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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Mar 19. 2020

신이 선물한 촬영 기술

타임랩스에 관하여

신이 선물로 단 하루 오로라를 볼 수 있게 해준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은 스마트 폰을 꺼내 그 광경을 찍지 않을까. 개기 일식, 일몰, 일출 등 놓칠 수 없는 순간이 눈앞에 나타나면, 우리는 카메라로 그 광경을 묶어두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그 시간을 가장 잘 기록할 수 있는 촬영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일출 명소에서 삼각대를 설치해놓은 채 가만히 있는 사람을 본다면, 그는 십중팔구 타임랩스를 촬영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타임랩스란 ‘시간을 깜빡이다’는 뜻으로, 모든 시간을 담아내지 않고 특정 주기마다 촬영된 사진을 이어 붙이는 영상 기법을 말한다. 일반 영상은 설정에 따라 초당 24회, 30회, 60회 프레임 재생으로 동영상이 되지만, 타임랩스는 5초에 1회, 1분에 1회, 1시간에 1회 등 긴 간격으로 자동 촬영된 사진들을 나열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원리이다. 단순히 말하자면 1초짜리 영상 촬영을 1시간으로 늘여서 수행하는 것인데, 그 결과물은 빨리 감기 한 영상처럼 보인다.

     

때문에 타임랩스는 긴 흐름을 짧은 시간 안에 담는 영상에 좋다. 예를 들어, 일출, 일몰, 은하수의 움직임, 전시 부스를 설치하는 모습, 꽃이 피는 과정 등 말이다. 산 등허리부터 붉은 빛이 올라오면서 해가 고개를 내밀고 떠오르는 시간을 영상으로 기록하려면 어마어마한 용량과 배터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타임랩스를 활용하면 2시간 분량의 촬영 내내 녹화를 돌리지 않고, 2분 촬영한 용량과 배터리만으로 수행할 수 있다.

     

예전에는 타임랩스를 위한 특수 카메라를 사야만 촬영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웬만한 DSLR, 미러리스, 액션캠, 드론에서 인터벌 촬영을 지원한다. 심지어 스마트폰에도 인터벌 촬영을 지원하는 어플이 있다. 게다가 굳이 인터벌 촬영이 아니더라도 기기들의 용량과 배터리가 대폭 향상되었기 때문에, 몇 시간 동안 촬영한 일반 영상을 편집에서 스피드 조절을 통해 타임랩스와 유사하게 보이게도 만들 수 있다. 종합해서 말하자면, 이제 타임랩스는 누구나 쉽게 해낼 수 있는 기술이 된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스테빌라이징 기능의 발달로, 김벌이나 드론을 이용해 이동하면서 타임랩스를 촬영하는 하이퍼랩스 기술까지 실현되고 있다. 시간을 압축하는 타임랩스의 특징을 감안해 이동 속도를 아주 천천히 가져가면서 인터벌 촬영하는 방법이다. 카메라의 무빙은 일반 영상에서와 같은 속도지만, 담기는 피사체들의 움직임은 빨리 감기한 것처럼 분주해지는데, 그 결과물은 이질감이 들면서도 가히 환상적이다.     


타임랩스와 하이퍼랩스는, 대단한 IT 기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기존에 있던 촬영 원리와 영상 기록 방식을 활용해 완전히 새로운 효과를 나타낸 결과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촬영은 이제 대중문화가 되었다. 우리는 누구나 고화질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으며, 누구라도 원한다면 타임랩스나 하이퍼랩스 수준의 영상 기법을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갈수록 탈숙련화 되어가는 사회에서 무슨 장비인지, 기술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담느냐는 본질적인 고민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사람들은 타임랩스로 일출, 일몰, 임산부의 배가 불러가는 모습, 심지어는 도시 전체를 담기도 한다. 이제 신이 당신의 손에 타임랩스를 촬영할 수 있는 카메라를 쥐어주었다. 무엇을 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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