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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Apr 03. 2020

정보의 가치를 디자인하다.

인포그래픽(Infographics)에 대하여

지난 2016년 19대 대통령 선거 당시 한 방송사의 선거 개표방송이 큰 화제를 낳았다. 4년 전 개표방송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의 머리에 각인되어 있는 것을 보면 시각적인 효과가 강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각 정당의 후보자를 축구선수나 영화 속 캐릭터로 합성한 그래픽으로 현재 개표 진행 상황은 어떠한지 재미있게 전달한 것이다.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 이 개표방송은 7.55%의 시청률로 1위를 차지하며, 다음 선거 때도 시청자들이 같은 방송사 개표방송을 선택하도록 이끌었다. 이처럼 시각화된 정보는 흥미를 자극하면서 직관적인 전달력으로 쉽고 빠른 이해를 돕는다. 이를 인포그래픽의 일종으로 부를 수 있는데, 인포그래픽(Infographics)이란 인포메이션 그래픽(Information Graphics)의 줄임말로, 복잡한 정보를 분석한 다음 스토리텔링으로 메시지를 구성해 디자인한 것을 말한다. 

    

지금처럼 정보가 무수하게 쏟아지는 빅데이터 시대에서는,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졌는지 만큼이나 필요한 정보를 시시각각 찾는 능력도 무척 중요시되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정보를 얻을 때 많은 양의 자료를 모아 긴 시간을 들여가며 직접 분석하기보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도록 간략하게 정돈된 정보를 선호한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등장한 인포그래픽은 한 장 단위의 이미지 파일로 간결하고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료로 두루 사용되고 있다. 시각적인 방안을 활용해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정보를 획득하도록 한 것이다.   

  

대용량의 정보가 시각화된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꾸준히 등장해왔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는 바로 현대 간호학을 열었던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이 1857년 제안한 군 병원 개혁안이다. 크림전쟁 당시 영국군 야전 병원에서 근무하던 나이팅게일은 전투가 아닌 비위생적인 병원 시설로 인해 죽은 병사의 수가 훨씬 많은 점을 토대로 군 병원 내 위생의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그리고 이때 다양한 그래프로 크림 전쟁에서 발생한 월별 사망자 수와 전염병·부상으로 인한 사망자 수를 다른 색깔로 구분해 정리하였다. 글을 통해 현장의 처참함을 일일이 서술하는 대신, 도식화로 시각적인 자극을 주면서 고통을 전달한 것이다. 이 자료는 영국 왕실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었고, 그 결과 42%에 육박하던 사망률이 6개월 만에 2%로 줄어들게 되었다. 오늘날까지 통계학 서적에서 빠지지 않는 사례로 유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인포그래픽이 등장했을까. 바로 우리가 조선시대를 통틀어 가장 크고 과학적인 지도라 익히 알고 있는 대동여지도이다. 1861년 실학자 김정호가 완성한 이 지도는 22개의 기호를 활용해 관아, 성, 길 등을 나타냈는데, 무려 전국 8도의 인구 통계자료까지 첨부되어 높은 완성도와 실용성을 자랑한다. 산과 도로, 물길, 교통로까지도 각종 규칙을 섬세하게 적용해 누구나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어 상인들에게 두루 쓰였다고 한다.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이용하는 지도를 제작하는 게 김정호의 목표였다고 하니, 제작 의도부터 쓰임새, 내용까지도 지금과 다를 바 없는 ‘고전 인포그래픽’의 훌륭한 예시라 볼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아무리 유용한 정보라 해도 소비자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쓸모가 적어지기 마련이다. 정보가 넘치는 최근에는 소비자를 사로잡고자 인포그래픽 역시 다양한 그래픽 기술과 함께 한 장 단위의 이미지가 아닌 모습으로도 나타났다. 인포그래픽에 적절한 스토리와 움직임, 사운드가 더해진 영상으로 재미를 한층 높인 모션 그래픽이나, 플래시 양식으로 정보를 선택하며 능동적인 수용으로 이끄는 인터랙션 인포그래픽 등이 그 예시이다. 이는 보다 재미있는 장치로 소비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으며 풍성하게 내용을 담고, 심지어 소통까지 가능하다.     


기술력의 성장과 함께 뉴스, 홍보물, 매뉴얼 등 정보를 제공하는 분야에서 인포그래픽의 활약도 지속해서 두드러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타깃과 메시지에 따라서 어떤 표현으로 디자인할지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같은 주제로 제작된 인포그래픽이라 할지라도 어떤 모양과 색상, 기술을 활용하느냐에 따라 정보를 전달하는 속도와 깊이에 차이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진화하는 빅데이터 시장의 한가운데, 정보의 가치를 더하는 수단으로써 인포그래픽 디자인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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