랜딩은 도시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반영해 사람들에게 각 도시만의 개별적인 고유의 정체성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상징체계이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도시의 이름, 심볼, 슬로건, 캐릭터 등이 있고, 더 나아가 도시 고유의 축제나 특산물까지 모두 포함한다. 도시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도시의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 이는 단순한 시각적 효과에서 나아가, 도시의 분위기나 공간을 연출할 때도 활용된다. 방문객들이 도시와 처음 마주하는 공간인 공항, 기차역 등에 설치된 안내판, 인포 데스크부터 가로등, 전봇대, 벤치 등 공공시설물 디자인에 적용되어 도시의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잘 만들어진 도시 브랜딩은 단순히 도시의 마케팅에만 활용되지 않고, 시민들의 삶에 직접 영향을 준다. 미국의 최대도시 뉴욕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화려한 지금의 이미지와 전혀 달리, 높은 범죄율과 재정난, 심각한 교통체증으로 여행자들이 가장 기피하는 도시였다. 1975년 파산 위기에까지 놓인 뉴욕의 주지사로 부임한 휴 캐리(Hugh Carey)는 도시를 살리고자 다양한 방안을 모색한다. 그는 먼저 타임스퀘어나 브로드웨이 등 볼거리들을 도시의 장점으로 발굴하고, I♥NY(아이러브뉴욕)라는 로고를 제작하여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세계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가 만든 이 로고는 지식재산권 없이 배포되어 각종 광고와 관광 상품에 쓰이면서 대중들에게 빠르게 다가갔다. 이러한 수단들은 뉴욕의 매력을 드높여,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실제 1976∼1977년 사이 뉴욕 관광객은 56.7%까지 증가하였다. 관광을 통해 경제가 회복세를 되찾자, 시민들의 삶 역시 전보다 윤택해질 수 있었다. 잘 된 도시 브랜딩이 시민들의 삶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시민들이 직접 도시 브랜딩에 참여한 예시도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서울이다. 서울시 브랜드인 ‘I SEOUL U(아이 서울 유)’는 2015년 4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약 1년여의 기간을 통해 슬로건 공모부터 브랜딩, 디자인 전반까지 모든 영역에서 시민들이 함께하였다. 이는 나를 지칭하는 1인칭 대명사 I, 너를 지칭하는 2인칭 대명사 you와 같은 발음의 알파벳 U를 더해 ‘너와 나의 서울’을 뜻한다. 동시에 ‘서울’을 마치 영어 문장의 동사처럼 배치하여, 누구나 서울의 이미지를 자유롭게 떠올리도록 이끌어냈다. 서울시 브랜드는 세계 3대 디자인공모전인 독일의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Red dot design Awards)’에서 2016년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부문 본상을 수상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또한 지금까지도 서울시의 관광 상품, 시민 및 국내외 방문객들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오늘, 우리 삶을 둘러싼 도시가 말을 건네고 있다. 도심의 지하철역에서, 벤치에서, 관광지에서 도시의 이야기를 고유한 색깔로 전한다. 앞으로 도시가 품은 낭만과 역동성을 담아내며,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어내는 더욱 매력적인 도시 브랜딩의 등장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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