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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May 07. 2020

생산자와 소비자, 디자인으로 만나다

4차 산업과 만난 농업, 디자인으로 변화하다.


아무도 없는 비닐하우스 안, 시시각각으로 온도가 조절되며 물이 뿌려지고 있다. 외부에 있는 농부의 스마트기기 터치 한 번이면 가능한 ‘스마트팜’의 모습이다. 우리 생활의 다양한 분야에 파고든 정보통신기술이 농촌에까지 적용되고 있다. 어른부터 아이까지 논밭에 나와 일손을 보태던 옛날과 다르게, 한 사람의 농부만 있어도 관리가 가능할 만큼 편리해진 것이다.     


이렇듯 4차 산업 시대에 들어선 1차 산업은 똑똑하고 건강한 이미지로 변화를 도모하는 중이다. 소비자들의 인식도 건강한 먹거리에 초점이 맞춰졌던 것에서 나아가, 상품의 가치를 꼼꼼하게 따져보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같은 제품이라 해도 이왕이면 더 예쁘고 효율적이거나 생산 과정이 믿을만한지 파악하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제품의 상품성을 향상하고, 소비자의 구매 조건을 충족하는 마케팅 전략으로서 디자인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농부와 디자이너가 론칭한 브랜드 ‘파머스파티’는 가장 적극적인 방식의 컬래버레이션이다. 경북 봉화에서 과수원을 운영하던 농부 이봉진과 디자이너 이장섭이 함께 출시한 제품은 사과이다. 그런데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은 먹음직스러운 사과보다 알록달록한 그림이 그려진 박스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사과박스 대신 디자인된 박스로 하여금 시각적인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다. 이들은 또한 주말이나 출퇴근 시간에 맞춰 사과를 수레에 싣고 나눠주는 이벤트를 벌이는 등 재치 있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갔다.     


혁신적인 패키지 디자인 또한 제품의 가치를 높인다. 기존 농산물 패키지에서 벗어난 창의적인 패키지로 차별화를 주는 것이다. 청년 농업인 김요섬은 막대형 인스턴트 커피에서 영감을 받아 47가지 종류의 잡곡 가루를 낱개로 포장한 상품을 선보였다. 이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우리 농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면서, 소비자들이 효율적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폭을 넓혀주었다.     


생산자의 먹거리에 대한 철학과 진정성이 어우러지는 디자인도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잡화브랜드 무인양품 유라쿠초(도쿄역 근처의 번화가)점에서는 농산물 코너의 공간 디자인을 ‘농촌’ 키워드에 걸맞은 소품으로 구성하였다. 투박한 나무 상자에 농산물을 진열하고 전통 농기구를 비롯해 나무, 벽돌, 쇠 등의 소재로 농가 분위기를 한껏 내고 스피커에서는 음악 대신 자연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또한 모니터를 설치해 농산물을 재배한 농부의 이야기가 재생하여, 농부가 농산물을 재배하는 과정을 이야기해주면서 소비자로부터 농산물에 대한 신뢰를 얻고 친근함을 느끼도록 하였다.     


농촌의 생기 넘치는 변화의 배경엔 농업종사자의 변화도 큰 몫을 한다. 2018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귀농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2014년부터 차근차근 증가하는 중인 귀농 인구가 2016년에는 2015년 대비 7.7%까지 늘어나며 꾸준한 성장세를 보인다. 한때 고령화로 인해 쇠락하는 분야로 우려를 모았지만,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생명이 움트는 분야로 떠오른 것이다. 이처럼 새롭게 역동하는 농촌에 감각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역할로서 디자인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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