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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뉴룩스 Jul 29. 2020

지나가도 다시보자 ‘뉴트로(New-tro)’

2019년 뉴트로의 열풍은 한차례 지나갔지만 여전히 우리의 향수는 남았다


뉴트로의 열풍은 한차례 지나갔지만

우리의 향수는 여전하다.

이전 세대가 과거의 대상을 추억하는 것을 넘어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그 대상을 주목하는 것,

뉴트로(New-tro)이다.


현대사회에서 복고(Retro)는 영화나 드라마 등의 문화콘텐츠를 비롯하여 패션, 인테리어, 마케팅 분야에서도 주목하는 트렌드로 손꼽힌다. ‘그때 그 시절’의 감성으로 90년대에서 80년대로, 60년대로 돌고 돌던 복고 열풍이 최근 들어 독특한 양상을 보인다. 바로 복고를 찾는 주 대상이 과거의 향수에 물든 이전 세대들이 아니라, 복고로 지칭되는 1990년대 이전의 삶을 겪어보지 못했던 세대가 반응한다는 점이다. 이처럼 기성세대의 추억에서 참신함을 찾는 신세대의 움직임을 일컬어 ‘영 레트로(Young Retro)’ 또는 ‘뉴트로(New-tro, 새롭다는 뜻의 new와 복고를 뜻하는 retro를 합친 신조어)’라고 부른다.     


지금의 ‘10·20세대’는 일명 ‘디지털 네이티브(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면서 성장한 세대)’로 불리며, 흘러간 시대가 남긴 유산이나 잔재들을 인터넷으로 손쉽게 찾고 경험한다. 그리고 이들은 간접적으로 과거를 경험하면서 그 시절을 단순히 지나가 버린 시간으로 여기기보다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움으로 바라본다. 또한 복고의 영역을 특정한 시대나 분야에 한정 짓지 않는다. 컴퓨터와 모바일 게임에 익숙한 세대가 1980년대의 가정용 게임기 ‘패미콤’(일본 게임회사에서 발매한 게임 전용 8bit 컴퓨터) 등 전자오락기와 딱지를 찾아 즐기는가 하면, 훨씬 더 거슬러 올라가 1900년대 경성(개화기 서울의 명칭)풍으로 옷을 맞춰 입고 흑백 사진을 찍기도 한다. 시골 할머니 댁을 떠올리게 하는 오래된 판촉용 유리컵이나 고풍스러운 그릇 역시 인테리어 소품으로 이들의 관심을 끄는 아이템이 된다.     


뉴트로는 공간인테리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카페, 음식점, 미용실 등 곳곳에서 복고풍의 소품들이 공간을 점령하고 있다. 학교급식을 먹고 자란 세대가 도시락통에 파스타가 담긴 음식점을 찾아가고, 꽃무늬 은색 쟁반과 노란 주전자에 음료를 내오는 카페가 SNS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자개장을 인테리어 소품으로 공간을 구성한 미용실, 교련복이나 옛날 교복 등의 의상을 입고 사진 촬영하는 여행 상품 등에도 소비자들은 열광한다. 이처럼 복고풍의 공간이나 소품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뉴트로라 불리는 현상은 기존의 레트로가 단순히 복고를 재현했던 것에서 나아가, 스마트한 기술 위에 복고풍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성이 어우러지도록 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따라서 콘텐츠 생산자들은 시대의 흐름과 요구에 발맞춰 복고를 재해석하고, 자기만의 스타일로 디지털화하여 공유하는 등 부가적인 창작을 통해 새로운 디자인을 탄생시키고 있다.     


가령 LP 음반과 턴테이블은 7080시대 문화예술을 대표하는 아이템 중 하나였지만, 크고 투박한 디자인으로 휴대가 불편해 CD 음반과 디지털 음원 서비스에 밀려 사라졌었다. 그런데 최근 거칠고 잡음이 심했던 LP 음반이, 기술력 대신 그 시절의 감성을 새로운 경험으로 제공하는 콘텐츠로서 부활했다. 오래전 발매되었던 LP 음반이 소장 가치가 높아져 중고로 거래되는가 하면, 유명 가수들이 디지털 음반을 내면서 LP 음반을 발표해 화제가 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을 타고 각지에서 레코드페어가 열리는 등 LP 음반 시장 자체가 활기를 띠고 있다. 이 현상은 LP 음반이 대표하는 복고 문화가 단순히 과거를 떠오르게 하는 골동품에 그치기보다, 멈추었던 문화를 현재와 다시 연결해 새로운 디자인의 흐름으로 이어간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다.     


뉴트로에 반영된 디자인은 복고가 지닌 특유의 분위기를 유지함과 동시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했기 때문에 신선함을 주면서 큰 성공을 이룬 것으로 보인다. 뉴트로 디자인은 복고의 촌스러움과 참신함 그 아슬아슬한 경계에서 특유의 분위기를 구현해냈고 새로움이라는 이름으로 낡은 것을 부활시켜냈다. 앞으로도 케케묵은 것에서 가치를 발견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이 뉴트로의 흐름 속에서 디자인의 숨은 역할이라 보인다. 과거와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이자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는 디자인이 어떻게 드러날지 기대해 본다.


글 newlooks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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